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5일차.

in #kr7 years ago (edited)

순례길 5일차 (2017.06.11)
푸엔테 라 레이나 - 에스테야(Estella) 24km.

오늘도 늘 그렇듯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짐정리 해서 아침을 간단히 먹은 뒤 6:40쯤 출발을 합니다. 4일정도 100키로 이상을 걸었더니 아침에 일어날 때 발이 아프고 다리근육이 뻐근하더라구요 ㅜㅜ 사촌동생도 일어나기가 힘들다며 징징 ㅋㅋ

그래도 오늘의 코스는 전체적으로 오르막 내리막이 많이 없었던것 같아 조금은 걸을만 했어요. 4일간 걸으면서 근육이 적응을 해 가는거일수도 있겠구요ㅎㅎㅎ 오늘은 걸으며 무슨 생각을 그리 했던건지 딱히 사진도 별로 없네요. 걷다가 아침에 먼저 출발한 김경석 아저씨(일명 선생님) 을 만나게 됐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한동안 같이 걸어갔습니다. 선생님은 2월에 은퇴를 하신 후 꼭 해보겠노라 다짐했던 산티아고길을 은퇴와 동시에 준비하셨다고 하더라구요. 연세는 66세지만 마음만큼은 여느 젊은이 못지 않으신것 같았어요. 같이 걷다보니 가이드북에서 인상깊은 사진으로 봤던곳 ‘시라우뀌’(Cirauqui) 가 눈앞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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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언덕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마을이 참 풍요롭고 한적해 보입니다. 황금빛 보리밭을 아래로 내려보는 마을에서 산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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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선생님과 함께 한컷 찍었는데, 이날의 일기를 보니 왜 ‘선생님’이라 불렀던지 나오네요. 이야기 해 보니 국내 대기업의 임원으로 불과 몇달 전 까지 일을 하셨고 연세도 66세로 저희는 아들뻘 보다도 어린 아이들이지만 한번도 저희들에게 하대를 하거나 말을 놓으신 적이 없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꼰대’의 느낌이라곤 전혀 없었고 젊은이들과도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유함과 영어가 유창하진 않지만 낯선곳을 혼자 오실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보니 정말 중년의 신사 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구요. 저도 나이가 든다면 저런 모습이 되겠노라 떠올렸던 하루인것 같아요.

오늘도 저희는 무니시팔(공립)알베르게로 숙소를 잡았고 역시나 클라우디오 실비아 세자르 그리고 한국인 동생들(민성이,수민이,형준이) 전부 모였네요. 전날 알렉산드로 아저씨네 한테 대접을 받아서 오늘은 저희가 대접하겠다 했어요. 아쉽게도 알렉산드로 아저씨네 부부는 오늘 다른 일행들과 외식을 한다고같이하진 못했지만 클라우디오와 실비아 세자르 그리고 새로운 일본인 료코 라는 분과 함께 하게 됐어요. 같이 저녁을 먹으려면 메뉴도 메뉴지만 저녁시간을 잘 정해야 하는데요 ㅎㅎ 이탈리아인들이 보니까 항상 저녁을 7시반 이후에 먹더라구요... 반면 저희는 항상 6시쯤 저녁을 먹었기에 서로 조율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7시에 먹기로 합의봤어요!!ㅋㅋ

  • 팁! 순례길 걸으실 때 저녁식사를 직접 만들어 드신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통 6시를 기준으로 저녁을 먹기에 다른나라 사람들과 주방을 쓰는데 있어서 크게 겹치지 않으실 꺼예요.

오늘의 메뉴는 퓨전식 비빔밥과 볶음라면 이었어요. 볶음라면은 뭐 그냥 라면을 후레이크랑 면만 끓여다가 팬에다가 스프를 반만 넣고 파,양파와 함께 볶아버렸어요. 퓨전식 비빔밥은... 사실 순례길 위에서 한식을 해먹을 만한 재료를 사는건 대도시에서 뿐이고 더군다나 그런 재료들을 항상 배낭에 넣고 길을 걷기란 힘들기에 그날 쓸 재료만 조금씩 사다보니 메뉴 자체가 제한적이었어요. 그 와중에 일본간장을 살 수 있어서 다진고기를 간장과 설탕에 볶아두고 브로콜리를 데치고 당근을 다져다가 살짝 볶은다음 양파도 다지지만 그냥 얼음물에만 담가둬서 알싸함만 제거해 줬어요. 김이 있었다면 색감까지 좀 더 완벽했겠지만 나름 괜찮은 한끼였던것 같아요. 중간에는 계란노른자를 날로 올리면 비주얼도 나름 나쁘지 않고 고소함까지 더할 수 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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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종종 해먹는 레시피로 밥 대신 소면을 삶아다가 저기에 참기름 살짝 두르고 먹어도 정말 꿀맛이예요 ㅎㅎ 이날 에피타이져로 료코씨가 아보카도 세개와 와사비,간장을 가져와서는 아보카도를 마치 회 먹듯 와사비간장에 찍어먹는걸 추천하더라구요. 처음엔 엥?? 이게뭐야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생각보다 훨씬 조합이 어울리잖아요?? 나중에 한 tv프로그램 에서 이상민이 같은 방법으로 먹었는데, 눈감고 먹으면 마치 참치 대뱃살 같은 느낌이야 라더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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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가 몇숟갈 먹더니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어로 한마디 할게 있다며 ‘부따 마드레’ 라고 한다더라구요. 처음엔 무슨의민줄도 몰랐는데 설명해주길 직역하면 어머니욕 정도 된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와 x나 맛있어’ 정도의 의미가 된다고 젊은 스페인인들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라면 써도 전혀 무방하다고 하더라구요 ㅋㅋ
클라우디오도 실비아도 세자르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며 특히 생양파의 식감이 참 좋다고 전부 싹싹 비웠어요. 료코에게도 거부감 없는 맛이었을 꺼예요. 기본적인 레시피의 베이스가 일본식에 좀 더 가깝거든요 ㅎㅎ 볶음라면은 클라우디오 아저씨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이탈리아에 이런맛의 파스타는 없다며 너무 좋다고.... ㅋㅋ 실비아는 비빔밥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메모까지 해 갔어요 ㅋ 나름 뿌듯한 하루였던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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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산책하러 가는 패션이예요 ㅋㅋ 잠옷과 꽃무늬바람막이, 밀짚모자의 조화로 참 요란한지 클라우디오가 웃으며 찍어다 주셨네요 ㅋㅋ
오늘의 하루도 이렇게 끝나고 일찍 잠이 듭니다. 말은 잘 통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웃고 같이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이 산티아고길이 너무 좋습니다.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오늘의 가계부
    알베르게 - 6유로
    저녁,아침 장 - 3유로
    커피 - 1유로

총합 - 1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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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두번째 친구 이름만 제가 몰랐는데...
여기에서 다시 얼굴을 보네요^^

만물상 수민이요!! ㅎㅎ 아직도 한국 들어가면 다같이 서울에서 만나고 해요 참 좋은 친구들인것 같아요~^^

우리도 산티아고 인연들과 한국에서 다시 만났어요.ㅋ
산티아고 순례 후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거든요.
연락처 받아놓은 분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

10유로면 우리 나라 돈으로 얼마나 되는거에요?ㅎ

1유로에 1200원~1300원 사이를 왔다갔다하니 대강 13,000원 정도라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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