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 그리고 효율성의 아이러니

in #kr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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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핵심은 모든 것이 죽는다는 것이다. 99%의 종이 이미 멸종되었다. 나머지도 결국 그 뒤를 따를 것이다.

항상 모든 것에 적응하는 완벽한 종은 없다. 무언가를 잘하는 종이라고 해도 그 무언가가 갑자기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 죽는다.

1세기 전 이반 슈말하우젠(Ivan Schmalhausen)이라는 러시아 생물학자는 진화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한 가지에 특화 되도록 진화한 종은 다른 것에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더 큰 사자일수록 더 많은 먹잇감을 죽일 수 있지만, 사냥꾼들에게는 더 큰 표적이기도 하다. 키가 큰 나무일수록 더 많은 햇볕을 쬐지만 바람의 피해에는 더 취약해진다. 항상 어느 정도의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종은 어떤 일에든 완벽해지는 쪽으로 진화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한 가지 기술에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결국 생존에 중요한 다른 기술을 희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자는 더 커질 수 있고, 나무도 더 키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종은 약간씩 불완전하다.

모든 종 전부가 아니라 살아가는 데 충분한 정도로만 잠재적 특성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자연의 답이다. 생물학자 앤서니 브래드쇼(Anthony Bradshaw)는 진화의 성공이 모든 주목을 끌지 모르지만, 진화의 실패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하나의 기술에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다른 기술을 희생해야 하는 세상에서는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진화는 어느 정도의 비효율성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증명하는 데 35억 년을 보내왔다. 우리는 이제 그게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우리도 거기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효율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시간 낭비가 좋은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 Amos Tversky)는 "좋은 연구를 해낼 수 있는 비결은 항상 약간 불완전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을 낭비할 틈 없이 몇 년을 보내게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성공한 사람은 아주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일정에 자유 시간을 남겨둔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하지만 트버스키의 요점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어려운 문제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공원 주변을 배회하거나 목적 없이 소파에 앉아 보내는 때가 가장 소중한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약간의 비효율성이 훌륭한 역할을 한다.

뉴욕 타임스는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에 대한 글을 실은 적이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그의 일중 하나인 전략적 측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매 순간 끊임없이 전술적인 문제에 말려들고, 결코 국익에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바닷가를 산책합니다. 그래도 잘 안되면, 일하는 시간 중에도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내 상상 속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려봅니다.

모차르트도 똑같이 느꼈다.

내가 마차를 타고 이동할 때, 밥을 잘 먹은 후 산책할 때 또는 밤에 잠을 못 이루로 누워있는 때가 가장 좋고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흘러나오는 시간입니다.

누군가 찰리 멍거에게 워런 버핏의 비밀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일상생활의 절반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독서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시간을 생각하면서 보냅니다."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항상 바쁘게 보이고 싶어 하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허슬 포르노"와는 정반대다.

나심 탈레브는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유일한 척도는 여유로운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입니다."라고 말한다. 탈레브의 생각은 성공의 척도 그 이상이며, 성공의 핵심 요소다. 생산성을 위해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에서는 아무 일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지 않고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지 않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일이 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요인인데도 말이다.

비효율성이 유용한 또 다른 경우는 경영을 다소 느슨하게 하는 기업이다.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을 비축해두지 않고, 바로 들여온 부품으로 바로 제품을 만들어 출하하는 무재고 생산 방식이 지난 20년 동안 효율적인 경영의 전형이었다. 그 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사실상 모든 제조업체가 필요한 부품이 엄청나게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급망이 효율적일수록, 그중 한 곳에서 차질이 빚어질 때 혼란에 빠질 취약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역사는 끊임없는 혼란의 연속일 뿐이다. 즉, 공급 효율성을 극대화해 수익을 5% 증가시켰지만, 느슨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익이 20% 이상 줄어든 기업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소비 호황 속에서 살고 있고, 자동차 회사들은 반도체 칩이 없어서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 공급망 전체에 걸쳐서 어느 정도 비효율성이 존재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수도 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현금은 불타오르는 강세장 동안에는 비효율적인 짐이지만, 찬 바람 부는 약세장 동안에는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 손실 속에서 주식을 팔지 않고 살아남게 해주거나, 주가 하락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다 투자하는 것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동시에, 투자 자금을 전부 날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집중 투자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다각화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소유할 확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때때로, 자신에게 정직해질 수 있다면, 약간의 비효율성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진화와 마찬가지로, 더 완벽한 투자를 하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더 실패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료 출처: Collaborative Fund, "Casualties of Perf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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