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추억
22년 전 혹심했던 가뭄이 생각납니다.
가뭄이 7월 하순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해남신문 편집국장이던 저는 가뭄 취재로 바빴습니다.
하지만 제 발걸음은 군청의 가뭄대책본부 상황판에 나타난 피해상황을 쫒아가기 급급했습니다.
하루는 벼농사 피해를 취재하려 농촌지도소를 찾았습니다.
"이 정도 가뭄이면 올 가을 벼 수확량이 얼마큼 줄어들까요?" 라고 묻자 담당 과장께서 정색했습니다.
"가뭄 끝에 풍년이라는 말이 있듯 생명의 미래를 쉽게 예단할 순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걸 묻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라는 겁니다. "그렇지않아도 긴 가뭄으로 농민들의 의지가 떨어지고, 인심이 흉흉해 지고 있는데 지역신문이 피해 현상만 부각시키면 어쩌라고요? 농민들에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라고요?"
둔기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 했습니다.
곧장 발걸음을 가뭄현장 쪽으로 옮겨보니 느낌이 전혀 달랐습니다.
3단 4단 양수기를 이어 철야 양수를 하고, 서로 먼저 대라 양보하고, 부녀회에서 야식을 장만하고, 향우회에서 양수기를 사 오고, 지인들이 간식을 사들고 위로 방문을 하는 등 살냄새 물씬했습니다.
비탄의 한숨 대신 희망을 놓치 않으려는 의지가 넘실 댔습니다.
이내 가뭄 속 희망가를 보도하기 바빴고, 농민들을 지원하는 희망 나누기 지상 캠페인을 발동시켰습니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맛이고 공동체의 힘이구나... 실감했습니다.
지역신문이 지역공동체와 어떻게 궁합을 이룰지 절감한 사건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가뭄 때면 제게 참 가치를 일깨워 주신 농촌지도소 과장님을 떠올리며 의지를 곧추세운답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