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앞에서 "문송"좀 그만합시다
어제 JTBC 암호화폐 토론은 결론적으로 아무런 득도 없이 허공에 붕붕 떠다닌 논의와, 문송의 좌절감, 그리고 컴공과 교수도 문송할 수 있다는 사실만 목격한 토크쇼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분이 컴공과 교수라는게 저는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네요...)
저는 문돌이입니다. (그중 가장 영양가 없는) 경영학을 전공했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세계에 붕붕 떠다니는 수 많은 기술적 개념들은 당연히 우리들을 문송하게 만들고 그저 어설프게 이해한 개념으로 "난 뒤쳐지지 않겠어!"를 하루하루 다짐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수 밖에 없죠.
그래서 오늘 글에서는 저와 같은 문돌이가 이바닥을 공부할때 가장 많이 오해하기 쉬운, 또는 잘못 이해하기 쉬운 점들을 간단하게 짚어보려고 합니다. 특히 어제 JTBC 토론에서 아주 선명하게 보인 오해들인데요, 아래 내용들은 전혀 기술적인 내용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우리 문돌이들이 철학적으로 더 깊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내용들입니다.
비트코인으로 촉발된 "탈중앙화"의 개념은 단순히 트랜젝션을 여러사람에게 나누는데에 있지 않습니다. 이건 핵심의 1%도 안됩니다. 탈중앙화의 핵심은 불특정다수가 그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를 하는데도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수학적으로 증명가능한 방법으로 협의경제를 구현하는 것에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없이도 돌아간다" 라고 말하는건 "나는 퍼블릭 블록체인, 프라이빗 블록체인, Shared Database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바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부분은 제발 @tabris님의 이 글도 좀 읽어보고, 그래도 궁금하면 직접 노드가 되어보기도 한 후에 저 3개의 차이를 이해하다 보면 그간 내가 했던 저 말이 얼마나 멍청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 3개의 차이를 이해하고 난다면, 우리 문돌이들의 논의는 오히려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파생되는 암호화폐를 실물경제와 연결시키는게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이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 줄지, 이게 이득이 된다면 범정부적인 노력에는 어떤것들이 있을지를 공돌이들보다 더 깊이있게 파고들 수 있겠죠.
암호화폐가 "화폐"를 바라보고 고안된 것과, 현실세계에서 화폐가 아닌 "상품"으로서 취급되고 있는 현상을 이해할 생각은 안하고 계속 "지금 암호화폐가 화폐로서 기능하고 있는게 도대체 뭐가 있죠? 이건 그냥 전자 증표 쪼가리밖에 안됩니다"라고 공격하는건 그냥 대화 자체가 지속 불가능해지는 킹오브 문송임을 인증하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누가 미래에서 와서 우리를 데리고 "백투더퓨처"하고 있는 상황이 아님을 명심합시다.
제발 "암호화폐 = 비트코인"이라고 대입하지 마세요. 비트코인은 암호화폐의 가장 원로격의 코인이고, 거래소에서 기축통화 (엄밀하게는 BTC-paired)로 사용되다 보니 비코가 계속 대표격으로 언급되는 것 뿐입니다. 비코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이걸 자꾸 암호화폐 전체가 무용하다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마세요.
(이게 가장 중요하고 거의 99% 이상의 문돌이들이 오해하는 부분) 블록체인을 무슨 해킹, 위변조 등등을 어렵게 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라고만 이해하고 있는 문돌이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블록체인이 위/변조가 어려운 기술이다"라는 명제 자체는 맞습니다. 다만, 비트코인으로 촉발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어디까지나 "탈중앙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수단"으로써 사용하는 것이라는 걸 이해하는게 핵심입니다. 즉, 일방적 집단 혹은 중앙기관이 자의에 의해 데이터를 조작, 혹은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게 블록체인이라는 건데, 이걸 자꾸 잘못 이해해서 "암호화폐가 해킹이 불가능하다는데.. 지금까지 해킹 많이 일어났잖아요?" 하면서 공격하는건 정말 어디서부터 계도를 해야할지 감이 안잡힐 정도입니다.
"자발적 참여"를 제발 "자원봉사적 참여"라고 오해하지 마세요. 오늘 논의에서 지뢰를 밟아버린 컴공교수님이 대표적입니다. 자발적 참여라는건 어디까지나 내가 스스로 참여한다는 의미를 갖고있을 뿐이지 이게 이익을 바라고 참여하는건지, 이익을 바라지 않고 자원봉사적으로 참여하는건지가 논점이 아닙니다. 암호화폐의 인센티브 시스템은 이 "자발적 참여"를 수학적으로 증명 가능하게 고안한 거고, 결국 "선의의 참여"라는건 착한사람들이 참여한다는 뜻이 아니라 "생태계에 득이 되는 방향"을 "선의"라고 명명하는 것 뿐입니다.
거래소의 역할을 도박장에 비유하지 마세요. 섯다 도박장을 운영하는 업자들을 금지시키는걸 그 누구도 뭐라 안하는 이유는 섯다 화투 그 자체에서 그 누구도 미래 효용가치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작가님이 "블록체인이라는 건축 기술을 가지고 비트코인이라는 건물을 지었는데, 건물의 용도를 양로원으로 건축 했는데 지금 도박장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도박장을 폐쇄하려고 하니 왜 건축 기술을 비난 하냐고 주장을 한다." 라고 비유를 들었는데요,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비유이긴 하지만 굳이 그 비유를 들어 설명해 보면, 지금 유작가님이 주장하는건 "도박장을 안생기게 하려고 양로원 포함 모든 건물을 못짓게 한다"가 오히려 더 맞습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인센티브가 현 법정화폐와 원활하게 순환이 되야 그 건축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건물이 올라가는건데 그 건물 자체를 아예 못 짓게 하려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외에도 언급하고 싶은게 참 많지만, (제가 있는 이곳은) 이미 밤이 깊어서, 여기까지만 하고 정리하겠습니다.
우리 문돌이들에게 필요한 논의는 "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가 인간사회에 현재는 얼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얼마만큼의 피해를 초래하고 있으며, 이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정말 미래적으로 발전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사회과학적인 담론으로 풀어내는것"이 우리의 몫이지, 이걸 우리가 기술적으로 이해 못하겠다고 그저 "엔지니어의 장난감"으로만 폄훼하면서 논의 자체를 시작도 못하게 만드는 건 우리를 더욱 "문송"하게 만드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p.s.)
오늘 컴공 교수님께서 자율주행차의 사고방지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언급했다가 여러모로 ㄱ까이고 있는데요, 사실 그 교수님이 위에 언급한 "퍼블릭 VS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자발적 참여"에 대해 잘못 집고 있어서 언급한 예시일 뿐이지 자율주행시스템에서 퍼블릭 블록체인 구현은 이 업계의 큰 화두중에 하나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현 구글 등 대기업에 의한 자율주행 시스템 구축은 모든 주행 데이터가 중앙 서버에서 통제되다 보니 1) 만일 해당 서버가 털려서 자율주행차가 대량 해킹당하는 경우, 2) 구글등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주행 데이터를 위/변조하거나 통제하려고 드는 경우 등에 대해 매우 취약할수 밖에 없죠. 이걸 자율주행에 참여하는 개개인이 노드가 되서 데이터를 분산 저장 및 데이터 요청을 처리해 주고 이에대한 인센티브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혹은 이상만 꿈꾸는 수준일수도...) 있습니다. 이에대한 글은 "How blockchain is hastening the advance of autonomous cars"을 시간나면 읽어보시거나, 실제 해당 암호화폐를 구상중인 https://www.streamr.com/ 사이트를 참고해 보세요.
😁😁😁😁
보는내내 답답해 죽겠더군요... 하..
ok mantap
Nice post. Good work. I just upvoted you! Let's help each other and grow as well.
블록체인은 모두가 주체가 될 수 있고 좀더 평등하고 수평적인
민주주의 사회로 가는 길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와 진짜 조목조목 잘 설명하셨네요
답답하던게 뚫린거같아요ㅠㅠ
좋은글 잘읽고갑니다!!
시원합니다! @홍보해
실물경제는 그렇게 해킹해놓고서
가상화폐 해킹할 수 있다고 부들부들거리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부들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