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서번역) 호쿠토, 어느 살인자의 회심(25-26)
"죄송해요. 쉬지 않고 걸었는데도 늦었어요."
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호쿠토를 응시했다. 마음속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추웠을 텐데 잘 참고 왔구나. 오는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니?"
아버지의 말에 반짝반짝 빛나는 초콜릿 은박지가 퍼뜩 떠올랐다. 작게 뭉친 은박지는 청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다. 아무리 아버지라도 말하지 않으면 모를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아버지의 그 눈이 무서웠다. 숨기고 있다 들키는 쪽과 지금 여기서 솔직히 말하는 쪽, 어느 쪽이 덜 혼날까. 마음속에서는 말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어느새 호쿠토의 허리는 90도로 꺾여 있었다.
"잘못했어요. 모르는 아줌마한테 초콜릿을 받아서 오는 도중에 전부 먹었어요."
너무나 공포스러운 나머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아니, 익숙지 않은 산길을 걸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었다.
"솔직하게 잘 고백했다. 그래도 차에서 내리게 된 일과 우리 집의 교육방침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겠지?"
호쿠토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족의 생활이나 집안 사정은 절대로 말해서는 안 되는 비밀이었다.
"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버려진 것도, 사고가 날 뻔한 것도 말하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온화하게 웃었다.
"남부끄러운 얘기는 하는 게 아냐. 너를 버리고 간 적도 없고. 날씨도 좋고 단풍도 예뻐. 네 건강을 위해서 잠깐이나마 걷게 해주자고 생각한 것뿐이야. 우리는 여기서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지, 미사코?"
갑자기 전기라도 흐른 듯 화들짝 놀라며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버리다니, 그런 짓을 할리가 있겠어요. 호쿠토, 어땠니? 산 공기가 맑아서 기분 좋았지?"
호쿠토는 추위에 파래진 입술을 한껏 벌리며 웃어보였다.
"네 어머니. 기분 좋았어요."
그 순간 아버지의 안색이 싹 변했다. 마치 얼굴을 비추던 조명이 꺼진 것처럼.
"자, 가자. 미사코, 계산하고 와."
어머니는 계산서를 들고 벌떡 일어섰다. 호쿠토는 아버지의 등 뒤에 숨듯이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로 향했다.
그 밤, 아버지는 미친 듯이 날뛰었다.
간만에 먼 곳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와 지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월요일부터 시작될 업무가 빡빡했는지도 모른다. 혹은 이유 따위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저녁을 먹은 뒤 할 말이 있다며 어머니와 호쿠토를 거실 바닥에 꿇어 앉혔다.
내용은 평소와 같았다. 이 세상이 얼마나 냉혹하고 인정사정없는지. 이렇게 큰 일 없이 지낼 수 있는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어머니는 아버지가 한마디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필사적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했고, 그때마다 맞든지 발로 채였다. 그런데 그렇게나 어머니한테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신기하게도 아버지는 그날 밤만큼은 호쿠토를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