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연재소설]무너진 세계 - 23
소설가 지망생 입니다.
외계인과인 전쟁 - sf 생존물 입니다.
다른 좋은 글 보시다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 보세요^^ 감사합니다.
요즘 출산을 해서 육아하느라 자주올리기 힘드네요 죄송죄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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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는 법 - 23
아침이 밝자 또 다시 같은 일과의 시작이다.
두 방향으로 흩어진 무리들은 각자의 방향에서 생필품 채집에 나섰다.
밤늦도록 이어진 대화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아이들은 역시나 아침부터 조직의 가입에 대해 떠들었다.
병만과 장윤은 신중해야 된다는 입장인 반면, 오히려 가장 머리 좋은 지호가 빡빡이 사내에게 단단히 홀렸다.
"언제까지나 이러고 살 순 없어.. 우리도 앞날을 위해서 조직이 필요해."
지호는 어제의 대화를 통해 환상이라도 보고 온 마냥 하루 종일 아이들을 꼬셨다.
하지만 병만은 급할 것이 없다며 지호를 내내 진정 시킨다.
"아직은 녀석들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한 번 잘못 결정하면 꽤나 성가실 수도 있으니까 시간을 조금 더 갖자."
"그래 임마! 일단 놈들의 면상부터가 마음에 안 들어.. 기분 나빠서라도 녀석들의 조직에 들어가는 것엔 반대야! 그리고.. 지호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사기 당하기 딱 좋은 캐릭터구나! 어떻게 얘기 한 번 해보고 선 가입서 작성을 들먹이고 그러냐? 의외다.. 의외.."
".. 그런가.. 내가 너무 성급한가?"
하지만 이미 지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세워질 나라와 그 속에서 활약할 자신의 모습, 그리고 외계인의 침공을 마침내 이겨낸 신생 국가의 미래가 끝없이 펼쳐졌다.
다른 아이들도 좋게 여길 줄 알았건만, 생각지도 못한 반대에 부딪힌 게 못내 아쉽다.
차라리 자신처럼 직접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선택이 쉬웠을 수도 있었을 텐데..
빡빡이 두목은 생각보다 진국일지도 모른다.
지호는 맥없는 눈으로 아이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직은 다른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동작 그만! 지금 주둥이에 넣으려는 것 고대로 내려둬! 어서!"
활활 타오른 장작불 위로 맛있게 구워진 쥐 고기를 입에 대려던 중년 남자가 별안간 음성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장작을 피운 곳은 허물어진 건물의 2층이었기에 누군가의 난입이 굉장히 의외였다.
외벽이 박살난 건물의 층계로 덩치 좋은 사내 두 명이 천천히 걸어 올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한명은 과시하려는 듯 주먹에서 우둑우둑 뼈소리를 냈고, 다른 한명은 조그만 과도를 쥔 채 살살 흔들어 댄다.
그들의 행색은 누가 보아도 좋자고 온 것이 아님은 확실했다.
험상궂은 표정에 다부진 근육질 체격, 두 청년과 눈이 마주친 중년 남자는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버렸다.
"저.. 저기.. 무슨 일로.."
그 곳엔 중년남자 외에도 몇 사람이 더 있었다.
중년남자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려던 아내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남매였다.
그들 역시 남자처럼 불청객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아내는 자기도 몰래 두 자녀를 품안으로 꼭 끌어안았다.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고자 중년 남자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혹시.. 배가 고프신가요? 여기 와서 같이 먹읍시다. 쥐 고기는 여유가 좀 있으니까요.. 하하.."
하지만 대꾸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가오는 두 청년은 그저 잔인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역시나 다음 스토리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눈치 빠른 아들 녀석이 재빨리 주변에 널브러진 각목 하나를 주워들었다.
가족을 지키겠다는 듯 중년남성보다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서며 다가오는 청년들을 막아섰다.
"너희들 뭐야? 물건 뺏으러 왔어?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까 그냥 꺼져! 허튼짓 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하지만 용감한 아들의 위협에도 두 청년은 반응이 없었다.
아들의 도발을 비웃기라도 하려는 듯 오히려 속도를 내어 성큼성큼 걸어왔다.
아들이 나서자 아버지는 더 당혹스러웠다.
혹시나 불상사라도 생길까.. 남성이 항껏 찌푸린 얼굴로 아들의 팔을 붙들었다.
"걱정 마세요. 아버지. 저런 놈들은 조금만 겁주면 내 뺀다구요. 자고로 선빵필승 이랬습니다. 만약 가까이 다가오면 한 놈은 몽둥이로 확실히 조질테니.. 나머지 놈만 좀 도와주세요. 아셨죠?"
하지만 남자는 울상이다.
"아이고.. 녀석아.. 그냥 관 둬라.. 우리가 가진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냥 다 줘 버리고 말자."
"아닙니다! 저딴 놈들은 혼이 좀 나야 한다구요! 매번 이런 식으로 남의 물건을 빼앗았을 거예요. 이참에 호락호락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해 줘야 해요!"
두 사람이 속삭이는 사이, 어느덧 청년들은 그들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칼을 든 청년이 귀찮다는 듯 말했다.
"작전회의 다 했냐? 근데.. 그냥 조용히 가라.. 우리도 아침부터 몸 쓰기 싫으니까.."
그러나 아들은 몽둥이를 위협스레 휘둘렀다.
"이 깡패 놈들이! 어디서 삥을 뜯으려고 그래? 오냐! 해 볼테면 해 봐! 니네 생각대로 그리 쉽게는 안 될 거다. 덤벼 덤비라고!"
두 청년은 같잖은 아들의 으름장이 어이가 없었다.
오히려 콧방귀를 팽하고 뀌었다.
이 하룻강아지를 어쩐다..
서로 눈빛만 교환하다 웃었다.
깡패짓 하다보면 이런 부류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들은 그들의 방심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선공을 날렸다.
제 아무리 탄탄한 몸이라도 세찬 몽둥이 한방을 견디진 못할 것이다.
한명이라도 제압한다면 다음 상황은 훨씬 쉬울 터.. 일단은 칼을 가진 놈이 먼저였다.
비록 짧은 과도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말이다.
- 부웅~ -
하지만 몽둥이는 큰 바람소리를 내며 허공만 갈랐다.
칼을 든 사내의 몸동작이 예상보다 날랬던 것이다.
그저 근육만 많은 둔탱이가 아니었다.
아들의 계산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았다.
- 쉬익.. 푸욱..
몽둥이를 피하는 동시에 깡패의 과도가 청년의 가슴팍에 꽂혀 들었다.
사람을 찌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일격은 거침이 없었다.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는 듯 과감하고 대차다.
자신의 손이 순식간에 사람을 죽이지만, 그는 여전히 포커페이스였다.
칼이 박힌 아들이 억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검이 되었다. 가족들은 급작스레 맞닥뜨린 아들의 죽음에 어안이 벙벙했다.
"꺄아아아아아!!"
"아이고.. 창수야.. 창수야!"
하지만 두 청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밍기적댔다.
이런 꼴을 보는 것도 귀찮다는 표정이다.
청년은 아들의 가슴팍에 꽂혔던 과도를 뽑아냈다.
더운피에 흠뻑 젓은 과도를 아들의 옷 위로 쓱쓱 닦으며 소리를 빽 질렀다.
"에잇! 쓰바.. 칼 더러워 졌네.. 아재~ 이거 어쩔거야? 댁의 아드님이 깝쳐서 내 칼이 더러워 졌잖아! 어? 보상 어떻게 해 줄 거야?"
"이.. 이.. 놈들이..흐흑"
중년의 남성은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천인공노할 짓을 버젓이 저지른 두 악질이지만 자신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오히려 나머지 가족들에게도 해코지를 할까 걱정이 되었다.
억울해 미칠 지경이지만 가장으로써 나머지 가족들을 지켜야만 했다.
"흑흑.. 저희가 잘못 했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저희가 가진 것을 다 드리겠습니다."
"처음부터 그러게 나오지.. 이게 무슨 꼴이야?!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 아우.. 씨발.. 어서 꺼져! 맘 변하기 전에.."
"예?.. 아.. 예예.."
중년 남성은 벌떡 일어나 아내와 딸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아들의 죽음 앞에 정신없이 우는 모녀를 보자 애간장이 끊길 것 같았지만 어쨌든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숨넘어가기 직전인 아내와 딸을 데려 가기란 쉽지가 않았다.
가야 돼.. 가야 돼..를 속삭이며..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중년남성은 힘으로 두 사람을 껴안아 끌고 나가려 했다.
"씨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 구만! 졸~라 슬프네~ 존~나 슬퍼! 에잇! 빙신 새끼들.."
자신들이 싸지른 참상을 보며 두 청년은 오히려 낄낄 거렸다.
중년 남성은 분해 죽을 것 같지만 어쩔 수가 없다.
차가운 바닥에 아직도 피를 펑펑 쏟고 누운 아들의 시체를 보면 무릎이 달달 떨렸다.
죽을지언정, 자신도 그냥 시원하게 달려들고 싶지만 울고 있는 아내와 딸을 생각해서라도 일단은 자리를 피해야 했다.
아들의 시신은 나중에라도 수습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밖엔 해 줄 것이 없어, 남자는 아들에게 미안했다.
그런 일가족을 두 청년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쳐다봤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죄책감 하나 없이 낄낄대는 모습이 사람 같지 않았다.
그러다가 등장부터 한마디 없던 뼈소리의 청년이 난데없이 가족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한다.
손가락이 가리킨 것은 울며 끌려가는 남자의 딸이다.
"..."
"뭐? 뭐? 씨발.."
"가시나.."
"응?.. 아..놔.. 이 새끼는 진짜 씨~발 새끼네.. 아니! 이 지랄을 떨어놓고 좃이 꼴려? 에라이 미친 새끼야~ 크크크"
"그 만큼 건장하단 소리지."
"아이고~ 이 크게 될 새끼보소~ 상남자네! 응? 딱새 이거 상남자야! 크크크.. 알았다. 꼴릴 땐 그때그때 빼 주는 게 또 예의 아니겠나!!"
그러더니 과도의 청년이 중년 남성을 불렀다.
"어이!"
대화를 엿들은 남자는 쳐다도 보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가려 애썼다.
하지만 정신을 못 차리고 자꾸만 주저앉는 아내와 딸을 데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남자는 초조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딸이 강간까지 당하고 말 것이다.
"야! 내말 안 들려? 또 누구 하나 디져야 정신 차릴래? 좋은 말 할 때 가시나 내려 놔라!"
"한 번만.. 한 번만 봐주세요! 제 물건 다 드렸잖아요! 그냥 나가게 해주세요.. 제발요!"
"그래! 니 딸년 한번 봐 주려고 이러는 거 아냐? 너 그대로 계단 까지 가면 싹 다 죽인다! 알았어? 내가 직접 가기 전에 딸년 데려와라! 그래야 다 산다.. 짱구 잘 굴려랴! 어~?"
"하..."
계단을 내려간들 어쩌겠는가.. 녀석들이 마음먹고 쫓아온다면 얼마 못가 따라잡히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딸애가 눈앞에서 강간당하는 꼴을 보고 있을 수도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여기서 모두가 죽는 것이 나을 것이다.
중년 남자는 드디어 눈이 돌아 버렸다.
"야이 개새끼들아! 너희가 사람 새끼냐?! 그냥 다 죽여라! 여기서 다 죽여!!"
"..아니.. 저 아재가 미쳤나? 돌았어?!"
"이 천벌 받을 놈들아! 찢어 죽일 놈들아!"
다른 청년이 또 낄낄 거린다.
"크크크.. 니가 꼴리니까 아재가 미쳤지~ 하여튼 존나 씨발새끼야~ 크크."
"떡 치는데 때 봐가면서 하냐?"
"아이고~ 답변이 장군감이네~ 알았다. 알았어~ 귀찮으니까 아재랑 아줌씨는 빨리 목 따고 보자~"
청년들이 서서히 중년남자에게 다가갔다.
녀석들이 다가오자 남성은 또 한 번 중압감에 눌렸다.
지금 이 순간 저 악마들에게서 가족들만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생 무신론자였던 아저씨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들어본 모든 신들을 향해 기도가 절로 나온다.
제발 누구라도 도와 줬으면..
"뭐야? 무슨 소란이야?"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두 청년 때문에 긴장하고 있던 터라 중년 남성은 올라오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다부진 근육질에 빡빡머리, 사건현장에 등장한 그는 아이들의 집에 언쳐사는 조직의 두목이었다.
죽은 아들의 시체와 울고 있는 일가족을 보며 인상을 쓰는 그를 보자 중년 남성은 일말의 희망을 느꼈다.
마치 정의의 사도가 때를 맞혀 등장한 것 같았다.
"도.. 도와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아저씨는 절이라도 할 듯 머리를 숙여 빡빡이의 바짓가랑이를 잡았다.
상황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을 지가 뻔했다.
빡빡이 청년은 조용히 자신의 바짓단을 잡고 우는 남성을 일으켜 세웠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남성을, 빡빡이는 있는 힘껏 아구창을 꽂아버린다.
- 뻐억 -
"윽!"
불시에 일격을 당한 중년남성은 몇 미터나 나동그라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가 기절하자 앞에서 멀뚱히 쳐다보던 깡패들이 재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한 입이 되어 대성박력으로 외쳤다.
"오셨습니까! 형님!"
"..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려?"
그랬다.
두 청년 또한 아이들과 한 집을 쓰는 조직의 일원이었다.
"아니.. 딱새 새끼가 한 번 하고 싶다고.. 그리고 보시다시피 소란도 좀 있었고.."
빡빡이는 누워있는 시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칼잡이가 턱짓으로 가리키는 여자도 슬쩍 보았다.
"안돼요! 안 돼.. 흑흑흑"
아줌마가 본능적으로 딸아이를 껴안았다.
남편이 마저 쓰러지자 와락 겁이 났다.
하지만 이내 계단을 타고 더 많은 사내들이 올라왔다.
조직원 전원이 몰려온 것이었다.
빡빡이는 뭔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내 딱새라는 사내와 칼잡이를 매섭게 노려봤다.
눈빛만으로도 두 청년은 표정이 굳었다.
규율에 대한 얘기를 할 것이 뻔했다.
큰형님은 조직의 규율에 대해 무척이나 엄했다.
"순번 정해서 떡 치는 거 까먹었어? 딱새.. 조직이 우습냐?"
"아.. 아닙니다. 형님! 제가 잘못 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 한 번 더 이딴 소리 들리면.. 본보기로 작살낸다.. 알겠어?"
"예! 형님!"
빡빡이는 다른 조직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누구 차례냐?"
"막둥이 차롄데.. 저번에 음식물 훔쳐 먹다가 걸려서 한번 거르기로 했습니다."
"그래? 그럼 둘째 차롄가? 한 바퀴 돌았네?"
"네."
"데려가서 먹고.. 그 뒤엔 알아서 돌려 먹든가 해라. 일단 선빵은 둘째부터다. 아래층 보니까 침대하나 있던데.. 취향은 존중 한다만 뒷사람 생각해서 망가뜨리진 말고.."
"아이고 형님~ 얌전하게 쓰고 돌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흐흐"
둘째라 불리는 청년이 웬 떡인가 싶어 귀에 입이 걸렸다.
그러더니 엄마에게 안긴 딸아이를 떼어내고자 애썼다.
한 번 더 건물 내부에 비명소리가 난무 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재미난 오락거리가 생겼다는 듯 그저 즐길 뿐이다.
막둥이로 불리던 청년은 둘째라는 청년이 부러워 입이 툭 튀어 나왔다.
한 순간 허기를 참지 못한 대가가 이렇게나 가혹했다.
가만히 보니 눈물범벅이라도 얼굴이 꽤나 반반한 여자다.
두고두고 아쉬울 것만 같아 한 숨이 자꾸만 나왔다.
"얌마.. 아쉽냐? 흐흐"
자신 바로 윗 서열의 사내가 막내를 슬슬 건드렸다.
막내는 대꾸하지 않았다.
구질한 하소연 밖에 더 하겠는가..
그런데 윗 서열의 사내가 귓속말을 한다.
그러더니 큰형님을 찾아가 인상을 팍 썼다.
"혀.. 형님... 저.. 갑자기 배가 아파서.. 볼일 좀 보고 와도 되겠습니까?"
"?"
"모르겠습니다.. 뭘 잘 못 먹었나.. 그냥 배.. 배가 너무 아파서.."
그러더니 막내에게 눈치를 준다.
"아.. 형님.. 저도 사실.. 좀 아픈데.. 같이 다녀... 윽.."
빡빡이 형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두 사람이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아래층으로 끌려가는 여자의 비명을 지나 후다닥 어딘가로 내 달렸다.
굳이 따져 보자면 장윤의 집 방향이다.
물품은 많이 수거 해 왔었지만 여자는 오랜만이라 조직원들은 신이 났다.
빡빡이도 슬슬 1층으로 구경이나 가볼 참이었다.
박식하게 지껄이던 지식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호에게 꿈을 들려줬던 조직.. 그 조직의 민낯은 이런 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