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교합 교정의 기록 1 | 첫날, 잇몸에 나사 박기
모친 열화를 이기지 못하고 적지 않은 나이에 부정교합을 교정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부정교합 중에도 전단교합(위아래가 정확히 맞물리는)이다. 소위 '주걱턱'까지는 아니나 보기에 따라 '좋지 않은 인상'으로 비춰질 소지가 많은 형태다. 올해는 기어코 내 턱을 집어 넣고 말겠다는 이여사의 발악에 가까운 고집이 이 때문만은 아니나, 사진을 보면 스스로도 종종 보기 싫은 적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이 글은 오늘부터 앞으로 당분간 있을, 부정교합 교정에 관한 기록이다.
- 병원 선택
먼저, 강남 권 세 곳을 추렸다. 한 곳은 오고가며 대중교통 광고에서 익숙했던 곳이고 나머지는 네이버에서 출신교, 경력 및 후기를 기준으로 골랐다. 동선에 맞춰 한 시간 간격으로 예약했는데, 첫 병원에서 상담해보니 굳이 나머지 병원을 다 가지 않아도 되겠어서 남은 두 곳 가운데 한 곳을 내원했다.
"자기 상태 확인, 그에 따른 예상 교정 기간 및 견적 "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비용이야 대동소이 할 것이라 판단했다. 더욱이, 특성상 매번 X-Ray 등 촬영을 요하기 때문에 중복비용이 발생하는 미처 챙기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진료기록을 요구할 수 있지만, 사회환경상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다.
첫 병원과 달리, 내 현재 상태, 유사 사례군 소개, 교정 과정 안내에서 내 우려하는 바를 묻기까지 걸림 없이 들어주어, 결단했다. 근 20년 간 같은 자리에서 번창해왔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비용은 첫 병원보다 약 7%가 비쌌지만, 믿음이 갔고 가까웠다.
- 교정의 시작
이빨에 철사를 끼고 다니는 것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기에, 소위 Invisalign을 문의했으나, 이는 수직적 교열이 필요한 때에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것이어서 내게는 해당이 없다는 대답에 낙담이었다. Clippy-C(클리피씨)라는 교정방식과 어떤 차이인지 자세히 알 순 없으나, 여하튼 나는 세라믹 교정으로 그나마 눈에 덜 띄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Invisalign이 나와 같은 부정교합에 적당한 방식이 아니란 것은 설명을 통해 수긍할 수 있었다. 왜 내게 클리피씨 방식과 세라믹 방식을 비교하여 권장하지 않았는지 알 수 없으나, 이미 결정한 마당에 따질 일은 못된다.
해서, 교정을 위해 아래 잇몸 세 곳에 나사를 박았다. 나는 본래 아픈 것을 잘 참고 엄살이 없는 편인데, 식립 후 대략 세 시간이 경과한 지금, 진통제에도 불구하고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다는 것을 고백한다. 내가 유별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다시 겪고 싶지 않은 통증인 건 분명하다.
콱콱 쑤신다거나, 열감이 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님에도 다만, "어쩔 줄 모르겠는 것"이다. 지독한 근육통 같기도 한데, 쇠막대기로 잇몸을 꽈악 누르고 떼지 않는 것 같달까. 양 어금니 옆과 앞니 사이에 박았는데, 침이 계속 고이고 이빨이 벌어져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
아팠고 아프다. 애들도 이 고통을 감내한다는 사실은 내 알 바 아니다. 구정을 앞둬서 더 깊이 쑤셔왔다. 앞으로 삼일 간 금주해야 한다는데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 다음 일
나는 사랑니 발치가 필요한 예이다. 하악이 뒤로 가기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인데, 보다 분명한 교정 효과를 위해 발치하는 것 같아 다소 망설여졌으나, 별 수 없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교정 일정은 7일 간격으로 진행되는데, 발치도 이에 맞추기로 했다.
발치는 별도의 비용을 요하고 이 병원에서 하진 않는다. 알아보니, 별도로 비용을 요하는 것은 대개 그렇다고 하고 여기서 발치 하지 않는 것은 이 병원의 사정에 따른 것으로 보였다.
이에, 다음 글은 사랑니 발치와 다음 교정 과정이 되겠다.
덧,
고통스러운 것과 별개로, 잇몸에 나사를 박는 일은 사이보그가 되는 기분이다. 박힌 나사를 거울로 볼 때나 혀로 만질 때 그렇다.
아.ㅠ치과가는건 언제나 무서운거 같애요.ㅠ
그토록 치과를 싫어하는 제가, 네 개의 사랑니 발치와 더불어 잇몸에 나사를 박다니요. '무술'년 정초부터 '개'같달까요...
저도 교정중인데 참 힘들고 귀찮아요.. 보팅 팔로우 하고 가요~ 맞팔해요 ^^
교정 선배님이시군요. 교정 선배라는 어감이 왠지 교도소 선배같은 느낌이지만, 그래서 더 정감 갑니다.:)
으...말만들어도 무서운 내용입니다 잇몸에 나사박기라니 ㅜㅠ
지금 이 순간도 콱콱 쑤셔옵니다. 졸지에 다이어트 하게 생겼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