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읽어보려 합니다 - 학이편(1) / 我讀論語 - 學而編(1)

in #kr7 years ago (edited)

고전(古典)을 아는 것이 인생을 풍부하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한문 습득의 난이도일 것입니다. 전통적인 학습 방식이라는게 고전과 그 뜻을 외우는 건데, 맥락 없이 이렇게 한문의 원리를 깨우치는 것은 옛날 과거 시험 보던 시절의 방식으로, 짧은 시간에 단계별 성과를 밟아 가야 하는 현대적 학습방법에는 적합하지 않겠지요. 한문과 같은 사어(死語)이자 서양 고전어의 전범(典範)인 라틴어는 중세 시대부터 문법적 연구와 학습이 활발했습니다. 한문도 한(漢)대 이래 고전에 대한 주석이 발달하기는 했지만 문법적 연구는 서양 학문이 도입된 20세기에야 본격적으로 진전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한문 문법의 파악에 도움이 될 책을 구하게 되어 이를 바탕으로 논어를 (아주 많은 잡담과 함께) 읽으려 합니다.
참고서적은 논어의 문법적 이해 - 류종목 그리고 고전 중국어 문법 강의 - 에드윈 풀리블랭크입니다.

논어 학이편 첫 구절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로 시작합니다.

  •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해석 : 공자께서 말씀하기를, 배우고 때를 맞추어 그것을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면 기쁘지 아니한가?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군자답지 아니한가?

그냥 생각없이 해석을 읽으면 그럴듯한데 문법적으로 왜 저런 문장이 나오는지 이해하려면 어렵지요. SVO언어에 고립어 주제에 영어와 달리 주어는 생략하고 같은 문자가 여기저기서 다른 뜻 다른 품사로 쓰이다보니 맥락을 보지 않으면 정확한 뜻을 알 수가 없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어가 맥락 언어(contextual language)라고 어려워하는데 한문은 한 술 더 뜹니다.

子曰(자왈)

曰은 "말하다"이지요. 공자왈 맹자왈... 이럴 때 나오는 '왈'입니다. 그 뒤에 직접인용구가 올 때 사용합니다. 정직하게 번역하면 "아들이 말하다"이지만 여기서 子는 공자 맹자 묵자 순자... 처럼 한 학파를 이룬 위대한 중국 사상가를 높여 부르는 말이고, 특히 그 중에서 공자는 킹왕짱이시기 때문에 공자 어록이 메인인 논어에서는 子만 써도 공자가 됩니다. 그래서 "공자께서 말씀하시길"입니다.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이제부터 골때립니다. 정직하게 따지자면 맨 앞에 나오는 學은 주어로 "학문"이어야 겠지만 한문은 우리말처럼 주어가 안나와도 됩니다. 일상격언 같은 말이라 우리말로도 주어가 필요없지요. 해석의 핵심은 而입니다. 而는 두 한자어를 연결시켜주는 말인데 명사는 안되고 서술어끼리만 연결됩니다. 기본적으로 A而B이면 "A하고 B한다"입니다. 그래서 學而習이면 "배우고 익힌다"가 됩니다. 之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지금처럼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 뒤에 있으면 3인칭 목적격 대명사입니다. 學而習之면 "배우고 (그 배운 것을 연습해서) 익힌다" 라는 의미지요. 時가 어려운데... 時에는 어떤 시기(타이밍, 때)을 잘 맞춰서 라는 뜻이 있습니다. 學而時習之는 "배우고 (그 배운 것을) 제때에 (연습해서) 익힌다."쯤이 되겠네요. 그런데 해석이 ~면 이라고 가정 상황이 되는데 영어는 맨앞에 IF를 붙이고 한국어는 어미에 ~면을 붙여 가정 상황을 묘사하는데 한문은 그런 게 없이 뒷문장 내용에 따라 가정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아스트랄....

不亦說乎(불역열호)

乎는 문장을 의문형으로 만들어주고, 亦은 또한, 역시, 등으로 해석되는데요. 그냥 不亦A乎를 "A하지 아니한가?"라는 동의를 구하는 관용구로 보는게 빠릅니다. A부분에는 형용사가 들어갑니다. "기쁠 열"은 悅이 기본인데 고대에서는 說이 주로 쓰인 것 같습니다.

완전 직역하면 "공자가 말한다. 배우고 때를 맞추어 그것을 익힌다. 기쁘지 않은가?" 정도로 되겠네요. 이렇게 써놓으니 무슨 원시인들 언어 같기도 하고... 하긴 라틴어도 표현은 단순한데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가능한 단어가 많은 걸 보면 고급 어휘가 발달하지 않은 고대 언어의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고대 한자어는 두 한자가 합쳐져서 원래의 뜻과 상이한 의미를 나타내게 되는 단어가 별로 없거든요.

有朋 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

自는 ~로부터 라는 뜻이며 遠方은 "먼 곳"입니다. 自遠方來는 "먼 곳으로부터 오다"겠네요. 自는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쓰였네요. 그런데 주어를 朋이 아니라 有朋이라고 썼습니다. 有에는 "어떤"이라는 뜻이 있지요. 불특정한 친구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不亦樂乎(불역락호)

즐겁지 아니한가?

人不知而不慍 (인부지이불온)

人은 그냥 일반론적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즉 타인이라는 뜻입니다. 愠은 "화를 내다"는 뜻이네요.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고 화를 내지 않는다"로 해석하면 참 편하겠습니다만 그렇게 해석하면 뒷문장이랑 뜻이 안 맞습니다... 그래서 而 앞뒤의 주어를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타인이 (나를) 알지 못하고 (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로 되겠지요. 이게 자연스러운 의미가 되려면 또 가정의 의미를 붙여야 겠네요.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 문득 이런 구절을 보면 옛 시절에 사람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과 얼굴만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 속까지 깊게 아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

君子는 직역하면 "임금의 아들"이지만 고대 시기부터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을 의미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不亦A乎에서 A는 형용사가 들어간다고 했지요. 그래서 저 위치에 들어간 명사는 형용사로 해석됩니다. 어떤 지위나 위치를 나타내는 명사가 형용사가 되면 "~답다" 라는 뜻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래서 "군자답지 아니한가?"로 해석됩니다.

혼자 하는게 아니라 인터넷에 쓰면서 공부하면 조금 더 잘 공부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틈틈히 읽으면서 공부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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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너무 공부하듯이 하시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여러번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일거 같습니다.

맥락 없이 보고 읽으려니 재미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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