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평론] 탈권위화의 물결 – 분산 네트워크에 이어 탈권위화를 향한 제2의 바람 : 여성, 입을 떼다.

in #kr7 years ago (edited)


   

  국내 가상화폐 시장 내 비트코인 가격이 불과 2주만에 2배에 가까운 1200만 원을 호가하며 순항하는 가운데 한국 여성들의 탈권위화를 향한 움직임도 비로소 노를 젓기 시작했다. 오늘 오전 유명 연출가 이윤택은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위 사건의 전말은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년 전 지방 공연 당시 자신이 겪었던 일을 밝히며 시작되었다. 김 대표의 용기 있는 발언이 불씨가 되어 이윤택 감독이 그 동안 범한 성추행 폭로가 줄을 이었고, 심지어 이 감독이 심지어 같은 단원의 여성 후배를 성폭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또 다른 2명의 피해자의 제보도 들어온 실정이다.    


  이 뿐만 아니다. 연극계에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와 부당한 권력으로의 개탄과 분노, 여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의 분위기가 들끓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앞서, 지난 29일 서지현 검사는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의 제목을 올리고, “100% 실제 사실을 내용으로 쓴 것으로 추행 부분에 관하여 진술하는 것에 심리적으로 큰 괴로움이 있어 이 글로 대신한다”며 자신이 경험한 성폭력 사례들을 적어 검찰계를 발칵 뒤집었다. 이에 대한 반향으로 더민주당은 지난 30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기관 개혁 1호 공약이기도 하다며 그 필요성을 역설했고,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 검사 성추행 피해 사건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50여건 올라왔다. 7000명 이상이 참여한 청원 제출자는 “2010년 당시 성추행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와 사건을 알고도 덮어버린 최교일 검찰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조사해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1     


  

  이러한 물결은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문단(文壇)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최영미 시인이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은 원로시인의 성추행을 폭로했고, 이어 6일 JTBC에 출연해 “(시에 언급된) 그는 상습범이다.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피해자가 셀 수도 없이 많다”고 밝혔다. 이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번졌고 주요 신문의 기사를 통해 문단 내 상습적이고 극악무도한 관행이 폭로되었다. 시 ‘괴물’에서 ‘En’으로 표기된 이름과 노벨문학상을 뜻하는 ‘노털상’ 등의 언급은 고은 시인을 가리키고 있었다.    


   문단계, 연극계, 검찰계 낱낱의 움직임이 각 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음은 현재의 동향이 방증해주고 있는 것 같다. 부당한 권력으로부터의 몸부림과 “남성 중심사회 일반의 문제”(2에 맞선 고발은 공통의 기치 아래 낱낱의 움직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조류가 되어 흐르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에 다시 한 번 성과 권력의 관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더 넓게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지독하게 강조되는 권력의 수평적 분산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인 여성들의 피해사례와 고발로 하여금 여성문제와 페미니즘, 권력의 상하구도가 낳는 갑을 관계 등이 새롭게 조명 받기를 바라는 바이다.  


  물론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앞서 언급했던 이윤택 감독은 실시간 봇물처럼 터지는 김보리의 성폭행 피해자 발언과 다른 성폭행 피해자들의 제보 등에도 불구하고 그 성폭행을 가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다. 연희단패거리 단원이었다고 밝힌 김보리와는 “서로 다른 쪽의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행위는 있었으나 합의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변명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 서지현 검사 역시 과거 검찰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인사 불이익까지 받았다고 주장하였으나, 검찰 내에서 ‘성추행 사건 문제제기로 인사 불이익을 당한 것이 아니라 업무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라 비난했다. 또한 서 검사는 검찰 조직 내에 성폭행 사건도 있었으나, “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은 여검사에게 잘나가는 ‘남(男) 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3”고 말했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성폭력 사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진위가 밝혀지는 것을 덮기 위해 피해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내어 새로운 프레임을 씌워 논점을 흐리는데 주력하는가 하면, 추가 가해 행위를 부인하고 과거의 일이라는 점을 들어 기억 상실에 걸린 시늉을 했다(어쩌면 당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가해행위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차 성폭력 피해자들은 2차 가해의 칼을 갈고 있는 이들의 희생자가 되고 있다. 어쩌면 2차 피해자이자 권력의 희생자로 영영 남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싸움은 길고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권력과 여성’의 악연의 연결 고리의 끊는 일은 부진했던 소수자 문제 해결과 부당한 권력 작동이 여전히 현존하는 곳에 빛을 던져 줄 것이라 생각한다. 기존 체제에 대한 부정과 반동은 이미 새로운 주체와 일체 새로운 장의 막을 열었다. 포스트모더니즘과 4차 산업 혁명이 함께 일궈내는 제 3의 물결은 이미 P2P, 다중 지성, 아래로부터의 혁신, 보수적․중앙적 기관에 대한 반항, 분산 네트워크, 가상화폐 등의 막을 수 없는 흐름을 형성했다. 권력과 여성의 문제 역시 이 거대한 흐름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결코 순탄하지 않겠으나, 그 위태로움 속에서도 스릴과 긴장감의 칼날 역시 타기 시작했다. 이러한 거대한 물결에로의 편입은 한국 정치계뿐만 아니라 사회 내의 탈권력화, 중앙 탈피화, 소수자의 인권 존중, 성평등의 다음 파도를 예언하는 것이라 믿는다.  

한국도 진정으로 탈권위적 시대로 입성되었음을 알린다.      


 1) 경향신문, 2018.01.30, [‘검사 성추행’ 파문]자정 기능 바닥 드러난 검찰 “공수처가 답이다” 여론 고조 

 2) 경향신문, 2018.02.08, “성폭력, 남성중심 사회 일반의 문제”…문단 내 성폭력 폭로한 김현 시인 인터뷰

 3) 이데일리, 2018.01.30, '성추행 폭로' 서지현 검사 '안태근이 주범, 최교일은 무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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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탈권화와 암호화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말했습니다 ^^

탈권위화의 근본적인 차원과 여성의 성희롱 논란이 무슨연관이 있다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음... 제가 글에서 언급한 사안들은 단순한 성희롱 논란이 아니라 성폭력 문제라는 것을 일단 먼저 바로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질문에 대해 답변해드리자면, '탈권위화'라고 하는 것은 중앙으로부터의 주변의 독립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넓게는 갑으로부터의 을의 분리(혹은 분립) 말하는 것인데, 이는 중앙정부로부터의 지방자치제의 권력 분리(혹은 분립), 회사내 상사와 부하의 권력 분리(혹은 분립) 등도 모두 탈권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직 여성의 지위와 권력이 (특히 공적인 영역에서) 온전히 남성과 평등을 이루지 못하다고 보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 관계 역시 아직 권위자와 피권위자라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직장내에서 (최)고위직에 있는 권력자는 남성인 경우가 많고 연극계나 문단에서도 실세는 남성인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권력을 이용해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일삼거나, 여성들이 피해에 대해 항의를 하거나 거부할 경우 직장내 혹은 그 업계에서 불이익이 가해지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평소에 여성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나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여성 성폭력 문제와 탈권화 문제가 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계실꺼라 봅니다. 여성문제는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다하더라도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해결해야할 난제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정치적, 사회적 권력이 여성에게 가하는 부당함을 해결하는 것은 탈중앙화과 탈권화의 시초가 될 수 있을 꺼라 작자는 생각하는 바입니다.

답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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