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산책
방세를 내야하는 날이라 우체국을 찾아나섰다.
언제던 인터넷으로 돈을 쉽게 보낼 수 있고 동네 ATM기계도 12시까지 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늦은 시간에 돈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랑하는 나는 한국에서도 주로 은행을 가서 업무를 보곤 했어서 이런 일본의 아날로그적이방식에 금방 적응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올빼미력을 생각하지 못했다
한밤중에 움직이기 시작하는 나에게 일본의 은행은 너무나 빨랐다
가장 가까운 우체국은 7시가 되면 ATM의 불이 꺼지고 가장 늦게까지 하는곳도 9시면 문을 닫아버리는데
10시라고 착각한 나는 늦은 시간에 ATM찾아 나갔고 불 꺼진 우체국 앞에서 한참 멍을 때려야했다
그래서 오늘도 걷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서 사게 된건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안가본 골목골목은 많았고 한번도 안가본 길을 찾아서 걸었다
우리 집 반대편으로 주욱 걷다보니 가타카나로 아카데미라 적혀있는 꽤나 큰 건물이 나왔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나보다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와글와글 몰려있었다
그 학원 건물에서 나오는 아이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도 이런 시간까지 공부하는구나... 오늘은 토요일인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조금 더 걷다보니 커다란 회사 건물? 공장같은 건물들이 모여있는 거리가 나왔다
큰 도로, 주르르르륵 이어져있는 자판기, 시간이 시간인 만큼 회사가 모여있는 거리에는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걷다 걷다 코를 쿡 찌르는 향신료 냄새에 고개 돌려보니 인도분들이 인도가정요리집, 세계 향신료 가게 문을 닫고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본인들 언어로 대화 하는 모습이 내 귀에는 외계어로 들리지만서도 그들은 그들의 가장 따듯한 언어를 하는 거겠지
모르는 길이지만 걷다 걷다 또 걷다, 휴대폰 베터리가 떨어져 가는걸 보고 내가 상상하는 우리 집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걷다 걷다 또 걷다 내가 생각하지 않은 의외의 곳에서 낮익은 건물을 발견했다
그 건물을 기준으로 다시 내가 아는 익숙한 세계속으로 걸으면서 생각해봤는데
결국 나는 어느곳으로 걷던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던 내가 아는 익숙한 세상에서 살지 않을까
조금은 알 것 같다
엄마의 '너때는 노는게 공부하는거야'
일본은 뭔가 골목골목 다니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ㅎㅎㅎ
가장 따뜻한 언어
라는 말이 좋네요^^ 겨울 준비 잘 하셔요ㅎㅎ감사합니다ㅎㅎ 저는 한국말이 너무 따듯하고 좋더라구여
이제 그 학원 쪽과 공장 쪽 낯을 익혔으니 낯익은 세계가 확장되었네요 :)
이젠 걸어서는 어딜가도 아는 곳 일 것 같아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