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미혼모는 왜 ‘신생아 구조’ 자작극을 벌일 수밖에 없었나?
한 대학생이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구조했다는 '미담'이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대학생이 엄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자작극'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하면서 '무턱대고 비난할 일인가'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취재했습니다. 단순히 이 사건을 '자작극 이었다'고 덮고 넘어갈 사건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민중의소리 사건팀 양아라 기자의 취재기사 전문을 전해드립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 미혼모, ‘비밀출산’과 ‘아기유기’까지
"고양이가 우는 거 같아 현관문을 열어보니 갓난아이가 버려져 있었어요"
여대생 A씨는 30일 오전 4시, 영하의 날씨에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왔다. 이후 형부는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는 무사히 구조됐다. 하지만 아이를 구했다는 A씨는 아이의 진짜 엄마였다. A씨는 부모에게 들킬까 두렵고 혼자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아이를 구한 것처럼 해 양육을 포기하려 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미혼모는 있지만 미혼부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대학을 갓 졸업한 B씨는 불법인 낙태를 할 수 없어 남자친구에게 "아이를 낳을거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내 아이인지 어떻게 아느냐"라고 냉정하게 돌아섰다. 이후 남자친구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말만 남긴채 연락이 두절됐다. 결국 아이를 출산한 후 친자 포기각서에 서명하고, 아기를 입양 보냈다. B씨는 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 속에 살고 있다.
"아기를 낳고 어쩔 줄 몰라서 안고만 있었어요"
20대 초반의 C씨는 갑작스러운 출산에 당황한 나머지 혼자 4시간 동안 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가 돌연 숨지자 수건에 감싼 아기의 시신을 골목길에 버렸다. C씨는 아이를 죽일 생각은 결코 없었다. 아기의 시신을 발견한 주민들의 신고로 B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30일 오전 광주 북구 두암동에 있는 아파트 8층 복도에 버려진 여자 신생아가 있다는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원들이 신생아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는 모습 (엘리베이터 CCTV 사진)
비밀출산 후 아이를 유기하는 미혼모...그 이유는?
미혼모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아기를 유기했다가 구조한 자작극 사건, 탯줄도 떼지 않은 아기를 내다 버린 사건 등으로 세간의 관심이 미혼모에 쏠리고 있다.
왜 이같은 미혼모들의 '아기 유기' 사건이 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주변의 도움없이 비밀 출산하는 경우, 어쩔 줄 몰라 방치하거나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미혼모들이 혼전 임신 등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때문에 임신 사실을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임신 사실을 알릴 경우에도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은 낙태나 입양을 권유받는 사례도 있다. 출산 후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을 겪는 이들은 아이를 유기하는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는 것이다.
허남순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예전보다 미혼모에 대해 사회가 관대해졌다고 하지만 대부분 부모들은 '내 자식은 안 된다'라는 생각하고 있어 가정에서 미혼모에 관한 편견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상담을 받거나 시설에 가는 것조차 신원이 노출될까봐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미혼모를 위한 제도를 보완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혼모 늘어나는데 제도는 미흡 "미혼모도 아이키울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미혼모들을 위한 제도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미혼모들은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의료, 숙식, 상담 등 서비스 제공하는 시설에서 보통 출산 후 6개월 미만까지 거주가 가능하다. 또한 양육 미혼모를 위한 공동생활가정을 통해 1년간 자립력을 키우며 가정을 꾸리는 연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적인 조치일뿐, 미혼모가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들은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아기를 유기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출생 신고를 해야만 입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두려운 미혼모는 입양 대신 '베이비박스'를 선택하기도 한다.
미혼모들이 겪는 어려움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부도 자녀를 키우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혼모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아기를 유기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최소한의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아이를 양육하는 미혼모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이 2016년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법적으로 미혼이면서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모는 2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에 반영되지 못한 미혼모들까지 합하면 통계 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드러나지 않는 미혼모 관련 사건이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취재 및 기사 :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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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가 합법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왜 여자 혼자만의 고통으로 남는지ㅡ
ㅠㅠ
포털에 있는 기사를 보면 온통 여자에 대한 비난뿐이더군요. 남자친구 말이 맞는거 아니냐며....맙소사... 왜 동일 사건의 가장 큰 피해인 여자만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걸까요?
임신을 하고 혼자 비밀 출산을 해야만 했고, 그 아이를 유기하기까지...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웠을지...
아기를 유기한 행위 자체가 칭찬받을 행동은 아니지만 그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회피한 남자에 대한 비판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같은 여자로서 화가나네요...
너무 가슴 아프고 화가 납니다.
무책임한 남자들 반성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ㅠㅠ
'자작극'이라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고민을 했습니다. 그저 자작극이었다라고만 보도하면 끝인가... 그래서 더 들어가봤습니다.
진정한 언론의 역할을 감당하고 계시는군요..
요즘 메이저 언론들은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느라...
이렇게 제대로된 언론들이 스팀잇이라는 멋진 플랫폼을 통해 재정에 압박 없이 당당하게 제 역할을 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권력과는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게 언론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스팀잇의 철학이 자리를 잡기를 저희도 바랍니다 ㅎㅎ
여성분의 극단적인 선택은 잘못되었지만,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고를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무조건적인 손가락질은 할수 없었겠습니다. 내가 그런 상황이였다면 안그랬을까? 쉽지 않은 이야기네요.
대한민국에 출산율이 나날이 떨어지는데 과연 그게 요즘 젊은사람들 때문일까요? 정말 생각을 많이하게 만들어주는 뉴스네요.
네 그런 문제의식으로 취재를 시작했고, 비슷한 사건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ㅠㅠ
출산과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가하고, 낙태법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고, 싱글맘에 대한 편견, 특히 미성년자의 출산에 대해서는 사회적 편견이 여전한 상황... 정말 답없는 상황입니다.
낳아도 문제 낳지 않아도 문제... 함께 책임져주는 사람은 없고... 취재기자도 취재하면서 답답해 했습니다.
너무 슬프네요... 왜 이런 짐을 여자만 져야하는지
ㅠㅠ 슬픕니다. ㅠㅠ
Always love your article but the main problem is the meaning.
아일 키우는 입장에서보면...
아일 버리는 미혼모든... 학대하는 부모든..
한편으론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까지 했을까...
나중에 평생 후회하고 아플텐데..
어리고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도와주지 않아서...
어리고 몰라도 잘하는 사람들도있긴하지만...
어리고 모른다고 해서 버리고 학대하는 것이 정당화될수없다는건 알지만...
저들도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일텐데..
안타까워요
ㅠㅠ 정말 안타까운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