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족이야기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스팀잇에서 가입 인사 글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글을 써보네요.

댓글러로 활동했었는데 최근에 일이 바빠지면서 요샌 거의 보팅만 하고 있었습니다.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다 보니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부담만 가지고 써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는데,

그래도 자꾸 써봐야 늘지 않을까 싶어서 용기 내 시작해봅니다.

특별한 컨텐츠는 없고 가족에 대한 일상 글이 주가 될 것 같습니다.

치매를 앓고 계신 친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보통 치매를 앓는 가족과 사는 다른 가정들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우리 집은 할머니께서 치매를 앓기 시작하시면서 오히려 더 밝은 분위기의 집이 되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고, 부모님은 맞벌이하셔서 저희 남매들은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어릴 땐 '엄마, 아빠 중에 누가 더 좋아?' 이런 어른들의 질문에

고민 없이 '할머니가 제일 좋아!' 할 정도로 할머니와는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께서 치매를 앓기 시작하시고 많이 아프실 때는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때도 있었지만 별로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몇 년 전 집에 불이나 내외장이 거의 다 타버리는 바람에 대대적인 내부공사를 해야 했습니다.

내부공사는 한 달여 만에 끝났지만, 집 정리는 몇 개월을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더군요.

그동안 할머니는 작은아버지 댁으로 가시고 남은 가족들은 부모님 가게 위층에 있었던 작은 집에서 임시 지내게 되었습니다.

원래 할머니께서는 치매도 아니셨고 혈압약 드시는 것 외에는 건강하신 편이셨는데,

불이 난 충격 때문이었는지 낯선 공간에서 친밀감이 덜 한 가족들과 지내서인지 말수도 많이 줄어드시고 인지능력도 많이 떨어지셨습니다.

하루는 침대에서 내려오시다가 크게 넘어지셔서 갈비뼈에 금이 갈 정도로 다치신 후에는 치매가 갑자기 심해지셨습니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으시다가 집을 다 정리하고 우리 집으로 할머니가 다시 돌아오셨을 땐 가족들도 못 알아보시고 걷지도 못하셨죠.

밤엔 며느리인 엄마가 옆에 없으면 주무시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엄마가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치매가 다 나으신 건 아니지만, 집으로 돌아오신 후 차츰 좋아지셔서

지금은 혼자서도 잘 걸으시고 가족들도 알아보시고 말씀도 잘 하시는데 얼마나 귀여우신지 모릅니다.

처음 말을 다시 하시기 시작하셨을 땐 3살 같았고 5살 같았다가

요즘은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말을 잘하셔서 언제나 가족들을 웃음 짓게 하십니다.

매일 꾸준히는 못 하더라도 할머니가 건강하게 살아계신 동안의 에피소드들을 기록하고 싶어졌습니다.

일기를 쓰는 습관도 없다 보니 벌써 많이 잊어버린 것 같아서 아쉬움도 있네요.

앞으로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적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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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음~? 흥미로운 포스팅이군요.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직업 상 치매로 고통받은 가족분들과 환자 분들을 많이 뵙는 편인데요. 병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할머님과의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어주시길 기대합니다. 팔로우하고 가겠습니다.

걷지도 못하시고 매일 사고치시는 할머니 때문에 세탁기가 고장나겠다 싶을정도로 이불빨래를 해야했을땐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그것 외에는 얼마나 순하신지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ㅋㅋ 말도 못하시고 걷지도 못하실 줄 알았는데 집에 돌아오신 후엔 하루하루 좋아지시는게 눈에 띌 정도였어요. 체온을 나누고 대화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답니다. 저도 팔로우 했습니다!! ^-^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에요. ^^
할머님 치매가 호전되고 건강하게 장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정말 누워계셨던 것이 거짓말 같을 정도로 건강해지셨답니다!!

제 학창시절을 키워주신 저희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돌아가시기 전에 치매가 오셨는데, 더 잘해드리지 못해 항상 죄송한 마음입니다. 앞으로 자주 뵐께요~

할머니들은 손주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시는듯!! 죄송한 마음보다는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려주길 바라시지 않을까요... 이렇게 즐겁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는 할머니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치매이야기나 나오자마자 아 힘드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음 단락에서 오히려 집안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는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마음먹은대로 살아가는게 맞나봅니다. 저도 긍정적으로 !

처음엔 육체적으로 힘들었는데(아직도 엄마는 고생 많이 하고 계십니다 ㄷㄷ), 감사하게도 할머니께서 혼자서도 거동 가능해지시고 아기같아지셨지만 너무 순하셔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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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첨 뵙는거 같아요. 안녕하세요~^^
가족의 일상얘기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글 자주 올리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참 재밋게 읽히거든요.
앞으로의 얘기가 벌써 궁금해요. 자주 뵈어요. 팔로우는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 댓글과 팔로우 감사드립니다!!
별자리 이야기가 눈에 띄어서 팔로우 했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어도 종종 나타나려고요 ㅋ

아 그러셨었군요.
별자리는 제가 재미로 읽었다가 파고들게된 경우에요.^^
미국에 사니까 아무래도 서양쪽에서 시작된 별자리를 원서로 읽을 수 있어서요.
저도 사람들을 많이 찾아다니며 알거나 하진 못해서 stellasjshin님이 계신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글을 읽어보니 바로 흥미가 생겨서 더 좋네요.
종종 보단 좀 더 뵙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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