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열기를 보면서. (버블? 또는 이제 시작?)

in #kr7 years ago (edited)

2000년대 초 이야기다.

당시 나는 대학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그 당시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역시 대세를 피할 수 없었던지 부동산 폭등이 일어나고 있었다.

당시 Orange County 중간 집 값은 처음으로 50만불을 돌파했고 살고 있던 동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100만불 짜리 집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중간 값 50만불은 75만불로 뛰어 올랐고 신문에 나온 매물들 중에는 $10 Million 넘는 집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집은 이제 사는 곳 (Living)이 아닌 사는 것 (Buying)이 되어 버렸고 1%의 다운페이먼트로 집을 사는 일들이 벌어졌으며 가격은 미친 듯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버블이다. 아니다 사람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었는데 당시 나는 버블이라 믿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은 생생하다.

“사람들의 Income은 얼마 오르지 못했는데 집값은 폭등했어요. 이건 더 이상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LA 시내의 아파트 방 한 칸 렌탈이 월 $1400불이에요. 이게 정상으로 보입니까?”

“Time 지의 표지를 장식하면 그 분야, 그 사람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즉 시장은 끝났다는 거지요.”

“부동산은 한국 같은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같은 나라에서 돈을 버는 수단이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통하지 않아요.”

“금리가 인상 될 겁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부동산은 무너져요.”

“정부에서 이제 은행 대출을 깐깐하게 하기 시작했어요. 지금 까지는 은행돈 끌어다 집 샀지만 이제는 안 돼요.”

“어제 뉴스에 한국인들이 부동산 싹쓸이 한다고 뉴스 떴어요. 뉴스에 뜨면 끝난 거예요. 한국인들이 덤탱이 쓴 겁니다.”

“압류 당하는 집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주식은 원금 날리고 손이라도 뗄 수 있지 집은 원금 날리고 손 떼고 싶어도 뗄 수도 없어요.”

“부동산 에이전트는 거래가 성립되어야 돈을 벌어요. 이런 그들이 집값이 떨어진다고 말하겠어요?”

“집이 ATM 인줄 알고 돈 뽑아 쓰는 거 봐요. 이건 카드 돌려막기랑 똑같다니까요.”

여러 지표들이 부동산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지만 부동산 시장은 이런 말들을 비웃듯이 치솟고 치솟았다.

결국 2008-2009 금융위기가 오기 전 까지 부동산은 버블이 아니었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 팔라는 주식 시장의 말을 적용시킨다면 대략 2000년에 사서 2006년 전에 파는 것이 정답 이었다. 물론 그 후 금융위기가 지나간 후 부동산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때의 내용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 당시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그 당시 버블이 아니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 당시 주택시장을 긍정적으로 말하는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다.

당시 나는 주택 시장이 버블이라 믿었다기 보다는 내가 주택이 없었기 때문에 버블이라 믿고 싶었던 거다.

당시 집이 없던 나는 버블이 꺼지는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집값 상승에 부정적인 요소들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 당시 거품이 꺼졌다고 해도 나는 살 능력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가상화폐의 열풍이 불고 있다.

앞집 아저씨가 거래소 얘기를 하며 뉴스에서는 연이어 가상화폐 이야기가 나온다.

아줌마 모임에서도 이더리움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오늘도 폭락을 걱정하는 신문 기사가 떴다.

반면 한편에서는 수년 내에 비트코인 하나에 10만불이 될 거라고도 한다.

가상화폐가 거품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또한 부동산 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이 똑같다고 말할 수도 없을 거다.

다만 지금 내가 비트코인을 1000개 들고 있다면 나는 비트코인 가격을 거품이라 말할까?

반대로 내가 이더리움을 살 준비를 하며 총탄을 모으고 있으면 나는 이더리움이 폭등한다고 말할까?

나는 지금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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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히 부탁드립니다 꾸벅

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꾸벅

자주 자주뵈어요

넵!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공감되는 글이네요.
사람 심리라는게 참 그런거 같습니다.
비트코인 들고 있으면 제발 비트코인 올라라 하고 다른거 들고 있으면 비트코인 떨어지고 내가 들고있는거 올라라 하는거 처럼요.
냉정하게 시장판단을 한다는게 참 어려운 일이지요.

네. 그래서 시장을 중립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 말을 듣는게 중요한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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