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일기] 해고된지 50일만에 다시 꿈속에서 마약을 했다

in #kr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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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14일 마약일기

이게 어찌된 일일까. 마약을 왜 이렇게 다시 하고 싶을까.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어제는 꿈까지 꾸었다. 마약 주사를 맞았을 때의 꿈이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그때 느꼈던 흥분을 자면서도 고스란히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꿈을 꾸는 나는 이게 꿈인 것을 알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나기 싫다.’ 꿈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당황스러웠다.

어쩌다가 꿈에서 깨고 말았다. 아쉬웠다. 괴로웠다. 세상에서 가장 험한 욕은 내게 다 퍼부어주고 싶었다. 직장에서 잘렸는데, 심지어 잘린 지 50일만에 마약을 다시 하고 싶어 꿈까지 꾸는 게 말이 되나! 정신과 의사가 이런 내 증상이 정상이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 내 자신이 너무나 싫다.

하지만 화만 내고 있을 수는 없다. 가만히 분석을 해보자. 나는 마약을 언제 가장 하고 싶은가. 화가 날 때? 배고플 때? 마약을 했던 장소를 우연히 지나갈 때? 마약 김밥이라는 광고문구를 볼 때?

가만 생각해보니, 성욕이 차오를 때 마약이 제일 하고 싶다. POP(약물사용자들의 권리모임) 활동가 나영정씨에게 좀 부끄럽지만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여자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좀 주저되었지만 아무래도 전문가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나영정씨는 내가 일반적 케이스라고 설명해주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성관계를 가지면서 마약을 하게 되고,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성욕과 마약 욕구가 연관되어 상승하는 것 같다고 설명해주었다.

켐섹스(Chemical Sex). 그래. 그런 게 있었다. 엄연히 용어까지도 존재하는 행위였는데, 나는 그걸 최근에서야 알았다. 사랑하던 이는 약 없이는 섹스를 할 수 없는 악마의 불덩이였다. 상대는 약에 취한 것이었지만, 나에게 취해 불꽃같은 눈빛을 보내는 것으로 믿었다. 불 꺼진 방에서 나를 탐하던 그 악마의 촉감은 너무나 강렬하여, 나를 쓰다듬던 그 순간만큼은 분명 천국이었다. 천국에 살고 있던 악마. 나는 악마를 보았다.

그가 마약에서 깨어나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나를 어색해하던 그 순간도 또렷이 기억한다. 은근히 원했다. 그가 나를 다시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마약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고. ‘켐섹스? 내가 조절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번 케미컬에 지배당한 내 몸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나의 에고가 내 욕망을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큰 일이다. 나는 아직 성욕이 왕성한 나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렇게 자주 마약 욕구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인가. 일주일에 2~3일은 성욕이 차오른다. 일단, 성욕이 차오르면 그때그때 화장실로 달려가 자위로 해결하기로 했다. 관계할 상대를 찾기 위해 몇시간을 보내다가 마약을 갖고 있는 사람을 또 만나게 되면 안된다. 하루에 몇 번이라도 좋으니 자위를 해서 빨리빨리 이 욕구를 배출해버리자. 다시는 마약을 해서는 안된다.

왜 ‘켐섹스’만 존재하고, 이것을 치료하는 ‘캠케어’는 없단 말인가. 나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당부의 글.
안녕하세요. 허재현 기자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간 마약 문제에서만큼은 단 한번도 마약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연재글은 마약 사용자들이 어떤 일상을 살며, 어떤 고민들에 부닥치는지 우리 사회에 소개하고자 시작한 것입니다. 마약 사용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아닌,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마약 정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려는 의도입니다. 마약 사용자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건강한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려는 의도입니다. 이점 널리 혜량해주시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글 / 허재현 기자의 마약일기를 시작하며
https://steemit.com/drug/@repoactivist/4vbegb

※당부의 글.
안녕하세요. 허재현 기자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간 마약 문제에서만큼은 단 한번도 마약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연재글은 마약 사용자들이 어떤 일상을 살며, 어떤 고민들에 부닥치는지 우리 사회에 소개하고자 시작한 것입니다. 마약 사용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아닌,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마약 정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려는 의도입니다. 마약 사용자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건강한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려는 의도입니다. 이점 널리 혜량해주시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글 / 허재현 기자의 마약일기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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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 확실히 섹스와 결합되면 더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군요.

예전에 어떤 기사에서 쾌감이 100배라는 내용을 본 적이......

100배까지는 아닌데.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줍니다. 그래서 위험해요.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 평생의 질병입니다. 절대로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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