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도망 혹은 여행의 기록 [Prologue]
묻고 또 물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여행 한복판에 섰을 때 더 이상 행복이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마음이 지리멸렬하고, 하염없이 밀려드는 염오감은 빠져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빠져나가지 못한 염증은 마음 밑동을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피가 났으나, 마음이 아리지는 않았다. 상처로 시큰거리는 부위가 낫기를 바라면서도 더 큰 고통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나는 염증을 그대로 두었다. 사람들을 멀리했고,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었다가, 다시 돌아갔다. 모든 게 파괴되기를 바랐다. 밥을 먹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볼모로 잡은 사회가 그토록 당당하게 요구하는 기준선에서 이탈하고 있었다. 이 사회의 중심부로 끌어당기는 중력에 대한 나의 항력이 거세졌다. 중력을 완전히 끊어내려는 심산으로 마음 밑바닥을 파고드는 염증에 나는 염산을 부어버리는 포석을 깔았다. 비행기에 가진 200만원을 모두 끌어 모아 몸을 실었다.
그렇게 시작된 걸음으로 반년을 넘게 걸었다. 하루는 사방이 지평선으로 열린 땅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던 길옆에 차를 세워두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오줌이 마려워 구겨진 몸을 펴고 차 밖으로 나왔다. 온 세상을 짚어 삼킨 어둠을 찢고 빛나는 별이 머리위로 쏟아졌다. 더 정확히는,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보아도 빈틈없이 반짝이던 지평선에 걸린 별들이 천지를 구별하지 않고 쏟아졌다. 어렴풋이 마음에 별빛이 깃들어 짧은 말을 써두고 사라졌다.
Phalaenopsis 에게 “Phalaenopsis,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여행은 그날로 끝을 맺었다. 물론, 외관상 당장에 끝나지는 않았다. 여행에 붙은 관성 때문에 단번에 고도를 내리지 않았다. 고도를 높이고, 내리면서 연착륙을 시도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수도 없는, 길에서 만난 인연들에게 울음 대신 웃음으로 손을 흔들었고, 흙먼지 묻은 발자국들을 모아서 마음에 담아 별빛으로 봉인했다.
여행의 기록
3년이 흘렀다. 세월은 여행의 기억을 화석으로 만들어, 마음이라는 단층 곳곳에 붙박았다. 붙박인 기억에 별빛이 다시 색을 입히고, 필자는 별빛이 봉인한 보따리를 펜 끝에 녹여 풀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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