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전문가가 되기까지의 비용 계산
출처: 한국 상담심리학회 http://www.krcpa.or.kr/sub03_3.asp?menuCategory=3
상담심리사 2급을 목표로 할지 1급(=상담심리전문가)을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마음이 뒤숭숭해서 1급 자격 취득에 필요한 최소 수련 내용에 기반하여 비용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니 아래 테이블과 같습니다.
그야말로 최소 비용입니다. 일례로 개인상담 수퍼비전 비용은 최소가 8만 원이고 수퍼비전 해주시는 선생님의 경력에 따라 수퍼비전 1회당 10만 원 이상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 최소 수련내용만을 충족시켜 갔을 때 떨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제가 심사관이라도 좋게 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분야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니 좀 더 여유있게 횟수를 채워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대략 1000만 원입니다.
돈도 돈인데 시간도 무시 못 하죠.
일례로 개인상담 수퍼비전 자료 만드는 데 저 같은 경우 보통 3일 정도 걸립니다. 병원 로딩이 많으면 4일도 걸리죠.
대략 50분 동안 내담자와 주고 받은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다 풀어서 타이핑하고, 이제까지의 회기 진행 내용, 검사 결과 및 해석, 원가족 배경 등을 고려하여 사례개념화를 하다 보면 아무리 적어도 6시간 이상은 걸리는 것 같네요.
2급을 취득하기까지 들어간 시간과 노력은 1급 준비 과정에서 인정되지 않는 자격 검정 시스템이라 1급부터 바로 준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저처럼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이 있는 사람의 경우가 그렇죠.
납득이 안 되는 시스템인데 로마에 왔으니 로마법을 따라야죠. 1급을 목표로 할지 2급부터 따고 1급에 도전할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1급에는 얼마가 드나 한 번 알아본 것인데요.
작년 말에 상담심리사 자격 취득을 해보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1급을 할지 2급을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2급을 따는 경우의 이점은 보다 빨리 상담 및 심리치료 장면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지금도 시원찮은 연봉인데 병원을 나오게 되면 더 하락할 여지가 많습니다.(제 첫 직장이 제가 수련 3년차 때 받던 월급보다 50만 원이나 깎인 곳이었죠.. 심리치료에 대한 포부를 안고 나왔으나...)
딸린 식구가 있는 저로서는 치명적입니다.
1급을 따는 경우의 이점은.. 시너지가 난다는 것입니다.
상담심리전문가가 1000~1500명, 임상심리전문가도 그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중 임상심리전문가 자격과 상담심리전문가 자격을 모두 취득한 사람은 제가 알기로는 상당히 적습니다.
더욱이 보건복지부에서 인증하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까지 저는 가지고 있으니 선택지가 더 넓어집니다.
다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대략 4~5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선택지가 넓어진다고 해서 꼭 좋은 직장을 얻으리란 보장은 당연히 없습니다.
개인의 역량을 입증하는 최소한의 증명일 뿐이니까요.
상담 분야에서 괜찮은 직장은 대개 상담심리사 1급 자리인데, 그런 자리도 '들인 돈과 노력과 학력에 비해서'는 대우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분야가 점점 레드오션이 되더니 요즘에는 박사 학력까지 요구하는 곳이 많고요.
레드오션이 되다 보니, 대학원 나와서 병원에서 3년이나 트레이닝을 받았음에도 또 다른 자격 취득을 위해 애쓸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적인 여력이 되는 분은 바로 박사로 진학하는 게 현실이죠. 지금 현실이 이런데, 후배들은 더욱 더 경쟁이 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심리학의 인기는 계속 상승 중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심리적 서비스를 돈주고 받는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면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인식이 부족할까요. 국가가 심리학적 서비스를 바라보는 태도가 일단 낙후돼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심리학자들이 심리학적 서비스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간에 심리학에는 돈이 흘러 들어오지 않는데 기이하게 공급만 넘쳐나니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 예상할 수밖에 없겠죠.
상담을 잘 모르니 배워야 하는 게 당연히 맞지만, 전문의 되기까지의 과정을 제외한다면 어떤 분야가 이렇게 혹독한 트레이닝과 배움을 요구할까도 싶네요.
수퍼비전을 받지 않는 것은 직업적인 윤리는 저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차피 평생 받아야 할 수퍼비전이라면 상담심시라 자격 취득이라는 미션을 정해놓고 하자'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빨라도 풀타임잡이 있는 상태에서 시간 쪼개 준비하면 1급 취득 시점은 2021년이나 2022년이 될 것 같네요.
상담심리전문가 자격을 취득하면 그 이후에는 또 그 이후의 어려움들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박사 학력을 가진 사람과의 경쟁이라든지..
최종 목표는 개업이지만, 목표 성취보다 중요한 게 방향성인 것 같아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이만하면 충분한(good enough) 상담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내가 만나는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한 인간으로서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지 종종 점검하면서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 그렇게 좋은 인간이 못 되지만, 좋은 상담자가 되려면 좋은 인간이 되어야 하죠. 예전에는 좋은 인간이 아니더라도 좋은 상담자나 치료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릅니다. 둘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결국 내담자는 상담자의 말이 아니라 상담자가 자신을 대하는 인격적 태도를 내면화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직업적으로나 가정에서나 인격적으로 성숙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직종에 있는 사람의 숙명 같은 것이랄까요.
가끔 뭐하러 이렇게 힘들게 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사람도 다 비슷하죠. 저만 힘들겠습니까. 여러분이나 저나 각자의 자리에서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거죠. 화이팅입니다.
예전에 심리학 전공하면서 제가 했던 고민과 정말 딱 똑같네요.. 좋아하던 상담교수님과 만나서 진로에 관한 상담을 고민하는데 평소 절 아껴주시던 교수님 첫마디가 "집은 좀 여유가 있니?"였습니다.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마음을 치유하는 멋있는 직업이라 참 하고 싶었었는데..... 우리나라엔 아직 카운셀링이 들어오려면 멀었다. 돈들여서 공부하고 돈은 못번다 등등 좋은 말 보단 그렇지 않은 말들이 더 만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도 그랬으니... 그런 저런 어려움들 보다 꿈이나 열정의 무게가 좀더 크시다면 하고자 하시는 일 꿈꾸시는 일 잘 진행하셔서 성취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심리학 전공하셨군요. 반갑습니다. 스팀잇에 심리학 전공자들이 꽤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하기 힘든 게 심리학으로 벌어먹고 사는 것이죠. 저는 흙수저 중의 흙수저인데 운과 여러 사람의 도움에 힘입어 어떻게 이렇게 심리학으로 벌어먹고 살고 있습니다. .
응원 감사합니다. 팔로해요.
상담심리전공자로써 너무 공감되는 글입니다...
아마 다들 비슷한 마음일 거라고 추측을 해봅니다. 다들 힘든 상황이죠. 다만, 심리학으로 벌어먹고 산다는 게 장밋빛 미래와는 거리가 멀다 하더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직업은 없으니 그저 묵묵히 정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현실을 잘 지적해주셨습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정신치료를 전문적으로 하곤 싶었지만...ㅠㅠ. 물론 이건 제 문젭니다만.
서울의 그것도 강남을 제외하면 수요가 쉽지 않은 듯. 헌데 그곳에는 스펙이 어마무시한 분들이 너무 많고. 그런 스펙을 갖췄다고 여겨지는 제 친구도 보니 그나마도 고단하긴 이루 말할 수 없는 듯 하구요.
심리 선생님들 입장에선 오해의 소지가 있을 진 몰라도 지금의 현실에선 그나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콜라보에서 돌파구가 조금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스펙 좋으신 정신과 전문의도 고단한 상황이라면 말 다 한 거죠. 경쟁이 살벌해지다 보니 더더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소통이 서로 잘 되는 전문의가 있다면 콜라보도 방법이죠. 여러 직역이 같이 환자를 위해 팀 어프로치로 접근할 수 있는 이상적인 셋팅이라면 금상첨화일 텐데, 미국의 선례를 봐도 그렇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지점이 있다 보니 쉽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열린 의사소통, 이상적인 셋팅을 위한 노력, 상충하는 이해관계의 절충. 그렇지요. 그러고 보면 세상 어떤 경우에도 이 셋이 어우러지면 잘 안 될 일이 없겠지요.
정말 하고 싶어하고 사명감을 갖지 않는 이상 지속하기가 참 힘든 일 같습니다.
방송이나 저술에 매진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선에서 묵묵하게 일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더라고요.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말 자기 직업을 좋아하고 사명감도 갖추신 분들만 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댓글을 달기보단 읽는 것이 더 좋네요.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고민의 세부 내용은 달라도 대체로 살아가면서 비슷한 고민들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쓴 내용은 아마도 경력 사다리의 밑바닥에서 위로 올라가고자 애쓰면서 가정에도 소홀히 하기가 어려운 30대 남성들이 공감할 내용일 테고요.
길을 다니며 주변에 개업한 병원들을 보면 대부분 소아전문 상담병원이 많고(돈이 되나 봅니다) 일반적으론 환자가 별로 안오는지 상담소 자체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순수하게 뭐 하나 해보려면 쉬운 분야가 없는 것 같군요.
상담 센터 자체는 굉장히 많아요. 건물마다 하나쯤은 있는 게 상담 센터인데, 문제는 소위 말하는 '사짜'들이 너무 많아서 일반인들이 당하기가 쉽다는 거죠. 국가에서 상담 센터 개소 자격을 규정해두지 않아서 정말 아무나 차릴 수 있거든요. 특히 자녀를 둔 부모를 상대로 장삿속 챙기려는 센터들이 많죠.
자기나 타인을 알고 싶고 특히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심리학을 전공하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본인 양심의 선택 기로에 서게 되는 것 같아요. 양심을 좀 느슨하게 하여 잇속을 좀 더 차릴 것인지 아니면 양심을 엄격하게 지키되 돈벌이는 좀 덜 할 것인지. 분야는 다르지만 아마 gamiee님도 이런 비슷한 고민을 해보신 적이 있을 것 같네요.
추가적으로, 국내 학술지의 경우 논문 심사비는 10만 원 정도 들고 게재비는 20~50만 원으로 다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