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사고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못다 한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암기식 교육을 비판하면서도, 말씀처럼 정작 아이를 키우면서는 교육의 목적을 ‘남들만큼 하고 시험성적 잘 나오는 것’으로 두니 변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 스물에서 끝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추구하는 방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항상 시험에 대비하며 공부를 하는 것은, 어린 운동 유망주가 매일 시합 대비만 하고 있는 꼴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운동에서 코 앞의 시합에만 집중하면 당장의 한 경기는 이길 수 있어도, 전체적인 기본기를 습득할 수 없고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합니다. 꽤 지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 축구, 야구 등에서 선수를 키워내는 시스템을 비판하며 나왔던 이야기였지요. 저는 공부도 다르게 보이지 않습니다. 최소한 대입의 최종 관문인 수능을 겨냥해 학습한다 해도 언발에 오줌 누듯 당장의 시험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이하게 고3들 과외를 참 많이 했는데, 아마 막판에 급한 마음에 저를 호출했던 것이었겠지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고3 학생을 가르칠 때마다 ‘이 아이의 최선은 여기까지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다들 너무 기본기가 없어서였습니다. 들어갈 그릇이 작으니 더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습니다. 고3에게 새로운 방식을 익히도록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분명 잘 사는 동네에 선행학습도 많이 했을 아이들이었는데,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래도 당장의 시험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현실이 있으니 적정선을 맞춰야 하긴 할텐데, 장기와 단기 계획 사이의 밸런스를 맞춘다는 것이 참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군요, 좋은 경험담 감사합니다. 저도 가끔 아이의 교육문제에 대해 와이프와 얘기하곤 하는데, 선행학습의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있지 않아 각자의 주장만 펼치기 일쑤였습니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들려주시니 많은 도움이 됩니다.
먼저 앞으로의 교육방향에 대해 와이프와 합의를 이루어 내고, 다음으로 구체적으로 선행학습대신 어떤 방식으로 학습을 이끌어 줄지에 대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두 가지 과정 모두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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