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최면' 후기
여름!
덥죠!
시원할 게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공포연극을 보기로 했습니다.
'최면'
왜 흔히들 그러잖아요.
최면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발상에서 시작하는 작품이
오늘의 연극, '최면'입니다.
혹
시
모
르
잖
아
요
이
걸
볼
예
정
일
지
으
아
아
아
내
용
을
숨
깁
니
다
- 줄거리
자, 한 쌍의 커플과 한 남자가 있습니다.
절친한 친구 광현과 성진, 그리고 광현의 약혼녀 은별.
세사람은 참 사이가 좋아 보입니다.
즐겁게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요.
키에 인물에 무엇하나 꿀릴 것 없는 성진이
왜 솔로인지 알 수 없다는 은별의 말에
광현은 그의 취미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성진의 취미는 심령사진 찍기, 최면 등
'오컬트'분야에 집중되어 있었거든요.
심지어 몸에 뭘 감는게 싫다면서
시계조차 회중시계로 들고 다닌다는 성진의 말을 들은 은별은
'최면'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보이며
언젠가 최면을 받아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은별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닥칩니다.
성진에게 소개팅도 해줬던 직장동료이자 친한 언니였던 지민이
갑자기 목을 긋고 자살해버린 것입니다.
그걸 눈 앞에서 지켜본 은별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자꾸만 헛것을 보게 됩니다.
자꾸만 지민언니가 나타난다며 불안증세를 보이지만
병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봐도 차도는 없고,
성진이 최면치료 이야기를 꺼내자
광현은 고심끝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은별의 치료를 부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일의 흑막은 사실 성진이었죠.
처음 본 순간부터 맘에 들었던 은별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최면을 실험해가며 때를 기다렸던 것이었습니다.
핑계를 대 광현을 내보내고 난 성진은 은별에게 최면을 걸고,
은별의 머릿속에서 나쁜 기억을 지워내는 동시에
매일 밤 열한시에 자신을 찾아오도록,
그리고 새벽 두 시가 되면 그걸 모두 잊어버리도록 최면을 겁니다.
그 이후론 성진의 세상.
출장이 잦은 광현이 집을 비우면 은별은 자신도 기억 못 하는 새에
성진을 찾아가 밀회를 하는 나날이 이어집니다.
이따금 경비아저씨가 맨발로 집을 나서는 은별을 보곤 하지만,
출장중인 광현은 그런 은별을 찾는 일마저 성진에게 맡길 만큼
성진에 대한 신뢰가 각별합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만큼 시달리던 은별이
제 모습을 찾은 것만으로도 평생의 빚을 졌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런 나날도 길지는 않았습니다.
밀회 중 우연히 언급한 '최면'이라는 키워드에서
지민의 이름을 기억해낸 은별은 발작을 시작하고,
그때부터 조금씩 성진을 향해
삐뚤어진 집착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성진은 귀신에 사로잡힌듯한 공포를 느끼며
조금씩 은별을 멀리하려고 하던 중,
예상 못하게 광현이 출장에서 일찍 돌아왔음을 알게되고
급하게 돌아가려는 성진을 붙잡는 은별과의 실랑이에서
성진은 은별을 죽여버리고 맙니다.
성진이 은별의 시체를 발견하고 당황하는 와중에
들키지 않고 무사히 광현의 집을 빠져나가는 성진.
그 뒤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지만
수사는 오리무중입니다.
광현은 우리집을 밥먹듯 드나든
성진의 지문과 머리카락이 나오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그럴 리가 없다고 하고,
cctv에는 제대로 잡힌 증거가 없습니다.
수사는 난항을 겪고 이대로 성진은 자유의 몸이 되는가 싶었는데,
광현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경찰에서 확보한 블랙박스에서 성진을 범인으로 특정했음을 알립니다.
강하게 부인하던 광현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성진을 찾아갑니다.
이미 망한 상황입니다만,
성진에게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살아있을 리가 없는 은별이 여전히
열한시만 되면 여전히 자신을 찾아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진은 뿌리쳐도 뿌리쳐도 따라오는 은별의 모습을 뿌리치지 못하고,
광현이 성진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마지막으로 경찰서에서 성진을 발견했을 때의 정황을 설명하던 광현은
증거물이라던 사진을 보고, 그 순간 회상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여기부터가 사건의 진상입니다.
드
러
나
는
진
실
사실은 성진과 은별은 이미 내연관계였습니다.
우연하게 두 사람의 내연관계를 알아차리게 된 광현.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두 사람을 죽여버릴까 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방문 앞에서 돌아선 광현은
두 사람을 향한 복수를 계획하던 중
최면을 통한 살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을 죽이기로 의뢰하지만,
자신 또한 의심받지 않길 원한 광현은
자신의 기억또한 잠시 숨겨주기를 요청합니다.
그리고 기억이 돌아오는 트리거로,
성진과 은별이 함께 나오는 사진을 설정해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형사에게 시계를 건네받으면서
'몸에 뭘 거는게 거추장스러워 회중시계를 들고다닌다'는 대사는
앞에서 성진이 했던 말로 나오지만,
이건 성진을 나쁜놈으로 만들고 싶었던 광현의 설계였을 뿐,
실제로 최면 등 오컬트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 광현이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공연시간의 90%동안 본 것은
실제가 아니라 광현이 설정해둔 최면 속의 이야기였습니다.
유일하게 진상을 알았어야 했을 광현조차
최면을 통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세 사람의 시선에서 불일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엔 없었습니다.
이제 모든 복수는 끝났고, 막이 내립니다.
- 감상평
이해하기 쉬우세요 어려우세요?
단관한 사람들끼리 결말을 보고
무엇이 맞는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왜냐면 지금 이 설명도 나름 구조를 단순화한거거든요.
실제로 저는 처음 봤을땐 다르게 생각했었습니다.
극의 구조가 중간에 충분한 복선 하나 없이 확 뒤집혀서
앞뒤순서를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게 정답인진 잘 몰라요.
작가님께 가서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
또, 음향효과....
인상깊은 리뷰가 있어 잠시 첨부합니다.
음향효과가 시끄럽습니다.
'무섭다 = 집에 가고 싶다'가 성립한다면,
이 연극은 무서운 연극이 맞습니다.
아주 시끄럽습니다.
보통 사람 놀래킬 때
야!
하고 한 방에 끝내지
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고 안 하잖아요?
근데 이 연극은 그래요.
찢어지는 여자 비명소리가 최대음향으로 5초간 이어집니다.
놀라는 데는 처음 0.5초면 충분한데
평정심을 찾고 나서도 소리가 사라지질 않아요.
귀신 부대에서 아침점호하는줄 알았어요.
가장 큰 목소리로! 전방을 향해! 5초간 발사!!
......
귀가 좀 아팠습니다. 진짜로.
연출 불러와서 소리 켜놓고 한 1분만 나갔다 들어오고 싶을 정도로.
놀래키는 포인트도 썩 훌륭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엠티자리에서 둘러앉아서 무서운 이야기할때
가끔 이야기 중간에 왁! 소리내서 놀래키잖아요?
그런 부분으로 놀래킨다거나,
암전후 화면이 밝아지는 장면에선
항상 놀래키려고 소리치는 대사로 시작하는게
원패턴으로 반복되니까
이젠 화면이 어두워지면
아....좀있다 큰소리치겠나 싶다거나.
뒷자리 기준으로는 거울에 비친 귀신이 잘 안보인다거나,
천장에서 뭐가 떨어지는데 맥락이 없어서
'그냥 헛거'라는 점만으론 잘 상상이 안간다거나.
배우들의 연기는 참 재밌었는데,
까놓고 이거 공포 하겠다고 이상한 연출 넣지 말고
차라리 이야기 전개에 더 충실했음
배는 더 재밌어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점
- 냉방이 시원하다
- 이야기 구조는 재밌다
단점
- 장면장면은 재밌었는데 흐름 구성이 복잡했다
- 공포연출이 완전 별로였다
- 소극장인데 무대의 전면부 바닥을 활용하는 장면이 많아서 뒷좌석에선 잘 안보였다
- 사운드 구성 진짜 매너좀
총평
사실 볼 때는 재밌게 봤고 보고나서도 같이 떠들어서 좋았습니다.
근데 단관이 아니었으면 이만큼 재밌진 않았을 거 같아요.
스토리 굿이네요!
좀 시끄러웠다니 이렇게 후기로만 감상 ㅎ
고마워요.^^
awes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