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서번역) 호쿠토, 어느 살인자의 회심(23-24)
10분쯤 걸었을까. 뒤쪽에서 달려오던 미니밴이 호쿠토 옆에 멈춰 섰다. 창문이 내려가더니 젊은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얘, 무슨 일이니? 왜 얇은 옷 하나만 걸치고 혼자서 고갯길을 걷고 있니?"
남의 차를 얻어 타고 산을 내려갔다가 아버지가 알게 되면 어떤 벌을 받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땀이 날 지경이었다. 호쿠토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괜찮아요. 아버지 차가 요 앞에서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주머니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 안에서는 아이 둘이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호쿠토네 집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온화하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어서 가주었으면 했다.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다른 가족의 즐거운 드라이브 따위 보고 싶지도 않았다.
"알았어. 그렇게 말하니 먼저 갈게. 참, 이거 줄게!"
젊은 아주머니가 글러브 박스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호쿠토한테 내밀었다. 네모난 판 초콜릿이었다.
"추우니까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렴. 이거라도 먹고 힘내."
여태껏 판 초콜릿 하나를 모두 먹어본 적 없는 호쿠토였다.
"고맙습니다."
초콜릿을 받고 고개를 숙여 완벽한 자세로 인사했다. 아버지 때문에 몸에 배어버린 것이다. 행복한 가족을 태운 미니밴은 떠났다. 그 뒤 1시간 반이 걸려 고개를 내려왔다. 초콜릿은 내려오는 동안 조금씩 떼어 먹었다. 버려졌다는 사실은 더할 나위 없이 슬펐지만, 초콜릿은 황홀할 만큼 달았다. 단풍으로 뒤덮인 고개가 있고, 새털구름이 얇게 떠있는 가을 하늘이 있으며, 발 밑에서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낙엽이 있었다. 온몸이 얼어붙을 듯 추웠지만, 가루이자와 고개는 아름다웠다. 호쿠토는 넋을 잃을 만치 아름다운 그 풍경을 가슴에 새겼다.
고개 중간에 마련된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호쿠토는 흰색 크라운을 발견했다. 눈에 익은 차를 본 순간 기쁜 건지 괴로운 건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솟았다. 또다시 그런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바에야 차라리 버려지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세상에는 고아도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도리어 부모를 버리고 고아가 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분명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몸이 멋대로 유리문을 지나 아버지가 기다리는 휴게소로 들어가고 있었다. 호쿠토는 창가 쪽 테이블로 곧장 걸어갔다. 아버지와 어머니 앞에는 빈 케이크 접시와 커피잔이 놓여 있었다.
"늦었잖니. 어딜 갔다 온 거야!"
아버지와 90분을 함께 있었으니 신경이 곤두설 대로 곤두 선 거겠지. 어머니가 사납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