스물넷이 쓴 옛날 이야기4(군대에서..)

in #kr7 years ago

스물넷이 쓴 옛날 이야기1(역사이야기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https://steemit.com/kr/@yuoyster/wagdg

스물넷이 쓴 옛날 이야기2(역사이야기라고 저는 주장합니다)
https://steemit.com/kr/@yuoyster/2

스물넷이 쓴 일기 #3
https://steemit.com/kr-newbie/@yuoyster/3

동주가 일주일 만에 부대로 복귀한다. 동주의 복귀 소식을 들은 부대원들은 그를 험담하기 시작한다.

"막내 때, 꿀 제대로 빠네"
"한달동안 불침번 시켜야 돼"
"씻지도 않고 맨날 전화만 하던데"
"개념이 없는 놈이지"

'이동주(가명)'라는 청년은 우리 부대에 '막내'다. '막내'란 부대에서 군번이 가장 느린 사람, 최고 후임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몸집은 야구선수만큼 거대하지만, 얼굴은 아직 고등학생이다. 동주와 30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쑥스러움이 많아 보였다.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나는 동주가 부대원들이랑 어울리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꺼라 생각했다. 그리고 동주는 여자친구에 푹 빠진 순수한 사랑꾼이였다.

그런데 동주는 부대원들에게 욕먹고 있다. 동주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상황에 빠졌을끼? 동주는 일주일 전에 눈병에 걸렸다. 동주가 걸린 눈병은 전염성이 강했다. 그래서 일주일 간 병가를 받았다. 물론 동주의 눈병으로 인해, 나머지 부대원들이 고생좀 했다. 경찰 버스를 소독했으며, 대청소도 2번이나 했다. 그리고 막내가 여러가지 잡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병가로 다른 부대원들이 대신 했다. 동주가 부대원들에게 저지른 잘못은 여기까지다.

나는 이걸 잘못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웠지만, 부대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부대원들은 눈병으로 인해 '7일 휴가'를 다녀온 동주를 질투했다. 그리고 질투를 넘어서 그를 미워했다. 동주를 군대 공동체에서 낙오시켰다. 물론 우리가 초등학생처럼 왕따를 시키고, 때리고, 무시하진 않는다. 다만 차가운 눈빛을 보내고, 그를 조금 피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동주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내지 않았다. 그냥 부러울 뿐이었다. 동주처럼 눈병에 걸려서 휴가를 받고 싶을 뿐이었다. 동주가 사용했던 이불에 내 몸을 문지르고 비벼봤다. 동주가 사용하던 베개에 내 눈을 문질러 봤다. 그런데 나는 눈병에 걸리지 않았다. 젠장. 동주는 어떻게 눈병에 걸렸는지. 운좋은 자식. 내 질투심을 여기서 멈췄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동주가 불쌍했다. 부대로 전입 온 지, 30일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부대원들이랑 친해지지 못하다니. 나는 동주 자리로 구경갔다. 동주는 혼자 침대에 앉아 있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거 같았다. 여자친구 생각하겠지? 부러운 자식. 동정심이 사라졌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부대원들은 텔레비젼 앞에서 무한도전을 본다. 부대원들은 해맑았다. 천국에서나 볼 수 있는 표정들. 웃음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웃음 소리가 천둥치듯이 생활실을 뒤덮었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주눅 든 자세. 시무룩한 표정. 아까 그대로다. 동주도 무한도전을 보고 싶을텐데... 동주는 텔레비젼 앞으로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아마 무서울 테지. 동주도 사람인데, 부대원들의 눈빛을 모를리 있나... 생활실에 울려퍼지는 웃음소리가 동주에게는 공포로 다가올 테지.

안되겠다. 동주에게 따뜻한 한마디 건네야지. 우선 음료수를 사줘야지. 음료수를 사들고 동주를 향해 갔다. 동주는 아까 그대로다. 침을 꿀꺽 삼켰다. 심장이 쿵쾅쿵쾅. 동주 주변에서 냉기를 느낀다. 아. 못하겠다. 젠장. 갑자기 몸이 뜨거워졌다. 음료수를 혼자 벌컥벌컥 마셨다. 내가 무슨 대단한 위인도 아니고... 동주에게 딱히 할 말도 없다. 내가 다가가면 동주는 무서워할꺼야.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나는 무한도전을 보는데 합류했다.

동주의 사건이 잊혀질 만큼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동주는 혼자다. 아직도. 아무도 동주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왜 그럴까. 부대원들은 모두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말이다. 사회에서 불우 이웃돕기, 자원봉사를 하며 '약자'를 돌보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내가 한명 한명 이야기해봐서 안다. 정말이다. 그런데 군대 안에서 우리는 다르다. 변한다. 군대 안에서 우리는 약자를 보살펴 주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그래도 최소한 '나'는 마음속으로 동주를 걱정하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동주에게 무관심했던 다른 부대원들보다 괜찮은 녀석이 아닐까? 바보같이 뿌듯해 하며 내 마음을 토닥여 본다. 낙오된 동주를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제에 말이다. 동주가 내 속마음을 알 리가 없잖아. 바보야. 아마 동주는 '나'랑 부대원들을 다를게 없는 매정한 녀석들이라고 생각할테지. 젠장.

이 글을 마무리 했다. 동주를 구경하러 갔다. 오늘도 혼자 앉아 있다. 똑같은 자세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부대원들은 텔레비젼 앞에서 요란하게 웃고 있다. 웃음 소리가 생활실을 압도한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동주를 따뜻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꺼야. 우리는 결국 좋은 사람들이니까. 누군가 동주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꺼야. 그리고 나는 동주를 잊었다. 나는 요란하게 웃는데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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