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분노하는가?
그들은 왜 분노하는가?
남북정상회담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역사적인 순간을 보면서 각자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것 같다.
솔직히 이 시점에서 이시대 불의의 아이콘인 모 만화가의 반응이 매우 궁금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애써 초연한 척 하지만 분노를 숨기지 못하는,
그 뿐만이 아니라 아마 '자칭' 애국보수, 자유주의자들은 마치 시일야방성대곡이라도 연상할 수 있는 비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쯤에서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그들은 왜? 무엇에 그토록 분노하는것인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미루어 짐작하자면 아마 '주적' 혹은 '적군'의 수괴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반응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는데,
그중에서 마치 군사정권 시대를 연상케하는 시대착오적인 안보의식이 가장 안타까웠다.
북한이 마치 이계에서 소환된 트롤들의 제국이라던가,
정말 지구상에서 말살해야할 절대악이면 고민할 필요 없이 참 좋겠지만,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류이고, 만약 절대악의 집단이라 한다쳐도,
그렇게 말살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태도는 절대 옳지 않다.
이-박 에 걸친 지난 10년간의 정권에서 대북정책은 그들을 적대적이고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명확한 외부의 적을 규정하는 방식의 정책은 내부적 결속을 다질수는 있지만 그 외에 얻을것은? 별로 없다고 본다.
한반도는 팽팽한 군사적 대립과 긴장상태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은 언제까지나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들을 미워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이 땅에 분단과 현재와 같은 군사적 긴장상태로 인하여 수많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게 된 것에 대한 원죄는 북한에 있다.
그러나 그들을 언제까지나 미워할수는 없다.
누구나 다 알듯이 현재 북한의 독재 및 공산주의, 사회주의 체제는 실패했고, 존속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아마 북한에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들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선택 가능한 옵션을 줄이는 것 밖에는 없다.
그 옵션이 지속적으로 줄게 된다면 북한으로서 가능한 선택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 종국에는 전쟁 외에는 선택지가 남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치킨게임의 종말을 의미한다. 누가 이기든 남는 것이 없는 승리가 될 것이고, 비가역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현 정권이 취하는 스탠스는 표면적으로 보면 이 이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합리적이다.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일원으로 끌어냈고, 이는 북한이 협약을 배신할 리스크를 줄이게 된다.
북한이 정말 이계에서 소환된 트롤이고, 전쟁에 미친 괴물들이라 하더라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전세계적인 시선을 집중시킨 상황에서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아직 남아있는 논제는 많다.
북핵폐기 및 주한미군 철수 등, 실질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리스크 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부분은 차후 논의할 문제이고, 근대사에서 우리에게 이만큼 평화에 가까운 결과를 이끌어내었다는 점에서 자축해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 이계 트롤 집단인 북한을 도저히 심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하는 분들,
대북진군을 통해서 통일을 이루어야겠다고 하는 분들은 백팩에 약수통 두개 넣고 동네 뒷산이라도 하루에 열번씩 왕복해 보기를 추천한다.
실제 전시상황에서 임무수행하는 것은 그거보다 천배는 더 힘들다.
전쟁은 그만큼 쉽게 입에 담을 수 있는것이 아니다.
분노보다 생산적인 활동은 많다.
꾸욱 들렸다가요
꾸욱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