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ria 의 영화리뷰 #디스커넥트(Disconnect, 2013) 무관심이 가져온 비극

in #kr7 years ago

[모두의 문화가 된 SNS]

최근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SNS를 하고 있습니다. SNS는 차가운 현실을 잊게 해주고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죠. 그에 따라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SNS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영역에 들어와 버리면 그 때부터 조금씩 문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뿐더러 현실을 아예 부정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죠. 여기, SNS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외로움을 달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커져가는 SNS 세상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낳고 맙니다. 그 이야기를 다룬 영화 <디스커넥트>입니다.

[속이거나 드러내거나]

이 영화 속에는 SNS를 이용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죠. 그들이 SNS를 사용하는 스타일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사람과, 자신에 대해 속이는 사람이죠. 'SASSY'라는 닉네임을 가진 성인 여자는 SNS 프로필 정보란에 자신의 나이를 10대라고 적어놓습니다. 그리고 그 계정으로 10대 남자와 채팅을 하죠.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낸 정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SNS에서는 눈에 보이는 신상 정보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합니다. 그래서 이 곳에 온전한 사실을 적어놓으면 활동범위에 제한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들어진 정보로 SNS를 하는 이들의 목적은 현실에서 대화하기 힘든 사람과 소통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에 맞게 자신의 신상 정보를 설정하는 것이죠.
반면 벤은 SNS에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적어놓고 직접 부른 노래까지 올려놓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존감을 찾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자신의 장기를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죠. 내가 노래를 잘한다고 해서 다짜고짜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노래를 들려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SNS는 다릅니다. 자랑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자랑하고, 특기를 보여주고 싶으면 어떤 형식으로든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현실의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오직 내가 올린 재능만을 보며 긍정적으로 다가오게 되죠. 이렇게 SNS 속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현실 속에 사는 나는 보잘 것 없을지 몰라도, 본래 ‘나’ 자체는 이렇게 많은 능력을 지닌 사람이란 걸 깨닫고 자존감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SNS는 진실을 부르는 열쇠]

사람들이 SNS를 통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과 소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삽니다. 그리고 이것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하죠. 그러나 속마음을 이야기 할 사람이 현실에 아무도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SNS를 찾습니다. 그곳에서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너무 깊고 심각한 고민은 오히려 살아가면서 마주칠 일이 없는, 완전한 타인에게 털어놓는 게 더 위로가 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내면의 고민을 모두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하죠.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만이 그런 슬픔을 겪고 사는 것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큰 위로가 됩니다. 보통 힘든 일이 있을 때 “힘내”라는 말보다 “나도 그런 적이 있어”라는 말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하죠. 그리고 이렇게 같은 상처를 가진 이를 만났을 때,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게 됩니다.
벤을 골려주기 위해 ‘제시카’라는 이름의 계정을 만들어 여자 행세를 하고 다니던 소년은 그와 대화를 하면서 그도 자신처럼 부모에게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죠. 그 이야기를 하는 소년은 현실의 그가 아닌 ‘제시카’라는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SNS는 현실의 나를 잊게 해주고, 그럼으로써 상대에게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진실의 열쇠인 것입니다.

[귀를 닫고 침묵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를 잃고 남편과 멀어진 여자, 신디는 같은 처지를 가진 남자 ‘공포와 혐오’와의 채팅에서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남편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오랜만에 전화를 건 남편이 그녀에게 묻습니다. 카드 사용이 안 되는데 혹시 쓴 적 있냐고. 그녀는 모르는 일이라 말하며 되묻죠. 그것 때문에 전화한 거야?
이들은 부부사이입니다. 즉 공적인 관계가 아닌 지극히 사적인 관계죠. 사적인 관계에서는 아무 때나 만나고, 통화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아들이 떠난 후부터 남편은 특별한 ‘용건’이 있을 때만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 때부터 그들은 어떠한 ‘전화 사유’가 있을 때만 통화를 하는 사이가 되어버린 거죠. 아내는 끊임없이 남편에게 대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그 답답함을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풀게 된 것이죠. 애초에 남편이 그녀의 말에 귀 기울여줬다면, 침묵하지 않았더라면 이들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깨져버린 믿음]

직접 몸 사진을 보낸 ‘제시카’에게 벤은 똑같이 자신의 몸을 찍어 보냅니다. 그러나 그녀, 아니 그녀를 가장한 소년이 벤의 사진을 SNS에 뿌리고 맙니다. 그리고 ‘공포와 침묵’은 채팅을 통해 의 주민번호와 계좌번호를 빼내 범죄를 저지르죠. 그들이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 사람들이 사실은 진실한 이들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그들의 방법은 각자 다릅니다. 벤은 제시카에게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보냅니다. 이것은 아직 그녀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못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만약 누가 “제시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한 짓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묻는다면 단번에 동의할 정도의 상태죠. 벤은 아직 어린 소년이기에 사람에 대해 상처를 받은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의 경우가 더욱 충격적인 것이고, 그래서 계속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합리화를 시키는 것입니다.
반면 신디의 반응은 다릅니다. 그녀는 성인이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습니다. 그래서 ‘공포와 침묵’이 그녀를 속였다는 걸 깨달은 순간 바로 그 사실에 굴복하고 자신의 잘못을 사과합니다. 신디에게 남은 건 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걱정뿐입니다. 이렇게 경험이 많은 어른과 아직 세상 경험이 없는 아이의 대처방법이 다른 것입니다.

[죄책감에 대처하는 그의 행동]

동영상으로 사람들과 대화, 또는 성적인 채팅을 하며 돈을 받는 카일은 ‘SASSY’, 즉 니나와의 화상통화에서 그녀에게 묻습니다. ‘돈을 받고 냄새 나는 노숙자와 잘 수 있나’라고. 그녀는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금액이 올라 마침내 500달러에 이르자 마침내 승낙을 합니다. 그제야 카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적정선이 있다 말하죠. 그녀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실제로 만난 후 카일은 또 다시 질문을 합니다. “여자에게 키스를 해 본 적이 있냐”라고 말이죠.
이렇게 카일은 질문을 통해 사람들의 이면에 숨겨진 ‘이치에 어긋나는 것’을 끌어내려 합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을 팔아 돈을 벌면서 그는 항상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부도덕적인 면을 끌어내어 누구나 자신처럼 옳지 못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야만 자신이 가진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카일은 사람들의 도덕적 한계, 즉 도덕에 반하는 본능이 튀어나오는 적정선을 자꾸만 찾으려 한 것입니다.

[익숙함에 속아 잊고 있던 소중함]

벤의 가족은 그가 자살 시도를 하고 나서야 그가 지금껏 겪은 외로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디의 남편은 그들의 정보가 유출되고 나서야 신디가 얼마나 자신과 이야기하고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어 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신디도, 벤도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그리고 남편은 그들의 소중함을 잊게 된 것이죠. 그러나 그들이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쓸쓸함은 SNS를 통해 채우려했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마침내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아마 벤이 위기에 처하고, 정보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그들은 끝까지 몰랐을 것입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래도록 곁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소중히 대하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데 그것이 익숙해져버리면 나도 모르는 새 무심해지게 되니까요. 그래도 어찌 보면 다행일지 모릅니다. 이런 일이 생겨서 주위 사람들이 그들의 아픔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조금 슬프게 깨닫게 되긴 했지만 말이죠.
벤의 아빠는 벤이 병원에 입원한 후 동급생에게 그가 체육시간마다 항상 구석에 혼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가 자살 시도를 하게 만든 이유를 추적하다가 깨닫게 된 것이죠. 신디는 남편과 범인을 쫓아다니면서 처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비록 안 좋은 일에 의해서긴 하지만 그로 인해 둘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가 온전히 믿었던 이들은 사실...]

벤의 누나는 소극적이고 의기소침해있는 동생을 부끄러워하며 친구들과 함께 그를 놀리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동생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걱정이 되어 친구들에게 털어놓죠.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친구는 곧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집에 초대했다며 신나합니다. 그녀가 자신과 가장 잘 맞는다고 믿었던 친구는 사실 남들처럼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니나는 연인처럼 지내던 직장 동료와 함께 카일의 인터뷰를 준비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그녀를 찾아오자 그는 왜 그에게 집 주소를 알려주었냐고 화를 내죠. 니나는 신뢰를 주려면 어쩔 수 없다 말하지만 그는 듣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도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니나와 벤의 누나가 모든 것을 믿고 신뢰했던 이들도 결국에는 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가끔 진짜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이에게 감정을 쏟아 붓곤 합니다. 아이들은 가족이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에게만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결국 깨닫고 말죠. 누구든 완벽하게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그들이 우선순위로 정해두었던 사람들이 사실은 그들이 생각한 것만큼 믿음직한 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들 역시 남들과 다르지 않은, 남보다 내가 먼저인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사랑 받고 싶었을 뿐인데]

이들의 비극의 시작은 SNS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SNS를 시작한 이유는? 사랑이 부족해서였죠. 그들은 온전히 기댈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벤이 자신의 노래를 칭찬하는 ‘제시카’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한 것이고, 신디가 ‘공포와 혐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며 카일이 니나와의 인터뷰에 응한 것이었습니다. 자신과 함께 가자는 니나에게 카일은 묻습니다. 지금 가면 그녀와 계속 함께할 수 있는 거냐고.
이들에게는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주고 기대게 해줄 사람에 대한 확신. 그들은 그런 이들을 SNS에서 찾았고 만났습니다. 그저 그 뿐이었는데, 너무나 큰 비극이 찾아와버렸죠. 살면서 그들은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확인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늘 불안했고, 버림받을 것이 걱정이 되었죠. 그래서 그들은 ‘나를 버리지 않을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SNS에 그런 사람은 없었습니다.
만약 이들의 곁에 있는 사람이 그들을 충만한 사랑으로 채워주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많은 사람들이 늘 곁에 있는 것에 익숙하져 소중함을 잃곤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합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동안 피어 있는 꽃은 없다는 말이죠. 사랑하는 이가 늘 그 자리에서 언제까지나 영원히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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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제목도 못 들어본 영화인데,

나름 SNS와 현실 세계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는 영화인 듯 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티밋을 하다보니 글귀가 눈에 들어오네요.
주말에 한번 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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