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하여
‘글쓰기’에 대하여
친구 중에 작곡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다. 만날 때마다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몇 개씩 들려주곤 하는데 들어보면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곡들이다. 이것은 불꽃놀이를 연상시키고 것이고 또 이것은 호수를 연상시키는 것이고 등등 설명도 같이 해주는데 들으면 대체나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음악을 하고 싶어 편입까지 한 이 친구는 가끔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감상하기보다는 단순히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음악을 듣는다고,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음악을 채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오는 곡들도 그에 걸맞게 단순히 ‘채우기용’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처럼 비슷한 선율과 리듬에 사운드를 조금씩 덧붙여서 만들어져 나온다는 것이다. 새롭고 참신한 것은 찾아볼 수 없고 기존의 단순한 선율 위에 자극적인 사운드(이것이 제대로 된 표현인지 모르겠으나)를 덧붙여 만들어진 곡들이 음악차트를 메우고 사람들은 단순히 그 음악 차트 순위를 무한 돌림 하면서 귀에 채운다는 것이다. 친구와 이런 현상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해 보았으나 음악에 흥미도 없고 친구가 말하는 용어들도 잘 이해하지 못한 나였기에 대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별 소득 없이 끝났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글을 보다가 문득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 단순히 음악을 귀에 채워 넣는다. - 그리고 음악뿐만 아니라 글도 단순히 습관적으로 채워 넣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인터넷상에서 매일 실시간으로 수많은 글들이 새롭게 올라오고 사람들은 그 글들을 무심코 읽고 무심코 글을 올린다. 그리고 이러한 글들은 실시간으로 서로 자극을 주고 서로 반응한다. 어떤 이슈가 터지면 초 단위로 올라오는 글들 또 그 그들을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글들. 나는 이런 글들이 ‘채우기용’ 글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지 귀를 채우기 위해 듣는 음악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인터넷 공간을 채우는. 대부분의 이런 글들은 감정이 앞선 글들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진정성이나 논리성을 찾기 힘들다. 트위터와 같은 SNS가 항상 시끄러운 이유는 이와 같은 분류의 글들 때문이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글들은 사안에 대한 사실 확인이나 충분한 숙고를 생략한 채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느끼는 대로 글을 쓰고 올리기 때문에 대체로 소모적이고 거기에는 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글들을 읽고 무심코 또 반응하지 않는가. 나는 이와 같은 글쓰는 습관이 글을 쓸 때 지양해야 할 ‘글을 채우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을 생각 없이 읽다 보면 이 사람 말도 맞고 저 사람 말도 맞고 라는 식의 줏대 없는 나 자신을 보곤 한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생각해야지’ ‘생각해야지’ ‘생각하면서 읽어야지’라고 되뇐다. 그래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글도 써 보기도 하지만 잘 안 된다. 몇 줄 적어 놓고 보면 허점 투성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P.S 감정적인 글들이 모두 안 좋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방향성 없고 대의(大義)도 없이 지나치게 감정만을 앞세운 글쓰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4
어느 날 머리 위에 널브러진 사편(思片) 하나
부여잡고 하루 온종일 끙끙 앓다
제풀에 맥없이 놓아버리면
날을 바짝 세우던 펜촉은 이내
갈피를 읽고 허공에서 허우적대고
백치(白癡) 얼굴의 흰 종이는 무안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다
글을 채우는 행위
왠지 모를 반성을 해보기도 하네요
편안한 저녁 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그냥 제 사견이라 가볍게 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