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구절/리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도망치듯 휴학을 하고, 1년 동안 돈을 모아 동유럽으로 떠났다.
체코에 가기 전 체코 작가가 쓴 책을 읽어보고 싶어 샀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1968년 프라하의 봄,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네 남녀의 사랑은오늘날 참을 수 없는 생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과 다름없다'는 책 소개에 끌렸었다.
기대만큼이나 끌리는 소설이었다, 읽으면서도.
그 당시 토마시는 은유란 위험한 어떤 것임을 몰랐다. 은유법으로 희롱을 하면 안 된다. 사랑은 단 하나의 은유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 _21
토마시는 생각했다. 한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과 함께 잔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거의 상충되는 두 가지 열정이라고.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이 욕망은 오로지 한 여자에게만 관련된다.)_28
우연만이 우리에게 어떤 계시로 나타날 수 있다. 필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 기다려 왔던 것, 매일 반복되는 것은 그저 침묵하는 그 무엇일 따름이다. 오로지 우연만이 웅변적이다. 집시들이 커피 잔 바닥에서 커피 가루 형상을 통해 의미를 읽듯이, 우리는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애쓴다._87
... 거듭 말하지만 소련군의 침공이 비극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구도 그 이상한 도취감을 이해하지 못할 증오의 축제이기도 했다._121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강해질 줄 알아야 하는 사람 그리고 강자가 약자에게 상처를 주기에는 너무 약해졌을 때 떠날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약자다._133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유럽 역사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역사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보헤미아 역사와 유럽 역사는 인류의 치명적 체험 부재가 그려 낸 두 밑그림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모든 짐을 그의 집에 싸들고 갈 정도로 무거운 책임감을 지우는 것도, 그만큼 무겁도록 사랑의 깊이에 빠지는 것도, 조국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그 책임감의 무게를 마땅히 견딜 정도로 ‘무거운’ 사람이 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남자친구와의 에로틱한 사랑보단 한 사람과의 정직한 사랑을, 조국의 자유와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어느 정도 나의 것을 포기할 수 있는, 가볍지만은 않은 애국심은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가벼움과 무거움, 변증법적 발전을 통해 나의 모호한 기준을 언어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그들은 사랑을 한다. 또, 가벼움과 무거움이 존재하는 시대 속에 부유한다.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랑 이야기를 듣는 데에 주목을 했었는데, 그 속에 존재하는 철학 사상과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시작으로 이야기 문을 여는데, 우리는 직선적인 삶이 아니라, 꼬리를 물고 있는 뱀같은 반복된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돼서 똑같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는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Es muss sein? 그래야만 하는가? Es muss sein! 그래야만 한다! - 책 중)
p.s. 생각할 거리가 아주 많은 소설이었습니다. 맘에 남는 문장이 많은 책이었어요. 고전은 읽는 데 시간이 꽤 오래걸리는 편인데, 인물 각각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라 잘 읽혔어요ㅎㅎ
혹시 이 책을 읽어보셨던 분이나 읽어보고 싶으신 분은 코멘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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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