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사람마다 나이의 걸맞는 상징이 존재한다. 예를들어 우리 어머님께선 아무래도 50대 중후반 이기에 옷입는 스타일로, 그리고 파마의 상태, 듣는 노래로 상징을 표하시고 계신다. 딱히 우리 어머님이 아니여도 그 나이대 아주머니들은 다 비슷비슷 하겠지만 서도.. 사람마다 각각의 개성적인 상징이 존재 한다.

내나이 29살로써의 그 상징은 아무래도 '라디오'인것 같다. 그 구닥다리 카세트라디오 로 안테나 주파수 맞춰야지만 들을수 있었던 옛날과 달리 요즘은 핸드폰으로 모든 채널은 물론이거니와 다시듣기, 보이는라디오까지 볼수 있는 요즘이 참으로 신기할수 밖에 없다. 남들 처럼 물론 유튜브를 본다던가, 카톡 삼매경에 빠져 거북목이 되는 나도 심심찮게 볼수 있지만 아침만큼은 그 모든걸 내려놓고 라디오에 정신 집중을 한다.

정말 많이 듣는다. 라디오는 정말 많은것을 알려주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는데에 많은 공을 준다. 옛날 옛적 책을 재밌게 보는사람들의 공통점은 상상력이 풍부하기에 재밌게 본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상상력이 풍부하진 않았지만 라디오만큼은 책보다 더 많은 상상을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친구같은 존재이다.

그런 라디오를 듣던 도중 한 DJ의 인상깊은 오프닝 멘트를 들었다

"당신은 어떤사람에게 어떤사람이고 싶습니까?"

뭐 자세한 뜻풀이를 하기에는 난해하기도하고,, 간단하기도 한 이 질문에 나자신에게 곱씹었다. 음.. 난 어떤사람이고 싶을까?? 아무래도 부정보단 긍정인 사람이 되는게 좋을것이다. 모범적인 면모와 젠틀한 말투가 한몫할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건 '인성'일것이다. 그 인성이 자화자찬 으로 '나 인성 존나좋다!' 라고 말할순 없다. 자체적으로 평가를 할수 없는 절대평가 이니까.

하지만 그 인성이 좋아지려고 노력하게 된 계기는 분명 존재했다.

나의 첫 직장은 '유니클로'였다. 알바가 아닌 나름 정직원으로 면접보고 들어간곳이라 기대가 매우컸다. 연봉도 나름 꽤 괜찮았고.. 무엇보다 젊은기업이라는 말이 나의 20대가슴을 불타오르게 만들곤 했다.

하~ 역시나 내 예상과 모든것들이 틀렸다. 군대를 다시 온것 같았다. 분위기가 군대라는것이 아니고.. 그저 힘들었다. 하루는 핸드폰으로 만보기를 쟀더니 6만보가 나왔다. 끊임없는 유격 을 맛보는것 같았다. 그렇기에 지쳐가는 하루하루는 날카로워질수 밖에 없었고, 근무태도는 나빠질수 밖에 없었다.

그런 하루하루속 어느 순간 비춰진 전신거울속 나는 피폐함만이 가득했었다. 사는게 다 그런거 아니겠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뭐 틀린소린 아니다. 나만 힘든것도 아니고 모두 다 힘든데 징징 짤순 없었다.

어느날 점심 식사 였다. 유니클로는 대게 오전조와 오후조가 존재 한다. 오전조는 말그대로 오전에 하는 일과라 아침 일찍 준비를 시작한다. 그렇기에 아침을 빈속으로 시작해 점심 먹을때쯤은 너무 배고프거나 속이 쓰릴정도로 힘든 상태에 빠지곤 한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거의 모든사람들이 그러 하였다. 그렇기에 나같이 정신머리를 냅둔 사람이 지갑을 놓고와 계산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럿 존재했다. 누군가에게 5천원만 빌릴려는 말을 하기도 전에 '군대를 앞둔 21살 남자알바생'이 5천원을 주었다. 나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따 들어가자마자 갚을게'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순간적인 피로함에 못이겨 매장구석 책상에서 엎드려 자다 매장으로 다시 복귀하는 바람에 그 동생에게 5천원을 갚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약 1달정도가 지난것 같다. 어느 날과 같이 지겨움과 지겨움속으로 힘듦에 쩌는 나는 그저 살려는 마음에 밥을 먹으러 갔다. 마침 군대를 앞둔 그 동생이랑 같은 식사 자리였고 그저그런 시시콜콜한 대화속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그날 따라 현금이 좀 있었기에 계산을 카드아닌 현금으로 하려는 순간 한달전이 생각났었다. 아 맞다 5천원! 이러면서 그 동생에게 달려가 5천원을 건넸다

"야야 미안하다 5천원"
"네 무슨??"
"저번에 빌렸잖아 5천원 그거 갚는거야. 내가 너무 늦게 줬지"
"아~ 아녜요 ㅋㅋ 언제적인데요"
"뭐가 아니래. 빌린건 빌린거니까 얼른 받아"
"아니 괜찮아요 밥 한번 사드린걸로 하면 되죠~"
"니가 자꾸 안받으면 나 이상한 사람된다 얼른받아"
라고 옥식각신 속에 그 동생은 이런 말을 했다

"형이였어도 저처럼 그랬을거예요. 괜찮아요"

나는 그러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돈관계에 있어 내 돈 내가 받는데 이상할 이유가 전혀없었고 받지않았더라도 무언가 마음적으로 마음의 빚을 졌다는 생각을 하게해, '그때 내가 밥 한번 사줬지? 그걸루 퉁쳐'라고 호시탐탐 살쾡이마냥 기다리고 있었을것이다.

이 한마디가 나의 그나마 조금 있다고 생각하는 '인성'을 만들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사람은 나이가 전부가 아니다. 전부가 아니기에 나보다 나이가 적건 많건 존중할줄 알아야하는 상태머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동생 잘살고 있겠지??

믿어 의심치 않다
분명 잘살것이다.
뭘해도 잘살것이다.

KakaoTalk_20180214_211825962.jpg

p.s 그때의 나. 웃는미소가 이쁘다고 유클잡지에 실리고도 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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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지금 이 글 읽고 저도 후배가 돈을 더 많이낸거 갚아준다는 했는데 못 갚은게 생각납니다...유니클로 힘드셨겠어요. 그나저나 사진에 본인은 어느쪽 분이신가요?

상장 들고있는 까무잡잡하고 눈썹찐한 사람입니다 하하하하

우와 잘 생기셨네요! 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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