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3월 17일의 일기

in #kr8 years ago (edited)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한 아버지를 보았다.

3,4살 쯤 되어 보이는 아들을 왼손에 안고
오른손엔 아들만큼이나 큰 3단변신로봇을 품고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용하게도 균형을 맞추고 있다.

아들은 피곤한지 꾸벅꾸벅 졸고 있고
가끔씩 안내방송에 눈을 뜰 때마다 장난감 로봇을 쳐다본다.
아버지가 무거운지 장난감로봇을 좌석 위 가대에 올려놓을라치면
어떻게 아는지 자고 있다가도 아들은 눈을 깜빡이며 '로보트......'라고 말하고
아버지는 그때마다 장난감 로봇을 아들의 눈앞으로 내려주곤 한다.
이내 아들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번진다.

'아이가 얼마나 졸라서 저 로봇을 갖게 되었을까?'
'오늘이 생일일까?'
'어느 역에서 내릴까?'
'저거 비싸 보이는데? ^^'
사소한 궁금증과 함께 부러움도 같이 들었다.

'야 너 알아? 네가 가진 장난감로봇보다 훨씬 멋지고 힘세고 용감한 진짜 슈퍼로봇의 품에 지금 안겨 있다는 걸'


2005년 03월 17일의 일기입니다.

어린이집 체육대회에서 친구에게 씨름을 졌다는 아들과 씨름연습을 하며 내리 10판을 져줬더니 삭신이 쑤시네요.(져줄때 "꽈~당! 아이고!" 하고 넘어지는 액션이 중요합니다 ^^)
열심히 놀아서인지 금새 잠든 아들을 두고 사무실로 나와 책장을 뒤적거리다 옛 일기장에 있던 일기를 올려봅니다.
이제는 출퇴근하며 지하철을 탈 일도 없고 다른 부자를 보며 할 상상은 현실이 되었네요.
사진은 얼마전 아들 생일에 선물한 "티라노킹"입니다.
'야 아빠 최고 맞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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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저희집에도 다이노포스가 좀 있는데요... 갑자기 등골이 쑤시네요 ㅋㅋ 등골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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