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인생과 2018의 청년

in #kr7 years ago (edited)

청년들에게 한바탕씩 해 들려 주는 훈화를 꺼낸다.
"그렇지만 내가 늘 말하는 것인데…… 저렇게 취직만 하려고 애를 쓸 게 아니야. 도회지에서 월급생활을 하려고 할 것만이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서……."
"농촌으로 돌아가서 무얼 합니까?"
K는 말 중동을 갈라 불쑥 반문하였다. 그는 기왕 취직운동은 글러진 것이니 속시원하게 시비라도 해보고 싶은 것이다.
"허! 저게 다 모르는 소리야…… 조선은 농업국이요, 농민이 전 인구의 팔 할이나 되니까 조선 문제는 즉 농촌 문제라고 볼 수가 있는데, 아 지금 농촌에서 할 일이 오죽이나 많다구?"
"저는 그 말씀 잘 못 알어듣겠는데요. 저희 같은 사람이 농촌에 가서 할 일이 있을 것 같잖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가령 응…… 저……."
K사장은 응…… 저…… 하고 더듬으면서 끝내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무리가 아니다.

인텔리…… 인텔리 중에도 아무런 손끝의 기술이 없이 대학이나 전문학교의 졸업증서 한 장을, 또는 그 조그마한 보통 상식을 가진 직업 없는 인텔리…… 해마다 천여 명씩 늘어 가는 인텔리…… 뱀을 본 것은 이들 인텔리다.
부르주아지의 모든 기관이 포화상태가 되어 더 수요가 아니 되니 그들은 결국 꼬임을 받아 나무에 올라갔다가 흔들리는 셈이다. 개밥의 도토리다.
인텔리가 아니 되었으면 차라리 ……(원문 7∼8자 탈락)…… 노동자가 되었을 것인데 인텔리인지라 그 속에는 들어갔다가도 도로 달아나오는 것이 구십구 퍼센트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깨가 축 처진 무직 인텔리요, 무기력한 문화 예비군 속에서 푸른 한숨만 쉬는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들이다. 레디메이드 인생이다.
-채만식의 레디메이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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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청년 실업률은 9.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통계치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청년 실업자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제식민지 시대에 청년들이 겪었던 좌절감을 2018에도 여전히 느끼고 있다고 하니 기술의 변화로 세상이 천지개벽한 것 같지만 실상은 변하게 없다라는 생각도 든다.

친구들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집 값 고민, 그리고 노동시장에 편입한 친구들은 엄청난 노동강도에 대한 고민, 그리고 육아에 대한 고민들이 대부분이였다. 취업 빙하기를 뚫고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조차 이런 상황이고 취업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친구들도 태반이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김어준의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아 라는 말과 레디메이드 인생에 나오는 K사장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창업해서 성공해라 개인이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라는 주장에는 결국 모든 실패의 원인은 너에게 있다고 돌아가는 화살과도 같다.

출산율 꼴지 자살률 1위의 지표가 보여주는 것은 살고 싶지 않은 사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세상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희망없는 사회가 청년들의 문제에 많은 부분은 담고 있다고 본다. 부모보다 가난해질 수 있는 세대, 노력해도 집한채 살 수 없고 아이조차 키울 수 없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인식과 많은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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