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카빙>나무새의 슬픈 이야기...

in #kr6 years ago (edited)

저는 나무를 깎아요.
나무를 깎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힘들고 고된 작업 끝에 얻는 작업물을 보며
희열을 느끼죠.

카빙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에요.
매일매일 나무가 깎고 싶던 저는
다가오는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선물을 해 주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나무를 깎아서 장난감을 만들어 주려한 것이죠.
(몹쓸 열정;;)
새완성.jpg

제가 만든 것은 나무새피리입니다.
꼬리부분을 불면 새소리처럼 청량한 소리가 울려퍼지죠
만드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새도안.jpg

새도안을 나무판에 붙여서 모양대로 오려줍니다 .
새모형.jpg

조각들을 붙여주면 이런 모양이 나옵니다.
조각들이 떨어지지 않게 잘 붙여준 다음
나이프로 깎기 시작해요.

새나이프.jpg

새날개가 어떻게 접혀있는지...
날개를 피면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그런 새를 생각하며
그것이 마치 우리 아이들의 미래인냥
마음과 정성을 담아 나무를 깎습니다.

새세마리.jpg

아이가 셋이니 세마리를 깎아요
손가락과 손목이 욱씬대지만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응? 정말?)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수천번의 사포질도 잊지 않습니다.

새완성.jpg

마지막 오일옷을 입고 완성된 새피리
밑바닥엔 아이들 이름까지 정성스레 새겨주었어요.
그렇게 2주에 걸쳐 만든 새피리를
아이들에게 선물해 주었지요.

"엄마, 이게 뭐야?"
"응, 꼬리에 대고 후 불어봐"
"피리네, 피리"
"응. 좋아?"

아이가 어떤 말을 할까 기대하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바라봅니다.

"응? 응"

'응'이라는 대답, 그래 고맙다.
별로라고 하지 않아 다행ㅜㅜ
둘째, 셋째는 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이 끝난 후에 나무새는 더이상 울지 않았습니다.

노래하고 싶지만 노래할 수 없는 나무새
하늘대신 방바닥을 뒹굴어 다니는 슬픈 나무새의 이야기

하지만 깎는동안 즐거웠음을 저 스스로에게 되뇌어 봅니다.
토닥토닥

이상 마음은 비우고 살림은 채우는 우드카빙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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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지게 만드셨는데 반응이 좀 약하니 안타깝네요ㅠㅠ

아이들이 엄마의 수고를 알아줄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래야죠^^;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손재주가 뛰어나시네요. 딸의 기대했던 큰 반응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완성했을때 뿌듯하셨을듯 하네요 ~

네. 완성품이 곧 고된 노동의 보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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