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월간독후감 Vol.4]결핍의 경제학 / 센딜 멀레이너선, 엘다 샤퍼

in #kr6 years ago

책을 읽고, 감상을 글로 쓰는 것이 취미입니다.

부족한 솜씨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감상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면 참 즐거울 것 같습니다^^

독후감은 매달 초 연재 예정입니다.


결핍의 경제학 / 센딜 멀레이너선, 엘다 샤퍼


우리는 지나치게 느긋한 생활을 한다

가난한 사람은 왜 계속 가난할까? 바쁜 사람은 왜 계속 바쁠까? 이것은 누군가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분명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를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수는 결국 또다시 되풀이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의 과정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과연 나는 결국 후회로 끝나는 나의 슬픈 다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먼저 나는 스스로를 어떠한 사람인지 생각해보았다. 일상적으로 본인은 어떤 일을 끝내기 위해 충분히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데 그것은 대부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것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얼마 후 나는 또다시 시간에 쫓기며 일을 하고 있다. 그 많던 시간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고, 결국 영원히 재활용 되는 다짐을 또다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의 문제는 본인도 잘 알고 있다. 다음 마감까지 넉넉하게 있는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문제의 인식을 반성과 다짐으로 극복하려 했다. 단 한 번도 난 왜 그렇게 시간을 낭비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지만 그것은 희미했고, 선명하게 생각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보다 나 자신과 나는 그저 그런 사람으로 타협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나는 미친 듯이 일을 하였기에 그러한 생각을 위한 여유가 남아있는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본인은 그저 흘려보냈지만 지은이는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희미함에 접근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포착한 중요한 단서가 바로 결핍이었다. 이것은 분명 나에게 신선한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나를 압박했던 시간의 결핍은 그저 단순한 현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는데, 그것은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집요하게 본인을 사로잡고 악순환의 굴레 속에 가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은이는 결핍의 시기가 오래 지속되면 결핍은 결핍의 덫에서 우리를 꺼내줄 행동들을 제거한다고 하였는데 생각해보니 이것은 나에게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이었다. 결핍으로 거세되어 알맹이 없는 깡통 다짐만을 그토록 수없이 하면서 고민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했던 스스로를 생각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게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처럼 부질없는 의지 덕분에 항상 쫓기는 나의 일상은 지은이가 언급하는 이러한 사람들의 분명한 공통점도 가지도록 하였는데, 바로 근시안적인 행동이다. 이것은 결핍의 노예가 되어 나타나는 가장 기본적인 현상으로 지은이는 이를 터널링이라 말하고 있다. 터널링은 현재의 결핍에 정신이 집중되어 온통 거기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효과적으로 세우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결핍이 결핍을 야기하듯이 터널링 또한 반복되다 보면, 한 가지 긴급한 일에서 또 다른 긴급한 일로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결핍은 사람들의 의지를 제거하고, 터널링은 계획을 방해한다. 이 두 가지의 절묘한 결합으로 인하여 우리는 그리고 나는 그토록 결핍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순간 긴 시간 희미하던 무언가가 선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은이는 안타깝지만 현실적인 답을 나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하지만 책 속에 이것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결핍의 덫에서 해방되려면 자원을 욕망보다 평균적으로 많이 가지거나,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커다란 충격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느슨함을 가지면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의 말에 따르면 내가 마감 후에 보내는 시간은 느슨함이지만 유익한 느슨함이 아니었기에 낭비로 전락한 것이었다. 결국 느슨함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고, 느슨함의 양을 적정하게 조절하는 것이 결핍과의 투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지은이 덕분에 긴 시간을 고민해왔던 시간의 결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지만, 지은이가 궁극적으로 해결해주고 싶은 것은 바로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적 결핍이었다. 돈의 결핍을 완화하기란 시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간절했던 것은 빈곤은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지탱하는 필수적인 요소들에서 결핍을 경험하게 하도록 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결핍의 심리 상태인 빈곤이 실패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빈곤의 터널링에 속에 들어가게 되면 각종 금전적인 고민에 휩싸여 다른 주변의 고민을 처리할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너무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개인의 생산성은 저하되고, 자지절제는 바닥이 난다. 여기서 또다시 지은이는 지금까지 본인이 알지 못하였던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지금까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오직 그들은 돈만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들은 결핍에 집중하고 터널링에 빠져 온갖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색다른 관점 때문인지 지은이가 제시하는 빈곤에 대한 대응은 참으로 전향적이다. 어쩌면 전 세계가 빈곤과의 투쟁을 긴 시간동안 지속해오면서도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빈곤을 바라보는 본질적인 논리를 바꾸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본인은 결코 지은이의 빈곤에 대한 고찰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하고 싶다.

개인적인 시간의 결핍에서부터 인류의 빈곤과 관련된 결핍까지 심리학자와 경제학자의 만남으로 이루어낸 새로운 지식의 영역은 참으로 신선하기만 하다. 더욱이 스스로는 본인의 삶에 있어 묵은 고민을 털어낼 수 있는 귀중한 깨우침을 얻은 것으로 매우 만족하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또한 빈곤과 같은 결핍은 누군가에게 심각한 고통을 야기할 수 있다는 알게 된 것은 지은이가 전해주는 또 다른 깨우침일지도 모르겠다. 역설적이지만 결핍은 분명 무엇인가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앞으로는 이러한 결핍을 인지하도록 노력하고, 이를 통해 일회적 결단으로 나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핍의 교훈이 개인을 넘어 더 큰 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부족한 솜씨이지만 열심히 창작한 글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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