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는 패션필름이다.

in #kr7 years ago

<덩케르크>는 패션필름이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평론가들이 극찬해 마지않는 영화 <덩케르크>는
사실 전쟁영화 따위가 아닌, 크리스토퍼 놀란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1940-50년대 클래식 룩에 대한 그의 욕망을 마음껏 분출한 패션 필름이다.

이번 17 FW에 뭘 입어야 할지 고민인 당신을 위해 킹 갓 제너럴 놀란 감독님께서 친히 제작비 1천억을 들여 패션 필름을 완성하셨으니 참고하여 이번 FW에는 베스트 드레서로 거듭나보자.
바야흐로 지긋지긋한 반팔 반바지는 옷장에 고이 접어두고 가을겨울 시즌을 준비해야 할 때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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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는 육, 해, 공을 어우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완벽한 아웃핏이 하나의 작품에 모두 담겨있다는 점에서 칼 라커펠트나 장 폴 고티에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과감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은 천만관객을 동원한 감독이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시도이며,
매 시즌 어디서 본 듯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연명하고 있는 기성 디자이너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신예 패션 디렉터의 경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덩케르크>의 2017 FW 패션을 한번 파헤쳐 보자.

  1. 해군 중령 볼턴 – 케네스 브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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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넥 스웨터를 이너 위에 투버튼 슈트와 오버핏 피코트로 마무리를 한 케네스 브레나의 착장은 그야말로 완벽하다.
많은 패피들이 피코트에 도전을 하지만 피코트를 입을 때에는 목이 보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알지 못하고 휑하니 목덜미를 노출시키는 우매한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버버리프로섬이 그토록 재현하고 싶어 하던 네이비 피코트의 정석을 한치의 망설임 없이 구현했다.

특히 무릎을 넉넉히 덮어주는 코트의 기장과 코트안에 매치한 쓰리버튼이 아닌 투버튼 슈트, 발등이 덮일 만큼 여유로운 핏의 팬츠, 그리고 견장으로 포인트를 준 그의 착장은
아마 저대로 런웨이에 내보낸다 하더라도 셀럽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24시간 동안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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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육군 장병 토미 – 핀 화이트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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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오프닝 시퀀스에서 핀 화이트헤드가 코트를 휘날리며 도망가는 장면을 기억해 보면 Dior 향수 광고를 떠올리게 만든다.
다만 드레스를 입고 휘날리는 금발의 여인이 힐을 신고 뛰어가는 대신 핀 화이트헤드가 짧은 머리를 휘날리며 달리지만 왠지 그의 뒤를 쫓아가면 존 바바토스의 시트러스 향이 날 것만 같다.
어쩌면 롱코트를 휘날리며 달려가는 그의 향기에 취해 냉철한 독일군도 차마 명중하지 못하고 살려보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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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화이트헤드가 해변가에서 똥을 눌 때에도 나의 시선은 그의 코트에서 떠나지 못했다.
광장시장, 이태원 시장, 동묘앞 시장을 백 바퀴 돌아도 저런 코트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전쟁기념관이나 가야 구경할 수 있을런지 모를 밀리터리 코트를 스크린으로나마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코트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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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탄성이 나온 건 코트를 벗어던졌을 때다.
코트 안 재킷과 벨트, 구두 모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클래식-밀리터리 룩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헤어스타일링 마저도 완-벽한 참 군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마치 14FW 마르니 컬렉션을 2017년 팬톤 트렌드 컬러인 케일 색과 카키색으로 재해석 한 듯한 착장은 올가을 당장 입고 나가도 손색없을 만큼 트렌디하다.

아마 내년 쇼미더머니 시즌7에서는 지코가 배꼽 3cm 위로 벨트를 동여매고 랩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3 공군 파일럿 파리어 – 톰 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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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에서 톰 하디의 착장이 풀로 나오는 장면은 마지막 씬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가 전투기를 조종하는 내내 보이는 목덜미의 두툼한 양털 무스탕은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70년이 지난 현재 한국에는 조종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옷장에 MA-1 하나쯤은 갖고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리얼 유나이티드 킹덤 파일럿은 현대 한국인을 조롱이라도 하듯 보란 듯이 양털 무스탕을 입고 나온다.

그렇다. 우리는 이제까지 미국식 파일럿에 길들여저 플라스틱 합성 수지에 불과한 MA-1을 파일럿의 전유물인 마냥 입고 다녔던 것이다.
나는 <덩케르크>를 보고 당장 옷장으로 달려가 흉물스러운 ‘Remove Before Flight‘ Tag를 뜯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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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두께감의 무스탕은 ACNE Studio의 그것과 견주어도 손색없어 보인다.
이제 철 지난 TOPGUN은 잊고 공군 = 양털 무스탕을 외쳐야 할 때이다.

쳐다만 봐도 무게감이 느껴져 어깨가 축 처지는 것 같지만, 고도 2000m 이상의 칼바람에 맞서기 위해서 다른 방법은 없다.
블랙야크를 입고 전투기에 올라탈 수는 없으니 말이다.

올겨울에는 반드시 무스탕을 입고 자이로드롭이라도 타야겠다.

보너스. 문스톤(Moon Stone)호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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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끝내기가 아쉬워 한 장의 사진 더 찾아보다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컷을 발견했다.
이게 어떻게 촬영장 스틸컷 일 수 있겠는가?

이건 누가 봐도 논쟁의 여지없이 TommyHilfiger의 캠페인 스틸컷으로 보인다.
우리 킹 갓 제너럴 놀란 감독은 군인들의 착장뿐만 아니라 민간인들의 착장에도 어지간한 공을 들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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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그를 CG를 싫어하고 IMAX를 고집하는 고집쟁이 영화감독으로 치부할 것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호칭을 달아주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다크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의 연이은 히트로 놀란 감독의 작품에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졌을 관객이라면
이제는 그의 다음 작품보다 그의 작품에서 배우들의 착장이 더 궁금해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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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늘 보러가는데 !!! 보고 댓글다시달께요 ㅎㅎ

나름 패션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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