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Kim Jong Won - 번역

in #kr7 years ago (edited)

북한과의 협상, 트럼프는 쇼맨십을 최우선으로

정상회담은 쇼비즈니스의 실질적인 승리였다. 그리고 트럼프는 아무 보상도 기대할 수 없는 양보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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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쇼의 한 장면처럼 되돌릴 수 없었다. 레드카펫 위를 "The Apprentice"의 주연 배우처럼 당당하게 입장한 그는 일생일대의 거래를 앞두고 손을 내밀었다. 불과 9개월 전만 하더라도 늙다리 미치광이인 미국를 불바다로 길들이겠다고 외치던 마치 50년대에서 직수입한 듯한 인민복과 헤어스타일 차림의 불만가득한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독재자 김정은이 그 손을 잡았다. 결국 불바다는 필요가 없었음이 밝혀졌다. 핵실험장의 폐기와 정상회담으로의 초대만이 필요했을 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체제보장을 대가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 김정은을 만나 "영광"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빌자면 그것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역사는 이 모든 것에 일부 관여하고 있으며, 스스로 되풀이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지난 30년 간 반복해서 군축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이를 어겨왔다. 만약 트럼프와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체결한 얄팍한 협정이 기존과 다를 것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입증하려면 미국은 북한과 협상 중인 핵관리 체제에 대해서 보다 명확하고 엄격하게 세부내용 규율해야 한다. 유감스러운 점은, 지금까지 트럼프는 의미있는 거래를 성사시킴과 동시에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에만 열심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주 정상회담에서 반문할 여지 없이 좋은 점이 하나 밝혀졌다. 대화는 이전에 주고 받았던 호전적인 태도보다 훨씬 낫다는 점이다. 전쟁은 논의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전세계는 이를 고맙게 여기고 있다.

또 다른 긍정적인 측면은 한 줄기 희망이다. 혹자는 김정은이 언제라도 노선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가 매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고작 30대의 나이에(김정은 본인이나 북한에 대해 많은 부분이 그렇듯, 그의 실질적인 나이는 밝혀진 바 없다) 핵을 이용한 벼랑 끝 전술로 점철된 인생에 대한 암담한 전망에 지쳤을 수도 있다. 그의 통치체제를 유지하려면 재래식 무기를 구매하거나 최근 들어 사치품을 향유하기 시작한 도심의 중산층을 달래기에 충분한 재정이 필요하다. 또한 그는 석유에서부터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모든 것을 중국에 의존해야만 하는 현 상황이 매우 불편할 지도 모른다. 만일 김정은이 핵무기를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생각해왔다면, 탄두와 미사일에 대한 투자는 미국을 그 협상의 자리까지 나오게 만드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시험해 본 트럼프가 옳았다. 회담의 잠재적 성과에는 전쟁에 대한 언급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는 점은 물론 아시아와 미국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을 제거했다는 점까지도 포함된다. 또한, 북한의 사례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역관세 분쟁에서 두 초강대국이 양자의 이익을 위한 협업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일종의 표본이 될 수 있게 된 점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싱가포르 회담은 실망스러웠다. 트럼프는 그 자리에 두 정상이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압도적 성과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북한이 대화하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김정은에게는 미국의 대통령과 대등하게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제안이 예상 밖의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횡재였을 것이다. 어쩌면 김정은은 이전까지 북한이 반복해서 약속을 어겼던 전철을 따르지 않겠다는 일종의 신호로 이번 정상회담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전 협상에 걸었던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에 진행된 양 당사자간 협정에는 북한의 책임을 규정한 문구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이 듣기에는 매우 좋지만 실상 북한은 이를 위한 어떠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과거에 그랬듯이 북한이 의도적으로 탈퇴한 핵확산방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의 이론에 따라 대한민국에서의 미군 철수 또는 미국의 군비감축을 주장할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협약은 검증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실무팀은 이번 협약이 강제적이라고 했지만, 김정은이 "증거"로서 시행한 핵실험장 폐기는 현재까지 소수의 언론인에 한해 그것도 안전거리에서 관측됨에 그쳤다. 검증 단계에는 반드시 통지 즉시 북한 내 위치한 수백 여 곳의 핵시설물, 민간 및 군용시설물들을 전부 방문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조사관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김정은이 받아들일는지의 여부가 이번 협약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다.

걱정스럽게도 트럼프는 거래를 위한 영업사원이 되기로 결심을 굳힌 듯 하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의 자질에 맹렬히 비판하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어리석게도 대한민국과 함께 진행하는 군사훈련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징집된 군대는 전시대비 훈련이 수시로 필요한데 트럼프의 이러한 발표는 그가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는 큰 양보였다. 트럼프는 비핵화 조치가 불가역적인 상황이 될때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이미 제재를 완화시키려는 압박을 가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래도 괜찮다. 김정은은 아마도 트럼프가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시키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과의 거래에 이미 많은 공을 들였지만 친미 성향의 이란핵협약을 무시했듯 반미 성향의 북한과 핵협약도 언제든지 무효화 시킬수도 있으며, 심지어 김정은이 트럼프를 속일수도 있다. 이는 트럼프의 진정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시험이다.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은 트럼프가 배수진을 치다시피 한 이번 거래로 인해 자신들의 체제가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는 대한민국과 일본에게 군사훈련(북한의 표현을 빌리자면 트럼프는 이를 도발적인 워게임이라고 했다)을 취소한다는 이야기를 미리 전달하지 않았다. 그는 자국의 군인들을 귀환시키길 원한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아시아 파병이 아주 비싼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의 공정성을 언급하면서 안보가 마치 거래의 조건인 것처럼 말했다. 북한과의 거래는 트럼프에게 NPT와 팍스아메리카나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는 지역적 군비경쟁이나 심지어 전쟁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약화시키고자 하는 것 같다.

김정은은 6개월 사이에 전세계적 천덕꾸러기에서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그의 체제 하에서 벌어지는 자기 국민들을 향한 끔찍한 처우는 까맣게 잊혀졌다. 반복된 조약과 UN 상임이사회의 결의안 위반은 어느 정도 용서가 되었다. 그런 자와 거래를 하는 것은 썩 달갑지 않다. 악당과의 거래는 도덕적으로 보나 외교적으로 보나 재앙이다.

Opinion)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된 이후 6월 16일, 그러니까 고작 나흘이 지난 후에 나온 기사다. 물론 나흘 만에 편집과 수정과 권한있는 사람의 발간 허가, 그리고 인쇄까지 됐을테니 실제로 글이 기획되고 작성된 시간은 그것보다 훨씬 짧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싶다. 65년 만에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처음으로 회담을 했다. 무려 65년. 그 사이에 오고갔던 상대방에 대한 수많은 협박과 비난, 경제적 압박(물론 이것은 북한이 당한 것이지만)을 고려해보면 65년 만에 두 정상이 만나게 된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 아닌가?

지금 북미회담에 비판적인 논조를 가진 글들의 대부분은 핵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북미간 협정에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심지어는 CVID라는 표현 ─ 문정인 외교특보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보좌관 한 명이 처음 쓰기 시작한 용어 ─ 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삼는 글들도 수두룩하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유명한 트위터리안 한 명이 쓴 트윗에 쓴 표현을 빌려 평가하자면 소개팅 하러 나간 자리에서 아이를 몇 명 낳고 집은 어느 동에 위치한 몇 평짜리 집인지 구구절절 설명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그게 가당찮은 소리 같이 들리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리라 믿는다.

본문에도 쓰인 것처럼 북한이 지난 30여년 간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와 했던 약속을 어겼다는 것 자체는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조금만 더 지켜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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