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살이] [일상생활] 일기 1일째, 생각보다 쉬운 삶은 없는 것 같다

in #kr7 years ago (edited)

벌써 런던에 온지 한달이 지났다. 지난 4주를 돌아보면 기대한 것처럼 쉽게 해결된 것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방을 구하는 것도(결국 실패작이 되었고), 학원 클래스 메이트와 친해지는 것도, 친구를 만드는 것도 그리고 날씨까지 무엇 하나 쉽게 해결된 것이 없다. 나의 지난 4주는 치열했다.

  1. 방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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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ewing 갔던 Shoreditch 지역, 살고 싶었는데 조건이 좋지 않았다.>

나름 저렴하게 생활하겠다고 싼 곳을 찾아 교통비까지 비교하다 3존으로 오게 되었는데, 결국 1존에서 튜브를 타는 일이 일주일에 3~4번은 생겨서 비용 절약은 꽝이 되었고, 오래된 건물이라 방음이 잘 안되는 와중에 윗층 사람이 너무 시끄러워서 싼 비용 만큼의 스트레스를 더 얻게 되었고(지금 이 글을 오후 11시에 씀에도 윗층 남자는 기괴한 소리를 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같은 플랫에 사는 플랫 메이트 일부가 너무 배려 없이 활동하여 스트레스를 배로 느끼고 있다. 대체 구두를 신고 왤케 크게 소리내며 다니는지, 주말 오전에 주방에서 너무 크게 주방용품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지 점점 불만이 쌓이고 있지만 짧은 기간이기에 그냥 참고 살고 있다. 방에서 이어 플러그를 끼고 잠을 잘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다.

  1. 학원 클래스 메이트

같은 반 애들은 다 좋은 애들이다.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딱히 그들과 친하지 않다. 내가 좋은 애가 아니어서는 아닐꺼라고 믿고 싶다. 처음엔 학원을 오면 그냥 친구가 생기고 같이 놀게되는 줄 알았다. 나의 생각이 짧았다. 그냥 생기는 것은 없다. 같이 시작한 브루노와 나를 봐도 그는 사교성 있게 먼저 있던 반 아이들을 모아 그룹을 만들었고, 그의 마지막 주인 지금 그 그룹의 중심이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사교성이 없기에 그냥 있었고 결국 지금도 그냥 있고 있다.
사실 핑계를 대라면 나이차가 많이 나서, 같은 반의 한국 분이 먼저 놀아보니 애들이 너무 생각이 어리다고 하기에 피하게 되서 라는 둥 많이 친해지지 못한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전적으론 나의 사교성이 부족하여 특별히 친한 친구가 생기지 않은 것 같다. 한 두명의 친구가 생긴 지금도 사실 쉬는 시간만 되면 모여서 노는 애들을 보며 질투 아닌 질투심이 생기고 있다. 이 나이 먹고 친구에 질투라니.. 일기를 쓰는 지금도 질투라는 단어에 웃음이 나오지만 사실이다. 다른 반 애가 와서 우리반 애들과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를 하며 자꾸 교실 안 또는 교실 문 바로 앞에서 떠드는데, 그냥 자리에 앉아서 쉬는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는 그들이 형성한 가까운 관계에 대해 매우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고 있다.(자꾸 나는 너의 비밀을 안다며 떠드는데 대체 무슨 비밀이길래 매일 같이 똑같은 문장으로 매 쉬는 시간마다 말하는 건지, 뭐가 그리 쉬운 비밀이길래 자꾸 비밀을 안다며 놀리는 것인지 청취자로서 참으로 궁금하기도 하다.)

  1. 친구 만들기

본디가 독고다이 체질인지라 상관 없을 줄 알았는데, 이곳은 한국과 달리 가족마저 없으니 예상과 달리 외로움을 타게 되었다. 뭐라도 말을 하고 싶고, 이렇게 있으면 영어는 늘지 않을 것 같고, 뭔가 다들 독고다이면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데 쉬는 시간만 되면 옹기 종기 모여 카페테리아로 나가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자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로움이 찾아왔었다. 생각 보다 그 기간은 견디기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이런 나의 푸념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깜작 놀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허우적 거리는 손을 잡아준 구스타보에게 지금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만일 그 날, 수업 끝나자마자 일찍 나갔더라면, 구스타보와 같은 엘레베이터를 타지 않았더라면, 엘레베이터에서 구스타보에게 점심 먹냐고 먼저 묻지 않았더라면, 점심을 먹으며 반 아이들과 안친해서 많이 심심하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런 나의 이야기를 듣고 구스타보가 손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고 아직까지 카톡으로 푸념만 늘어 놓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If I got off the room right after the class, I didn't meet him in the elevator. If I didn't take an elevator, I didn't have a chance to talk about lunch. If I didn't talk with him in the elevator, I didn't eat lunch with him. If I didn't eat lunch with him, I didn't tell him what I felt during the class. If I didn't tell him, he wouldn't ask me to hang out. And he is not being a friend of mine unlike now.
(분명 수업 시간에 배웠는데 맞는지 아닌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1.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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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 이상은 첫번째 사진과 같은 흐린 하늘이었다>

런던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참 할말이 많다. 도착한 첫 2주는 너무 추워 얼어 죽는 줄 알았고, 결국 후리스를 구매하였다. 그리고 그 후 잠시 동안은 더워져서 외투를 벗고 다녔고 지금은 다시 추워지려는 중인 것 같다. 사실 덥던 날도 오후 4~5시만 되면 바람에 쌀쌀해져서 가디건이나 외투가 필요했다. 오늘만 해도 옥스포드 스트릿을 걸어가는데 반팔에 얇은 외투 하나 입은 나로써는 너무 추워서(가뜩이나 추위를 잘 탄다), 야즈가 아이스크림 먹자는 것을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미안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니가 어제도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이야기했는데 오늘도 못먹었구나.) 긴팔이라고는 입을 만한게 별로 없어서 추운 날마다 옷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다시 추워지면 너무 큰일이다. 이제서야 옷을 제대로 챙겨오지 못한게 후회가 된다. 매주 옥스포드 스트릿에서 옷을 사고 있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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