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태 '임직원 잘못' 꼬리자르기?...'블록체인 도입 시급' 논의 계기돼야
사진 : 연합뉴스
천문학적 숫자의'유령주식'을 잘못 배당한 삼성증권이 이 사태를 배당 주식을 처분한 임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감출 수 없다. 사태 발생 3일째인 9일 들어 삼성증권측은 잘못 배당된 주식을 매도한 16명의 임직원에 대해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막상 시스템 전반에 대한 명쾌한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존재하지 않은 주식'을 발행해서 증권시장에서 실제로 유통시켰다는 데 있다. 그것도 시가 총액이 약 3조원에 불과한 삼성증권 주식의 무려 30배가 훨씬 넘는 수량의 주식을 새로 발행했다는 사실이다.
그 중 불과 약 40분 사이에 501억원 상당의 주식이 거래가 됐다. '유령주식'의 대가로 실제 화폐가 오고 갔다는 말이다. 심각한 점은 '없는 주식'의 문제가 아니라 여기에 덩달아 '없는 화폐'가 발행됐다는 데 있다. '유령주식'의 매입 대가만큼 '통화증발'이 일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 주식을 매각한 삼성증권 임직원의 모럴 해저드가 아니라 '없는 주식'이 손가락 하나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양의 주식이 새로 발행됐다는 점을 떠나 대한민국의 화폐 통화량이 추가로 늘어났다는 점에 있다. 삼성증권 임직원의 책임을 훨씬 뛰어넘어 삼성증권 시스템의 문제, 금융당국의 감독 공백 문제를 지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통화 조절 및 감시 기능의 문제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증권시장 시스템 전반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나아가 대한민국 화폐 체계의 근본이 흔들린 사태라는 뜻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사태를 몇몇 임직원 개인들의 모럴 해저드로 덮으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사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는 블록체인 기반이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블록체인은 손가락 하나의 실수, 증권 시스템에 접속한 사람의 악의적 조작 등 몇 몇 일부 관계자의 데이터 조작만으로는 전체 거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없던 주식이 생겨날 수도 없고, 없는 주식이 거래될 수도 없다. 블록체인의 무결성 구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고다.
그러니까 작금의 주식은 그 발행 및 유통과정에서 암호화폐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고와 위변조에 취약하다. 증권사 자체 감시 기능을 빠져나가 금융감독기관의 통제, 심지어 중앙은행의 통화 감시 기능까지 우회해버린 어처구니 없는 사태는 금융시스템에 블록체인의 도입이 더욱 시급하다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기관의 작금의 행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하고 심지어 한때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거론했었다. 블록체인 기술의 기반은 암호화폐 발행 및 유통에 있다. 암호화폐 프로토콜과 플랫폼 위에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가 개발된다.
그러나 현실은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암호화폐보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 취약한 증권시장에 대한 감독에는 심각한 구멍이 나있는데 반해, 주식과는 비교도 안될 수준으로 안전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고 있다.
삼성증권 사태는 우리 경제에 블록체인 도입이 얼마나 시급한가를 웅변하고 있다. 삼성증권 사태는 몇 몇 임직원의 잘못으로 꼬리를 자를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경제 시스템에 블록체인 도입의 시급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실행이 필요한 계기가 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