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회계처리 이슈 :: 현금? 금융상품? 무형자산?

in #kr7 years ago

얼마전 회계법인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선배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회계자문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증권사 회계감사를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저에게 연락을 한겁니다.

증권사의 경우 고객의 돈을 예치하고, 고객의 주문 요청에 따라 주식 매매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는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공공기관을 통해 고객의 주식을 예치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증권사 재무제표에는 고객들의 주식 자산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는 다릅니다. 고객의 가상화폐를 다른 독립적인 기관에 예치하지 않지요. 거래소가 해킹당해서 자산이 유출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거래소는 고객들에게 배상할 책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증권사 회계처리와는 달라야 할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다만, 장부상 계상된 가상화폐는 어떤 계정과목으로 분류해야 하는지는, 저도 자료를 찾아봐야 했습니다.

작년부터 회계학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있었습니다. 아직 결론에는 이르지 못한 듯합니다. 오늘은 고려대학교 이한상 교수님이 공유한 발표자료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현행 회계기준으로 가상화폐를 분류할 수 있나?

현행 기준상 가상화폐 분류로 검토되고 있는 항목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료 :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관련거래의 회계처리, 고려대학교 이한상 교수

현금, 현금성 자산, 금융상품, 무형자산, 재고자산, 공정가치분류대상자산 입니다. 위의 계정들은 모두 가상화폐를 조금씩 표현해내고 있지만, 적확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가격 변동성 때문에 현금 및 현금등가물이 될 수 없고, 발행자에게 현금 내 놓으라는 권리가 없기에 증권도 아닙니다.

그래서,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다수설로 부상하고 있고, 실제로 빗썸의 경우 가상화폐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화폐의 경우 명백한 유동자산의 성격을 가지기때문에, 비유동자산인 무형자산으로 분류할 경우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가상화폐의 정의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회계정책 개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회계학자들은 사고(?)는 공대생들이 치고, 뒷수습은 우리가 한다고 자조하곤 합니다ㅎㅎ 어려운 과제를 만난 셈이지요.

2. 회계정책 개발을 위한 논의 - 가상화폐의 생애주기 및 기능 관찰

회계기준이 가상화폐의 정의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회계정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가상화폐의 생애주기와 기능별 역할 관찰이 필요합니다.


자료 :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관련거래의 회계처리, 고려대학교 이한상 교수


(1) 채굴활동 회계처리(표의 2번 항목)

과자를 만드는 회사의 경우를 가정하면, 과자를 만들면서 발생한 비용(원재료, 수도광열비, 인건비 등)을 과자라는 상품에 녹여내 재고자산으로 집계합니다. 가상화폐 채굴의 사례로 보면, 판매 목적으로 채굴활동을 할 경우, 채굴비용을 집계하여 재고자산으로 분류하게 됩니다.

그러나, 코인의 공정가치가 매우 크게 변동하면, 회계처리가 복잡하게 됩니다. 재고자산으로 분류된 코인의 가치 변동을 매일 반영할지, 아니면 취득원가(투입비용) 그대로 유지할지가 이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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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한국일보 자료 사진


(2) 투자자 회계처리(표의 3번 항목)

투자자의 경우 단기 차익 목적과 장기 보유 목적을 나눠서 살펴봐야 합니다.

단기 차익을 목표로 할 경우, 유동자산, 투자자산의 성격을 동시에 설명하는 계정 분류가 필요합니다. 다만, 이 때 가상화폐의 공정가치(시세)를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폭이 크고, 국가/거래소 별로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주식처럼 일관된 평가값을 부여할 수 없습니다. 현행 기준상 활성시장이 많을 경우, '최고-최선의 사용'과 '가장 유리한 시장'의 해석 및 판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한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할 경우, 공정가치 변동분을 반영하지 않고, 취득원가로 처리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결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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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거래소 회계처리(표의 4번 항목)

최근 가장 크게 관심을 쏠리는 부분이지요.

거래소 규모가 커지고, 외부 감사를 받아야할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거래소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에게도, 거래소의 재무제표가 중요한 이슈입니다.

사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엄밀한 의미에서 거래소가 아닙니다. 거래소는 청산 및 보증기능이 핵심입니다. 증권사도 거래소가 아니구요. 한국거래소(KRX)가 유일한 거래소입니다.

빗썸 같이 거래소라고 불리우는 곳은 사실 가상화폐 '중개업자'입니다. 비유컨데, 부동산 중개업자가 매매할 부동산을 자기 재산 안에 두고 있는 셈이죠.

중개업자가 자신의 전자지갑 안에 투자자의 가상화폐를 보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경우,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는 고객으로부터 예탁금을 받아, 가상화폐를 매입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서, 원칙적으로 재무상태표에 인식되지 않아야 합니다. 감사보고서의 주석사항으로 보유 현황, 액수, 금액변동성 등이 기재될 뿐이지요.

그러나, 현재는 거래소의 재무상태표에 고객의 가상화폐가 인식되어 있습니다.


자료 : https://www.bithumb.com/u1/US150


3. 마치며

가상화폐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실체이기 때문에, 기존의 개념체계로 해석할 때마다 혼선을 빚을 수 밖에 없습니다. 회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회계는 과거를 기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13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상인의 기록에서 최초의 흔적이 발견되는 복식부기 회계는, 기술의 발전을 지나면서 같이 발전해왔습니다.

지금은 과도기 적인 상황입니다. '과거의 언어로 해석할 수 없어! 아니 과거의 언어로 해석하면 안돼!'라고 할 수 만은 없습니다. 가상화폐의 공정가치 평가 이슈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가상화폐를 기존의 화폐체계로 환산하려다보니, 뭔가 개념이 잘 안맞는 겁니다.

가상화폐는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적어도 무형자산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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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의를 볼때마다 가상화폐가 얼마나 새로운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기존 개념으로는 제대로 포섭하기 어렵네요- 잘 읽고 갑니다 :)

네, 법률 쪽에서도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골치 아픈 과제를 떠앉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책과 법률 쪽에서 먼저 결정해주시면 회계는 따라가지 않을까 싶습니다.ㅎㅎ 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캬아~ 드뎌 CPA의 진가가 빛을 발하는군요. 좋은 글 가즈아! ㅋㅋ

@subijung01님 안녕하세요. 여름이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게 잘 정의가 되야 제대로 된 논의가 될 것 같습니다 ㅎ

그 동안 심심했는데, 잘 된 것일지도 모르지요ㅎㅎ 그야말로 새로운 개념의 탄생입니다.

@홍보해

당장 작년에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법인은 어떻게 회계처리를 하고 있나요?

빗썸의 경우 당좌자산 내 '전자화폐' 계정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결산일 시점의 시세를 반영해서 측정하고 있구요. 단기투자자산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단기투자자산으로 처리하고, 결산일 시점 시세 반영이 회계적으로 가장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이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조금 늦었죠?
1일 1포스팅해주시면^^ 짱짱맨은 하루에 한번 반드시 찾아온다는걸 약속드려요~

감사합니다!!

사고는 공대생들이 치고, 뒷수습은 회계학자가 한다.. ㅎㅎ 재미있네요.
정부도 우선 이런 개념 정립부터 확실히 하고 과세를 하든 중지를 시키든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법조계 분들이 더 고생이실듯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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