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악(舊惡)열전]3. 해외출장 전문기자 B씨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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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프라이버시(라고 쓰고 '고소방지'라 읽는다)를 위해 비슷한 다른 비슷한 구악의 사례를 합성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한 언론사 기자 B씨에게 무슨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먼저, 그는 기사를 못 쓴다고 한다. 연합뉴스 없이는 기사 한 줄 못 쓴다는 전설이 그를 따라다녔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남들이 쓰지 않는 기사는 전혀 생산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부에서 야구기사를 써야 하는데 하루에 경기가 4개 열린다고 치자(맞는지?). 어떤 기자는 LG 대 두산의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본 뒤 기사를 쓸 것이고, 다른 기자는 롯데 대 한화의 경기 기사를 쓸 것이다. 그런데 B씨는 연합이 두산전을 쓰면 두산전을 쓰고, 롯데전을 쓰면 롯데전을 쓴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합뉴스가 기사의 방향(야마)과 흐름을 잡아주지 않으면 스스로 기사를 풀어나가지 못한다는 얘기다. 물론 야구는 한 예일 뿐이며, 들은 얘기를 확인하진 않았다.

보통 인사권자들은 매번 인사 때마다 B씨와 같은 사람들을 둘 자리가 없어 고민이 많다. 그런 기자들의 공통점은 우선 연차가 높다는 것. 어찌어찌 보직부장을 지냈는데 또 시킬 수는 없고, 그렇다고 승진을 시켜서 보직 부국장에 앉힐 수도 없다. 그럼 '전문기자'나 '선임기자' 같은 직함을 붙여서 현장에 보내야 하는데, 부장 중에 자신보다 선배인데 퍼포먼스가 심히 좋지 못한 부원을 환영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인사권자들은 많은 경우 이런 기자들을 정치, 경제, 사회 등 업무 강도가 높고 회사 간 경쟁이 심한 부서가 아닌 곳에서 하루하루 소일하게 둔다.

사실 그런 부서에선 뉴스 자체의 가치보다 기사의 질이 중요하다. 같은 뉴스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어떤 시각으로 보고
분석하느냐가 경쟁력이다. 그래서 잘 쓰는 회사들은 이런 부서들에 정말 전문성 있는 전문기자들을 포진시켜, 회사 간 필력을 겨룬다. 근데 부서에 B씨 같은 경우가 많으면 그 회사는 그런 경쟁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보면 B씨와 같은 기자는 단순히 능력없는 기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왜 이 구악열전에 등장했을까. 그를 수식하는 말이 '출장 전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는 출장을 참 많이도 갔다. 특히 후배의 해외 출장 뺏어 먹는 데는 일품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B씨는 'ㄱ' 출입처의 1진이고, 'ㄴ' 출입처의 2진으로 백업을 하는데, 'ㄴ' 출입처에서 기자들이 출장을 갈 일이 생기면 항상 그 출입처로 출근하며 기사를 커버하던 1진 후배를 주저앉히고 본인이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후배는 불만이 쌓여 부장에게 항의하지만 부장은 자신의 선배와 부딪치기 싫어서 "니가 이해하라"고 한 뒤 B씨를 출장 보내는 것이다. 부장 입장에서야 기사 이상하게 쓰는 사람이 들어앉아서 자꾸 눈에 거슬리는 것보다 며칠이나마 저 멀리 보내버리는 게 속은 편할 거다.

요런 얘기도 들었다. 어떤 단체에서 해외 출장이 끼어있는 기획취재 지원 사업 대상을 선발했다. 한 후배가 제출 서류인 취재계획서를 공들여 써서 부장에게 냈는데, 마감 직전에 B씨도 취재계획서를 냈다고 한다. 부장은 1개 언론사에서 1 명(팀)만 지원 가능한 이 사업에 B씨의 서류를 냈다고 한다. 후배는 항의했지만 부장은 또 "미안하다 이해해라"는 식으로 무마한 뒤 B씨의 서류를 냈고, 결과는 탈락.

선배라는 걸 앞세워 후배의 출장을 가로채면, 나중에 이 후배도 젊은 시절 선배에게 빼앗겨 못 갔던 출장을 보상 받으려고 다른 후배의 출장을 빼앗을 수 있다. B씨 본인이 젊은 시절 출장을 선배에게 빼앗긴 적이 많았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구악의 대물림이 일어나면 결국 기자 사회를 기레기 사회로 만드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B씨는 승진이 좀 느리다고 한다. 그 회사 동기들은 거의 다 부국장급을 달았지만 아직 부장급이라고 전해졌다. 일 못하면서 처세만 좋은 구악들이 승진도 쑥쑥 잘하는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그건 B씨가 처세가 뛰어나지 못하다는 거다.

이 회사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B씨는 역시 구악기자의 덕목인 땡김에도 능했는데 한 번은 땡겨 온 물건을 회사 자기 자리 부근에 고이 모셔 놨는데 그걸 누가 가져갔는지 없어졌더란다. 근데 B씨는 그 범인을 잡겠다고 무슨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CCTV를 뒤지겠다느니 회사를 들쑤셔 놨다나 머라나.

그렇게 후배 출장 가로채고 욕심 많은 걸 회사에서 다 아는데, B씨는 출입처에서 결정적인 잘못까지 저질러 결국 젖과 꿀이 흐르는 출입처를 빼앗겼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대충 연합뉴스 예고 기사를 쓰고 퇴근한 뒤 밤 상황을 안 챙겼는데, 밤 사이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어 결정적인 오보를 쓰게 된 꼴이 돼버렸다는.

아 꼬시다. 이 길로 쭉 추락을 거듭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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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친구
공유를위한 감사합니다
축하 해요 :-) @shiho

호오 이번 글은 뭔가 사이다네요 ㅋㅋㅋㅋㅋ 구악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지능적이고 능숙할 것 같은데 이번 구악분(?)은 어설픈 것이 인간미가 있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저도 꼬십니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 그렇죠

ㅋㅋㅋㅋ 그렇죠. 구악 중에 이런 경우가 정말 잘 없는데 웃기네요. 사례가 좀 그래서 혹시 특정될까봐 고민고민해서 썼어요.

라고 썼는데 이놈의 이스팀은 앞에 '그렇죠'까지만 전송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끔 그런경우가 있네요 어떤 분은 댓글이 말 중간에 끊겨서 댓글이 외계어로 남아있고 ㅋㅋ... 구악 열전 잘 보고 있습니다 :)

Really beautiful .. thanks information .. hope we can cooperate .. follow me @ kingsteem .. maybe we can be a good friend

뭔가 그냥 퇴출시켜야 할 분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조직문화라는게
있어서 쉽게 내칠수는 없나봅니다. 가뜩이나 기자 되는 문도 좁은데
저런 분이 나가고 능력있는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만, 이리저리 치이고 구겨지는걸 구경하는게 더 재미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ㅎ

저런 양반은 차라리 구질구질 불쌍하기까지 할 정도죠. 대부분 구악기레기들은 약삭빠르게 회사도 잘 옮기고 잘 땡겨 먹으며 잘 살아요. ㅋㅋ

처세가 능하지 못하고, 능력이 뒷받침되지도 않는데다가 사고까지 치는데
계속해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니.... 한 편으로는 대단하군요.

이번글은 결말이 사이다처럼 시원해서 좋습니다 👍

음 오너가 없는 회사의 경영 상 허점이랄까요. 그런 언론사가 많아요.

보는 내내 고구마였는데 다행이 결말이 사이다네요.
저런 사람이 어떻게 신입때부터 시작해서 저 직급까지 살아남은 걸까요. 신입때는 잘하다가 나이 들면서 퇴화 된건지... 제가 있는 업계 같았음 진작 퇴출 됐을것 같네요.
오늘도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다^^

당시엔 머 그런 시대였으니까요. 신입 때 총명했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네요. ㅋㅋ

참.. 나이가 들수록 창피함을 모르시는지.
정말 꼬시네요. @.@

지금은 좀 찌그러져있겠네요. 아님 이 설움을 출장으로 보상받으려 할 수도.

자업자득인거죠!! 계속 추락을 이어갔으면 좋겠네요!

더 이상 후배들한테 폐 끼치지만 않았으면 좋겠구만요.

보통 구악들이 일은 못해도 처세는 뛰어날텐데 ㅎㅎㅎ 특이케이스네요 ㅎㅎ

근데 보면 처세 좋은 구악들은 일도 좀 하더라구요. 안해서 그렇죠. 정말 필요할 때는 일 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