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위로에 관한 단상

in #kr3 years ago

fantasy-6403406_1920.jpeg

어려움에 관한 상대의 토로를 잘 들어주는 것, 에 대한 화두가 잠시 나왔다 들어갔던 어제의 커피 브레이크.

상대가 겪은/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가능한 한 경솔한 '조언'(의 탈을 쓴 '자기 주장') 이나 대꾸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인 나는, 다른 한편,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이런 니즈에 대해서 보통은 마음을 비우고 지내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선 이러한 세심한 따뜻함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 나도 하나의 사람인지라.

하지만 그 '가까운 누군가'에게, 내가 바라는 맞장구 메뉴얼을 숙지시키고 그대로 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적어도 내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요구와 동시에 위로는 커녕 진정한 의미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조차 성립될 수 없기 때문.


...
그러고 나서 해가 바뀌어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며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보고 켠 '너는 나의 봄' 7화에서, 흡사 내 가슴 속 외침을 대변이라도 해주는 듯한 대목을 맞닥뜨리고는 속에 얹혔던 것이 조금은 내려가는 듯한 맛을 보았다. 사실 이전 회차들을 본 것도 아닌데 굳이 이 회차를 만난 우연 자체가 마치 소소한 선물 같았네.


...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양 신난 표정을 짓는 N에게, S가 대뜸 치고 들어온다.

"진짜 힘들었겠다.
이젠 좀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정적.
그리고 N의 눈물.

이어지는 내레이션.

'얼마나 힘들었냐는 말, 이제는 그렇게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
떨고 있던 그날의 당신을 안아 주진 못했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 지금의 당신을 안아 주고 싶다는,
아마도 가장 따뜻한 위로.'



저렇게 안기고 싶을 때가 나도 있는데, 라는 작은 아쉬움을 다시 고이 접어 넣고 오늘의 일정을 위해 화면을 껐다.

Coin Marketplace

STEEM 0.21
TRX 0.20
JST 0.034
BTC 91797.35
ETH 3122.69
USDT 1.00
SBD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