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란 무엇인가?

in #kr7 years ago (edited)

제 소개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퀀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퀀트란 무엇인가에 대한 소개글로 본격적인 스팀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퀀트를 소개하기 전에 셀사이드와(sell-side)와 바이사이드(buy-side)가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셀사이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나 브로커리지 회사, 한국에서는 증권회사가 셀사이드로 분류됩니다. 셀사이드는 기본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혹은 파생금융상품 등을 판매하여 수수료를 취득하는 것이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자기자본으로 직접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자기자본 거래(Proprietary trading)도 있으나 셀사이드 본래의 비즈니스는 아닙니다.

바이사이드는 반대로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곳입니다.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연기금, 벤처캐피탈, 보험사 등 다양한 형태의 바이사이드가 존재합니다. 바이사이드는 자본을 투자하여 투자한 자산의 가격 변동으로부터 수익을 추구하는 곳입니다. 투자자금의 모집 방법, 투자 대상, 운용 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의 바이사이드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펀드매니저는 자산운용사의 매니저를 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간혹 “증권사 펀드매니저”라는 용어가 들리기도 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잘못된 용어입니다. 펀드매니저는 바이사이드의 직업입니다. 증권회사에는 펀드매니저가 없습니다. 증권사 트레이더(이 또한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나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와 혼동되는 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기본적으로 셀사이드는 상품을 팔아서 돈을 버는 곳, 바이사이드는 그 자산을 통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곳이라고 간략히 말할 수 있습니다.

셀사이드와 바이사이드 모두에 퀀트라고 하는 직업이 존재하는데, 양쪽의 퀀트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두 비즈니스를 먼저 소개한 것은 퀀트가 하는 일이 각 비즈니스와 밀접한 연관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1. 셀사이드 퀀트

전통적 의미의 퀀트입니다. 금융공학 혹은 금융수학이라고 부르는 분야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파생금융상품의 적정가격을 산출하고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는 이론 개발 및 트레이더가 사용할 수 있는 계산 엔진과 툴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파생상품 평가이론과 관련된 부분은 상당부분 정립이 되어 있기도 하고 이론 자체는 학계에서 논의되는 것이 일반적인 편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 셀사이드 퀀트는 평가이론을 이해하고 실제로 이것을 코딩으로 구현해서 효율적으로 파생상품 운용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맡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주식이 있고 현재 가격이 1만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1년 뒤에 이 주식을 1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했을 때 이 권리의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형태의 권리를 콜옵션(call option)이라고 부르며, 가장 간단한 형태의 파생상품입니다. 일단 1년이 지난 뒤 A주식의 시장가격이 1만 2000원이 되어 있다고 하면 해당 콜옵션을 보유한 사람은 1만원에 A주식을 사서 시장에 바로 팔면 2000원이 남으므로 이 경우 콜옵션의 가치는 2000원이 됩니다. 반대로 A주식이 1년 뒤에 8000원으로 떨어졌다고 하면 이 주식을 콜옵션을 행사해서 만원에 살 이유는 없으므로 해당 콜옵션의 가치는 0이 됩니다. 그렇다면 만기 시점이 아닌 콜옵션을 거래한 현재 시점(만기 1년 남은 시점)에서는 해당 콜 옵션의 적절한 가격은 얼마가 될까요? 단순한 사칙연산으로는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권리에 대한 가격을 평가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모델이 바로 유명한 블랙-숄즈(Black-Scholes) 모델입니다.

단순 콜옵션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블랙-숄즈 모델에서 나온 수식으로 표현된 공식이 존재합니다. 즉 수학에서 말하는 closed-form solution이 존재하며 많은 계산이나 복잡한 코딩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권리가 복잡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텝다운형 ELS의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외국에서는 autocall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구조를 보면 3년 만기, 60 - 95 95 90 90 85 80, 18% 과 같은 구조입니다. 즉 기초자산을 6개월마다 관찰해서 지정된 행사가격 (보통 95-95-90-90-85-80 식으로 행사가격이 내려간다는 의미에서 스텝다운이라고 부릅니다) 보다 높은 가격이면 각각 시점에 지정된 수익률(3%,6%,...18%)을 지급하고 상품은 종료되고, 하락한계(60%) 이하로 내려간 적이 한 번이라도 있고(하락한계는 보통 조기상환 시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매일 종가로 관찰합니다) 조기상환이 되지 못한 채로 만기까지 가게 되면 손실이 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단순 콜옵션보다 훨씬 더 권리구조가 복잡하죠?

이처럼 복잡한 구조의 파생상품은 closed-form solution이 존재하지 않으며 복잡한 수치해석 기법이 요구됩니다. 셀사이드 퀀트는 이러한 파생상품의 적정가격과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엔진을 개발하고 트레이더가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일을 합니다.

셀사이드는 주식과 채권과 같은 cash product(derivative에 상대되는 말로 현물 주식 및 채권 등을 말합니다) 영업뿐만 아니라 고객의 니즈에 따라 다양한 파생상품을 설계하여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cash product와는 달리 ELS와 같은 파생상품을 판매했을 때 판매한 쪽은 계약 권리에 따라 향후 지급해야 하는 부채가 발생합니다. 조금 전에 예를 든 ELS의 경우 판매 이후 최초 6개월 뒤에 조기상환 행사가격인 95% 이상 수준에 주가가 위치해있다고 하면 3%의 수익을 지급해야하는 의무가 발생합니다. 즉 1좌에 1만원을 받고 해당 상품을 판매했는데 6개월 뒤 조기상환 조건이 달성되었다면 3%의 수익을 얹은 10300원을 ELS를 보유한 고객에서 지급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해당 상품을 판매한 쪽은 적어도 처음 받은 10000원으로 6개월 뒤에는 적어도 10300원 이상을 만들어 내야 수익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파생상품의 권리구조에 따라 해당 상품의 가치만큼을 복제(replication)하는 운용을 헤지운용(hedging)이라고 합니다. 헤지운용에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바로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것과 그릭(greek)이라고 부르는 리스크를 측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셀사이드 퀀트의 주된 역할입니다. 헤지운용과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상세히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2. 바이사이드 퀀트

퀀트라는 용어가 바이사이드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는데 셀사이드 퀀트에 비해 좀 더 폭넓은 의미를 지니며 일률적으로 정의를 내리기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정말 단순히 요약하자면, 과거 투자 전문가의 감과 경험에 의존했던 투자를 벗어나서 수학적, 통계적, 공학적 기법을 동원하여 미래의 가치를 분석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일을 담당하는 사람을 모두 통칭해서 퀀트라고 부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투자 방식이 다르며 퀀트라고 불리는 일도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설명드리자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존재합니다.

  • statistical arbitrage : 통계적 차익거래를 의미합니다. 주로 데이터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하며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30일 동안의 주식시장 전체의 주가 흐름을 관찰하여 과거 이러한 패턴일 경우 (상대적으로) 오르는 종목과 내리는 종목을 찾아내어 각각 매수(long)/공매도(short) 포지션을 취합니다. 이상적으로는 매수한 포지션이 오르고 공매도한 포지션이 내리는 것이 좋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매수 포지션이 공매도 포지션에 비해 더 오르거나(둘 다 오른 경우) 덜 내리면(둘 다 내린 경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두 종목만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많은 수의 주식을 가지고 long/short 포지션을 맞추게 됩니다. 어떤 종목을 얼마만큼 long혹은 short할 것인지를 데이터 리서치를 통해서 결정하게 됩니다. 데이터에는 기본 주식시장 가격 및 거래량뿐만 아니라 기업 회계자료, 뉴스, 애널리스트 리포트 등도 포함될 수 있으며 최근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활용한 롱숏 전략도 존재합니다.

  • high-frequency trading : 고주파 거래 혹은 극초단타매매라도 부릅니다. 초고성능 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다양한 방식의 수익을 실현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market-making 혹은 liquidity providing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시장에 호가를 조성하여 수익을 취하는 전략이 있습니다. A라는 주식에 대해 9950원에 매수 호가를 내고 동시에 10050원에 호가를 내서 9950원에 주식을 사고 10050에 파는 스프레드(spread) 수익으로 취득합니다. 이 과정에서 마켓메이킹을 하는 회사는 자신의 보유 수량을 최소화 하면서(보유하는 만큼 시장 가격 변동에 노출되므로) 스프레드를 취득하는 전략입니다. 기존에도 마켓메이커가 존재했으나 HFT 전략을 사용하는 회사들은 고성능 컴퓨터와 고유의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시장의 실제 매수매도 수량을 예측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매매를 체결하고 스프레드를 취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곳이 한국거래소 한 곳만 존재하나 미국의 경우 여러 trading venue가 존재하여 venue간의 스프레드를 취하는 전략도 가능합니다. 즉 뉴욕증권거래소에서 A 주식을 100달러에 사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데 주문을 낸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는 그보다 높은 매도호가만 존재하는데 시카고증권거래소에서는 해당 주식을 99.5달러에 파는 사람이 있을 때 시카고증권거래소에서 99.5에 사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00달러에 파는 전략이 가능합니다. 또한 특정한 뉴스나 이벤트가 있어서 주식이 급등/급락이 예상되는 경우 빠르게 주문을 내서 가격이 변동하는 만큼 수익을 취하고 포지션을 정리하는 전략이 가능합니다. 중요 경제지표 발표 등이 있을 때 해당 뉴스를 사람이 판단하기 전에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호재와 악재를 판단하여 바로 주문을 내고 시장이 충분히 반응한 뒤에 포지션을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HFT 전략이 존재하며 핵심은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하여 사람이 반응하고 행동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매매를 체결함으로써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 algorithm trading : 알고리즘에 의해 매매하는 것을 말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앞서 소개한 statistical arbitrage와 high-frequency trading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저는 앞서 소개된 두 전략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만 간략히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지수차익거래라는 전략이 있는데 실제 지수와 선물가격의 괴리를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KOSPI200 지수가 있고 이 지수에 대한 선물시장이 있습니다. KOSPI200은 이름 그대로 200개의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이며 구성종목의 시가총액에 따라 KOSPI200 지수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선물시장에서의 지수 선물 가격과 실제 종목들로 부터 계산된 지수 가격이 차이가 있을 때 고평가된 쪽을 팔고 저평가된 쪽을 사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또 인덱스 펀드 선행 매매 전략이 존재합니다. 인덱스 펀드는 주기적으로 시장 가격 변동분을 반영하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데 이들 인덱스 펀드가 조정할 수량을 미리 계산해서 선행 매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 외에도 기술적 지표를 활용한 선물 매매, 페어(pair) 트레이딩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존재합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머신 러닝을 활용하여 트레이딩을 시도하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곳이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의문이나 새로운 영역이 계속 개척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다소 장황해진 듯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주제로 더 많은 글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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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퀀트" 라는 걸 타인에게 설명할 때 쉽지 않다고 느꼈는데, 깔끔하게 잘 정리해 주셨네요. 특히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의 차이를.

네 정말 설명하기 쉽지 않죠ㅎㅎ 한 번 정리해보는 차원에서 첫 글 남겼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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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조금 찬찬히 읽어보아야겠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나누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홍보해

관심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홍보도 정말 감사합니다ㅎㅎㅎ

@scientificinvest님 안녕하세요. 써니 입니다. @qrwerq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리스팀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관심이 많은데요.
Statistical arbitrage 쪽에 특히 관심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써주시면 많이 배우겠습니다.

오 반갑습니다. 부족하지만 부지런히 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음 듣거나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내용들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 남길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반갑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ㅎㅎ

안녕하세요 @scientificinvest 님. 혹시 작성하시는 글들을 (출처를 포함하여
) SNEK의 독자분들에게 공유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joeuhw 님. 리스팀 감사드립니다. 널리 공유되는 것은 물론 환영입니다ㅎㅎ 그런데 제가 작성하는 글 중에서 혹시라도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 부정확한 정보가 있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을까봐 약간의 부담이 있는데(모든 일을 다 직접 해본 것은 아니므로) 유료 서비스에서 공유되어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공유 방식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네 물론입니다. @scientificinvest 님이 작성하신 글은 모든 사용자에게 무료로 공개됩니다. 출처를 통해 해당 글에 대한 조회수를 올리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에 대해서도 부정확할 수 있음이 고지가 되어있으니 크게 고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joeuhw 님 그러면 공유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ㅎㅎ 반갑습니다!
제 지인들 중에도 퀀트가 꽤 있어 친숙한 직업이네요! ㅎㅎ

오 그렇군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관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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