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사라지는 서점에 대하여
어릴 적부터 책이 좋았다. 글을 읽는 것보다 책 자체가 좋았다. 그것은 나에게 세상에 내가 모르는 정보를 모아둔 마법서나 다름 없었다. 책은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 너무 뺀질뺀질한 소재로 만든 책은 무겁지만 잘 더러워지지 않고 핸드북의 재질은 거칠지만 가볍고 연필로 글을 쓸 때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난다. 책은 모두 색도 질감도 폰트도 글자 크기도 다르다.
서점은 보물창고나 다름이 없었다. 유난히 지적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서점 가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도서관은 시끄럽게 하면 안되지만 서점은 떠들어도 되는데다 새 책이 잔뜩 있었으니까.
요즘도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는 것 보다 서점에 가서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종류가 많이 없더라도 직접 책을 살펴본다는 것은 훌륭한 메리트로 작용한다. 이 책은 카페에 들고나가 읽기 적합한 크기인지 작은 가방에는 들어가는지 저자의 문체와 호흡이 나와 맞는지.
뿐만 아니라 서점에 들어갈 때 느끼는 시각적 효과도 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아무리 많은 정보가 들어있더라도 내가 직접 검색을 하지 않으면 정보를 알 수 없다. 그러기엔 정보가 너무 많은 곳이니까.
그러나 이 때 오프라인 서점에 가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찬찬히 서점의 끝에서 끝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나도 모르던 내 흥미를 찾기도 하는 것이다.
가볍게는 파이썬 교재를 사려다 유니티 교재를 본다던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옆에 있던 전혀 알지 못하던 신인 작가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던가. 가고싶은지도 몰랐던 라오스에 여행이 가고싶어지기도 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인도 신화를 기웃거려 보기도 한다.
인터넷 서점은 분명 최고의 문명의 이기 중 하나이다. 세상 어디에 있든 원하는 책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정보 격차를 줄이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나 가끔은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카푸치노를 마시며 보고 싶은 책을 발견하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은 인터넷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다. 직접 가서 만져보고 읽어봐야 결정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점점 오프라인 서점은 사라지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는 대형서점이 자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작은 개인 서점들만 자리 하고 있다. 이것은 이것대로 서점 주인분들만의 취향이 드러나기도 해서 즐겁지만 사라져 간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수요가 없다면 사라지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일개 소비자인 내가 그것을 '안타깝다.' 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광일지도 모른다. 그저 세상에 모든 서점이 사라지는 날이 오더라도 '그 시절은 참 불편했지.' 라는 생각보다 '그 때는 정말 즐거웠지.' 라고 추억하게 될 거라는 것.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공기 가득 베어져 나오던 잉크 냄새. 색색의 책들 사이를 보물찾기 하듯 누비는 즐거움. 그 모든 것이 나의 아주 소소한 행복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터넷 서점 때문도 있지만, 사람들이 책 자체를 읽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겠죠ㅜㅜ
그쵸 ㅠ 서점에 문제집도 없으면 장사가 아예 안된다더라고요 ㅠ 씁쓸한 일이네요 ㅠㅠ
사실 요센 대형 서점들도 책만 팔진 않죠
팬시 문구 블루레이 등등 ....
헌책방들도 대형 체인점들만 눈에 띄고
익숙함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도 슬프네요..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