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논문에는 ‘블록체인’이 없다

in #kr6 years ago

오는 31일은 비트코인이 빛을 본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비트코인 논문의 저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10년간 다양한 실험을 빚어냈다. 이더리움, 이오스 등 다양한 퍼블릭 블록체인이 등장했고,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 ‘하이퍼레저’와 같이 관리자가 정해져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도 나타났다. ‘코인 없는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업계에 다양한 프로젝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제안은 여전히 강력하다. 논문에 담긴 내용이 단순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머물지 않는 까닭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논문을 통해 말하고자 한 바는 정확히 무엇일까. 10주년을 맞아 다시 초심을 살펴본다.

눈을 의심하게 된다. 이 논문에서는 그간 비트코인의 짝꿍처럼 언급돼 왔던 ‘블록체인’이란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작업증명 체인(proof-of-work chain), 블록으로 이뤄진 체인(chain of block) 등 블록체인을 지칭하는 표현은 다양하지만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단어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논문에 블록체인이 언급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논문의 서론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자 상에서 순전히 개인 대 개인으로 돈(cash)이 오갈 수 있다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바로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논문에선 이를 가능케 하는 P2P 네트워크를 제안하려 한다.”

논문은 ‘전자상거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신뢰를 담보해주는 제삼자 없이 개인끼리 가치를 거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비트코인의 출발점이었다.

서문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사토시 나카모토는 “디지털 서명 기술을 통해 일정 부분 개인 간 전자상거래를 구현할 수 있다”고 적었다. 디지털 서명 기술은 A가 B에게 비트코인을 전송할 때 자신이 A라는 걸 식별할 수 있는 서명을 거래 기록에 동봉하는 방식이다. B는 A에게 비트코인을 받을 때 디지털 서명을 참고해 ‘중간에 위변조 없이 A와 해당 액수로 거래했다’는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모르는 개인이 안심하고 전자상거래를 하려면 디지털 서명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여전히 금융기관 같은 중간자가 (전자 상에서 하나의 돈이 복사 및 붙여넣기 한 것처럼 중복으로 쓰이지 않았는지) 거래 내역을 일일이 맞춰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중간자 없이도 거래되는 돈이 이중으로 쓰이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블록체인에 관한 아이디어가 등장하는 건 이 지점부터다. 제삼자를 거치지 않고도 개인 간의 전자상거래를 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 블록체인은 매개이자 수단에 가까웠던 셈이다.

이처럼 비트코인 논문은 첫 페이지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먼저 짚은 후 나머지 일곱 페이지 분량의 뒷부분에서 이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 설명한다.

비트코인이 태어나기 전, 전자상거래에서 내 계좌가 상대방의 계좌와 바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상상하긴 어려웠다. 내가 소유한 자산임에도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선 옮기기 힘들었다. 내 자산을 움직이기 위해 금융기관에 수수료를 내는 것도 당연했다. 이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안한 ‘P2P 전자 캐시 시스템(Electronic Cash System)’이 생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과연 블록체인이라는 플랫폼은 인터넷 세상에서 온전한 P2P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을까. 10살배기 비트코인과 뒤이어 등장한 전자상거래 프로젝트 모두 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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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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