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반대한다는 자유한국당이 정작 국회에서 한 일은?

in #kr6 years ago

중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위한 입법 막아온 자유한국당의 위선

요즘 자유한국당에서는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같은 말들이 자주 언급됩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인상했기 때문인데요.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만 꼽자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750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분들이 사업할 의욕을 잃으면 우리 경제엔 치명적이다", "소상공인의 피눈물이 주르룩 떨어지는 듯하다. (중략) 모두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다" 등인데요. 언뜻 보면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모두 최저임금 인상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최저임금 때문일까요?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중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최저임금 때문?

물론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편의점을 비롯한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최저임금 불복종'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저임금노동자와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간 '을 대 을'의 싸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 이르렀죠.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정작 이들을 정말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계속 오르기만 하는 임대료는 물론이고,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여전히 높은 카드 수수료 등입니다. 이는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고질적인 문제들로 꼽힙니다.

지난 5월에도 소상공인 5천여명이 모여 국회 앞에 숟가락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는데요, 당시 나왔던 요구사항도 국회에서 정쟁만 하지 말고 이러한 '민생 현안'들 좀 해결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목소리를 외면한 게 누구였을까요? 바로 중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외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었습니다.

'을'들의 아픔 이야기 않고 건물주 보호에 급급했던 자유한국당

이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법안들은 이미 수십 건 발의됐습니다. 그것도 20대 상반기 국회에서만요. 천정부지로 임대료를 올리는 건물주의 횡포를 막고, 가맹점 본사의 갑질을 일정 부분 근절할 수 있는 법안들입니다. 그런데 이 중 대부분은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물주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계약을 갱신해달라는 임차인의 요구를 5년 동안 거절할 수 없는데요. 이 경우에도 임대료 및 보증금을 5% 이상 올리지 못합니다. 바꿔 말하면 5년이 지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몇 배나 올려도, 재계약을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발의된 법안은 이 보호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얼마 전 벌어진 '궁중족발 사건' 기억하시나요? 그 비극의 시작도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법에서 규정한 5년이 지나자 건물주는 월세를 300만원에서 1,200만원까지 올리고, 이를 거부하자 무려 12차례나 강제집행합니다. 분을 참지 못한 임대인은 걸국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일까지 벌어졌던 것이었죠.

그런데 이러한 비극을 막는 법안을 논의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회의록을 통해 당시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시죠.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 이게 5년에서 10년 또 혹은 아예 제한을 없앤다? 이 법이 기본규정이 생길 때만 해도 소유권 침해라는 논란이 많았는데 이렇게 대폭(적으로 늘리고), 아예 제한을 없앤다는 것은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장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헌법 위반 문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갑질 임대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비꼬면서 이런 발언도 합니다.

"그런데 좀 할 말이 없습니다. 영세상인들 (상대로) 갑질 계약을 했던 (의혹이 있는) 사람이 바로 박상기 법무부장관이에요. 제가 인사청문회 때 '이런 분이 (장관) 되면 상가건물 이런 법 개정해서 영세상인들 도와주자고 분명히 할 것'이다. (중략) 법무부 장관이 무허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갑질 계약을 하는데, 지금 무슨 (계약갱신 기간을) 5년에서 10년, 아무리 그것 늘려 놓으면 뭐해요?"

대기업 갑질 좀 막아달라는 호소에 자유한국당의 답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의 갑질을 막기 위한 법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대표적으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 있는데요.

가령, 프랜차이즈 본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가맹점에 리모델링 공사를 강요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공사 비용의 일부분을 본사가 내도록 하는 법안(홍익표 의원 대표발의)은 지난 2016년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발의됐습니다. 본사가 새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할 때 기존의 가맹점과 너무 인접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거리를 명시하는 내용의 법안(이학영 의원 대표발의 등)도 있습니다. 이 법안들은 현재 정무위에서 논의되고 있는데요, 여기서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을'보다는 '갑'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섭니다.

김종석 의원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가맹사업자(중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이 무슨 노비 문서로 끌려 들어간 것 아니잖아요. 싫으면 관두면 되는 것 아니에요 (중략) 그렇지 않아도 장년 창업이니, 취업자 문제에 있어서 가맹사업도 나름대로 출구 역할을 하는데 을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덕지덕지 규제를 가해 놓으면 오히려 이분들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상당히 위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는 중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 등을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으로 해석됩니다.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한 거래가 마음에 안들면 계약하지 말았어야 한 것 아니냐는 오만함도 느껴집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현실적으로 (중소상공인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계속 발생한다"고 설득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나머지 법안은 제대로 논의가 이뤄진 기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중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를 낮춰주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 개정안도 자유한국당 의원의 반대로 가로막혔습니다.

역시 정무위 김종석 의원인데요. 이번에도 김 의원은 자유로운 거래만 강조합니다.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가맹점이 자유롭게, 그리고 카드사가 자유롭게 거래 상대방을 정할 수 있게 해주면 가격 규제 필요 없습니다. 내려가게 되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이제라도 중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눈물 닦아줄까

민주당 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은 18일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법안 반대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수석부의장은 "(그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유 재산권 보호라든지, 시장경제라는 애매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사실상 고의적으로 회피하거나 법안 통과를 방해해왔다"며 "결국은 전세계에 유례없는, 자영업자들에게 매우 불리한 법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만 반대하는 것 같은데 다수결로 처리하면 안 되냐고요?

국회 및 국회의원 관계자들은 "소위는 만장일치가 관행"이라고 답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민생 법안이 발의되더라도 국회의원 1명이 "신중히 검토하자"고 하면 통과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법안들이 언제 다시 논의될지 모르는 채 계류만 반복되는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한 일은 을이 아닌 갑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자유한국당이 중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건 조금 뻔뻔하게 느껴집니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국면에서도 중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갑'의 주장을 대변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이제와 '상가임대차보호법 반대한 적 없다',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당장 상가임대차보호법과 함께 카드 수수료 인하, 가맹사업법 개정 등 민생 입법들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는데요. 앞으로 자유한국당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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