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

in #kr6 years ago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가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앵초꽃.jpg

[출처]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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