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일기 ] / 1. 신체검사
- 신체검사
국가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명령을 했다.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다.
병무청에 가보라고 한다.
공부하느라 놀기도 바쁜데 신체검사를 받으라니.
짜증이 났다. 신체검사를 받으려면 국가에서 지정한
병무청에 가야 한다.
나는 '서울지방병무청'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집에서 가까워서 좋았다.
내 친구들은 서로 날짜를 맞춰서
같이 신체검사를 받았다.
나는 그러지 못해서 혼자 갔다.
정시에 딱 맞춰서 갔다.
일찍 도착하는 순서대로 집에 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일찍가나 늦게가나 그곳에 있어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은 동일하다는 생각에
지각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갔다.
병무청 정문을 통과했다.
도로가 일자로 쭉 뻗어있었다.
5분정도 걸어서 검사장으로 향했다.
검사장 안은 초등학교 컴퓨터실 같았다.
컴퓨터가 족히 100대는 돼보였다.
왼쪽에는 컴퓨터가 오른쪽에는
은행이 있었다. 신한은행이었는데
지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예상대로 다들 먼저 와있었다.
나라사랑카드신청서를 작성하고
컴퓨터화면에 뜬 글자들을 봤다.
yes or no를 선택하라고 하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정답은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좋은 것들만 찍으면 된다.
문득 생각이 들었는데,
안좋은 것들만 찍으면 3급을 받아서
공익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다 하고 나면 옷을 갈아입힌다.
탈의실에서 다같이 똑같은 옷을 입는다.
학교 체육복 같았다.
문신을 한 친구들이 눈에 띄었다.
살짝 무서웠다.
그곳에서 하라는 대로 했다.
나는 현역인 걸 알고 있었기에
준비해서 갈 것도 없었다.
차라리 아팠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니다. 건강한 게 최고다.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각 분야의 의사에게 검사를 받는다.
상당히 귀찮다. 기본 신체검사는 물론
이비인후과 .. 뭐 의사들도 형식적으로
대충하고 넘기는 것 같았다.
트레일러의 물건들처럼 그냥 가만히 따라가면
검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등급을 알려준다.
기계에 숫자가 뜨는데, 희비가 엇갈린다.
지금껏 공익이나 면제를 준비해왔던
친구들은 평소 1등 2등이라는 숫자를 좋아함에도 불과하고
3,4,5 등이 뜨길 원한다.
나는 1등급이었다.
군대에 가야 하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별로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저 나를 등급으로 나눈다는 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친구들 중에 과체중, 저체중이거나
시력이 나빠서 2급판정을 받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도 국가에서 나를 쓸 때 가장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니 기분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라사랑카드를 받았다
차비로 쓰라고 만원을 넣어준다.
너무 적다하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나는 그냥 만원을 받았다는 게 좋았다.
차비 치곤 큰 돈이다.
맛있는 걸 사먹으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 편에 계속..
-N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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