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 택시 안에는 그들만의 인생 철학이 담겨져 있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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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오늘날씨가 좀 많이 따듯하네요. 이제 봄인가봐요."

3월 들어서 처음으로 탄 택시 안에서 내가 가볍게 건내었던 인사였다. 하지만 택시기사님은 의외로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지. 하지만 따듯해 지기만 하면은 예전과 다르게 나는 씁쓸해지기만 한단다. 벌써 봄인가 하고."

"하하, 그런가요? 음..하긴. 지나간 날들은 늘 씁쓸하기는 하죠. 그래도 앞으로 다가오는 날들은 늘 설래지 않나요?"

"하하. 그렇지. 하지만 나이가 드니까 씁쓸한 쪽이 더 강해지네. 어느덧 나이도 70줄이니까 말이야"

할아버지는 문득 도로를 살피다 이야기를 꺼냈다.

"옛날에 나는 양산에 살았었어. 그 당시에 그곳은 촌 동내라 전기라는 것이 없어서 매일 밤이 어두웠었지."

"오. 양산이라. 바로 이쪽 근처네요. 그러면 밤에는 불을 키려면 양초라도 켰나요?"

"하하, 양초 그런게 어디있어. 그때는 양초가 비싸서 그런거 살 돈이 없었어. 그때는 고기기름 같은걸 한번씩 썼었지.

여하튼. 그때의 길은 이런 아스팔트가 아닌 자갈 길이였어 아스팔트라는 것은 존재 자체를 어렸을때는 몰랐었지.

그러던 어느날 내가 서면(부산)에 있는 외할아버지 집 댁에 갈 일이 생겼었어.

그래서 차를 타고 도시에 들어오니까. 자갈길이 아니라 왠 검은색 길이 쭉 펼쳐져 있는거야. 그래서 나는 차를 운전하고 있던 외삼촌에게 물어봤지.

『삼촌 이 검은 색 길은 뭐에요?』

『 아 이거는 아스팔트라고. 이거를 씌워 놓으면 흙도 안날리고 먼지도 안 생겨서 좋아.』"

"아 진짜 그것때문에 아스팔트를 쓰는거에요?"

"몰랐어?"

"그렇죠. 저는 태어날때 부터 그게 당연한 거였으니까요."

"그럴수도 있겠구나. 나는 너 때와는 다르게 아스팔트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런 시절이 있었단다.

여하튼. 나는 도시에 들어와 움켜지는 심장을 움켜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단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살펴보니 어느덧 해가 어눅어눅 해 지고 있었지."

"그래서요?"

"그렇게 시내 구경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지. 그런데 외 삼촌이 나를 보고 밖으로 나가자는거야. 별을 보러가자고. 나는 삼촌을 따라 밖으로 향했어.

하지만 바깥에는 우리 고향 보다 훨씬 별 이 보이지 않는거야. 그래서 나는 외 삼촌에게 물어봤어.

『삼촌. 별이 보이지 않는데요?』

그러자 삼촌은 나에게 말했어.

『 에이, 조금만 따라와보면 알아. 』

그렇게 나는 삼촌을 따라 뒷산으로 향했어. 그리곤 외 삼촌이 나를 보고 이야기 했지

『저걸 봐봐』

나는 그때 처음 보았어. 밤하늘에 잡을 수도 없을 것 같이 멀리 떨어져 있던 별들이 도심속으로 내려와 반짝이던 풍경을 말이야.

난 그 반짝이던 서면의 풍경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어."

"오..."

할아버지는 택시 안에 있는 빽미러로 나를 흘긋 쳐다 보시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이후 나는 짧았던 부산구경을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어. 그리고는 고향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쳐다보며 생각했어.

『언젠가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도. 저 잡히지 않을것 만 같은 별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갈 날이 다가 오겠지』 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정말로 밑으로 내려왔네요."

"그렇지. 껄껄"

"음... 뜬금 없기는 한데 제가 처음 택시를 탔을때 택시 가격이 1800원 이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2800원 밖에 오르지 않았네요."

할아버지는 잠시 그 말은 들은후 잠시 생각을 하더니 금새 웃으셨따.

"어... 하하하! 그렇구나! 너 기준에서는 아직까지 세상이 그렇게 많이 변한게 아니구나. 내 기준에서는 처음 택시가격을 보았을때 80원이였으니까 10배 가까이 오른거지만 말이야."

"맞아요. 하하. 그러니까 오히려 저보다 세상을 신기한 눈으로 매년 쳐다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허허. 그게 잘 안돼. 너도 나이가 들면 알게 될꺼야"

" 그런가요?. ㅋㅋ 얼마죠?"

그날, 유난히 따듯했던 3월. 그렇게 웃음이 가득했던 택시에서 내려. 나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봄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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