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갑자기 생각난 영화 인셉션의 플롯
요즘 이야기와 플롯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럴까. 길을 걷다가 갑자기 영화 인셉션 생각이 났다.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마지막 장면에서 5단계 레이어로 이루어진 꿈이 하나하나씩 무너지면서 깨어나는 부분에서 정말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몇 번을 다시보고, 작년인가 재개봉할 때도 찾아가서 보았다.
인셉션의 메인 플롯은 코브가 사이트의 의뢰를 받아 들여 경쟁사의 후계자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그룹을 해체하는 일이다. 코브는 이 일을 통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무리 경쟁사가 무섭다고 해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이용해서, 아들에게 거짓 위안을 심어주며 회사를 분해시킨다니 진짜 악질 작전이다.)
이 와중에 코브는 아서나 임스, 아리아드네 등등 다양한 개성을 가진 조력자들을 모아 팀을 꾸린다. 영화 초중반은 아리아드네에게 꿈의 세계를 설명해주면서 보낸다. 영화의 세계관을 잘 모르는 관객들에게 설명해주기에도 아주 좋은 장치다.
그런데 아리아드네는 꿈의 세계로 들어갈 수록 코브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그와 그가 죽였다는 아내, 멜의 관계다. 여기가 인셉션의 중요 서브 플롯이다. 코브는 멜의 이미지를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코브가 타인의 꿈에 들어갈 때마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나타나 언제나 코브를 방해한다.
코브 일행이 피셔의 꿈 속으로 들어가면서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인셉션이 더 놀라웠던 점은 둘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에 코브는 자신이 인셉션을 성공해 봤다고 했지만 누구에게 무슨 인셉션을 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셔의 꿈 속에서도 죽은 아내 멜이 나타나 방해를 하자, 마침내 그가 인셉션을 했던 대상이 아내였으며, 아내는 그가 심어놓은 아이디어 '이 세상은 현실이 아니다'에 사로잡혀 호텔에서 떨어져 자살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제 코브는 메인 플롯에서도, 서브 플롯에서도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사이트의 임무는 실패 직전이고(심지어 사이트 자신이 죽기 직전이다), 멜은 코브를 영원히 꿈의 세계로, 림보의 세계 속에 머물기를 눈물로 간청한다.
코브는 여기서 그토록 털어내지 못했던 자기 마음 속의 멜의 허상을 단호하게 거절함으로써, 서브 플롯에서 성공을 쟁취함으로써, 마침내 메인 플롯에서도 성공하기에 이른다. 메인 플롯은 서브플롯이 없었다면 생성되기 어려운 일이었고(인셉션 경험), 메인 플롯 역시 서브 플롯에서 코브가 사이토를 림보 상태에서 현실로 끌고 나옴으로써 메인 플롯의 완성을 이룩한다. 사이토가 깜짝 놀라서 깨어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장면은 코브의 완전한 승리를 보여주었다.
메인 플롯 하나를 잘 짜기도 정말 어려운 일인데, 심지어 서브 플롯도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이를 메인 플롯과 긴밀하게 연결하는 작업은 결코 영감만으로는 이룩해 낼 수 없는 진짜 프로의 솜씨다. 나도 하루 빨리 이야기와 플롯의 원리를 깨우치고 '문리'가 틔여서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설을 써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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