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2. 내일도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라는 말.
언젠가 저녁이었다.
TV를 돌리다가 무심코 본 다큐멘터리 속에서
남자가 이런 말을 했다.
내일도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남자의 표정은 아주 즐거워보였다.
이웃과 공동 주택에서 함께 사는 남자였다.
그가 사는 빌라는 마치 하나의 마을이었는데,
공동 육아를 겸하고 있는 것은 물론
생활의 대부분을 이웃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셰어하우스나 공동 주거를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실은 대안적 공동 생활체에도
분명한 단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므로.
그보단, 그 남자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든
자신있게 내뱉은 그 한 마디
'내일도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싶었다.
어떤 인터뷰어가 나에게
요즘 사는 어때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등의 질문을 한다면
나는 분명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졸린 눈을 겨우 뜨고, 미간을 찌뿌린 채 담배를 피우며)
내일은 오늘보다 좀 나았으면 좋겠어요... 이부장 ㅆㅂ...
아 죄송. 저도 모르게 욕을...
나는 TV 속 남자를, 그의 오늘을 질투했다.
나의 오늘은 한 번도 만족스러운 적이 없는데.
내일은 더 낫겠지, 좋아지겠지 하면서
스스로 매일을 위로하기 바쁜데.
나도 더할 나위 없는 오늘들을 살고 싶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나는
언제나 더 나은 내일을 갈급해왔다.
부족한 걸 채워야 한다고 배웠고,
보다 더 능력있는 내가 되어야 한다고 강요 받았다.
발전이 없으면 도태된다 따위의
자기계발서 속 말들을 성경처럼 구워삼는
어느 어른들의 말씀을 수첩에 적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현재 남은 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더더 노력해야 한다는
10년 전과 똑같은 사회의 말씀들.
너무나도 위대한, 인생 선배의 가르침들.
내일을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오늘을 얘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 이 시점.
그 보다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미래 없이 하루만 생각하는
하루살이 같은 삶을 지향하는 건 아니다.
(내가 YOLO를 싫어하는 이유다)
강요된 내일에 오늘이 희생당하는
인생에 반대한다는 것.
그래서 나는 바란다.
지금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후회되지 않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알 수 없는 미래, 누군가의 기대에
나의 오늘이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래서 다짐한다.
오늘의 나의 한 걸음에 집중하기로.
나의 오늘을 흔드는 외부의 강제력이 있다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대항하기로.
나와, 나의 오늘을 공유하는
나의 사람들에게 충실하기로.
허무해지지 않기로.
저도 2손님처럼 오늘보다 내일은 낫길 바라며 매일 매일 고군분투하며 사는 편이지만, 매일을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과 살고 있어요ㅎㅎ아마도 성격 차이가 아닐까요? 저 인터뷰한 사람은, 지금의 삶에서 좋은 점만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해봅니다.
나도 매일이 고군분투... 저는 같이 고군분투하는 분과 살고 있지요 ㅎㅎ 물론 저도 나름 행복합니다만... 삶의 좋은 점을 보기 위한 노력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끔 불만종자라는 얘기를 듣긴 하지만... 계속 노력해보려구요.
인터뷰속 주인공은 자족할 줄 아는 사람이군요. 저런 마음 자세 배울 필요가 있네요. ^^
저도 안분지족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ㅎ 딱히 큰 욕심 없는 사람인데... 자꾸 욕심을 부리라고 그러네요. 여기저기서.
잘보고 갑니다ㅎㅎ~~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