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의 운명 2부

in #kr6 years ago

진화냐, 죽음이냐? -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의 운명 1부에서 계속...




버핏은 파트너 찰리 멍거의 도움으로 이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비록 그 당시에는 생태계란 용어가 없었지만. 그 후 수십 년 동안 버핏과 멍거는 유명 브랜드 기업들과 TV 네트워크, 광고 대행사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다.

그레이엄의 담배꽁초식 투자가 여전히 중심에 있었지만, 그밖에 다른 곳에도 엄청난 투자 기회가 널려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버핏은 1967년 이런 글을 남겼다.

그동안 주로 기업의 양적인 측면에 집중해 왔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갖게 된 정말 놀라운 아이디어로 인해 질적인 측면으로 더 눈을 돌리게 되었고, 여기서 "결정적인 통찰"을 얻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금전 등록기를 노래하게 만드는, 즉 기업의 질적인 측면 또한 바로 엄청난 수익 창출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매사추세츠 에식스의 이스트 코스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펀드 매니저 크리스 베그가 말한 '가치 투자 2.0 버전'이 탄생한 배경이다. 즉, 훌륭한 기업을 찾아내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하는 것이다. 안전 마진이란 유형 자산이 아니라, 기업 자체의 지속 가능성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결정적인 통찰"이었다. 즉, 기업이 시장 지배력이 있고, 미래 또한 안정적이라면, 현재 수익 대비 주가 배수는 받아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높아져도 된다는 것이다.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통찰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버핏에게는 단순한 수학일 뿐이었다. 미래에 더 많은 수익이 보장될수록, 지금 지불하는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이 때문에 버핏은 수십 년 동안 기술주를 기피했던 것이다. 버핏 눈에도 분명 기술주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확실성은 부족해 보였다. 그리고 세상은 너무 빨리 변했다. 모든 비상은 추락을 동반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결정적인 통찰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버핏은 1967년 이해하기 힘든 폴란드 쇠똥구리 이름을 언급하면서, "흐숑스트(chrzaszcz)의 짝짓기 습관만큼이나 반도체나 집적회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라고 썼다. 그리고 30년 후, 버핏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살펴보라고 추천한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오랜 기간 성장이 보장된 기업으로 보이는군. "다만 그 확실성이 80%인지 55%인지 알아보는 데, 어리석게도 20년을 허송세월했다는 게 아쉬울 뿐이라네."라고 썼다.

하지만 이제 애플이 버핏의 가장 큰 투자처가 되어있다. 실제, 보유 비중이 두 번째로 구 경제에 충실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비중이 높다.

그 이유는 뭘까? 버핏이 변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말이다. 10년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4대 기업은 엑손모빌, 페트로차이나, 제너럴 일렉트릭 및 가즈프롬이었다. 즉, 에너지 3사와 산업 관련 대기업이었습니다. 이제 이들의 자리는 모두 "기술" 기업인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및 알파벳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이 "기술"은 반도체와 집적회로 같은 것이 아니다.

실제, 이들 기업은 전후 시대 오랜 기간 시장을 지배해 온 소비자 프랜차이즈 기업들과 더 흡사하다. 이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수 십억 명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어우러져 있다. 쓰던 것을 계속 쓰는 인간의 오랜 습관 덕분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기업과 소비자 간의 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버핏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에 투자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증손자들과 게네 친구들을 데어리 퀸에 데려갔을 때 그런 관계를 보았다고 떠올렸다. 애들이 얼마나 아이폰에 빠져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던지,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겠냐고 물어도 아무도 대답을 않더라는 얘기였다.

버핏은 올해 주주 총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애플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은 기술주여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애플에 투자한 이유는 애플이 지닌 생태계의 가치를 깨달았고, 그 생태계가 얼마나 오래 갈지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후가 소비자 브랜드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로 시장을 지배했던 시대였다면, 지금 21세기 초는 소위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는 시대다. 이전의 유명 브랜드 기업들처럼, 이들 또한 좋은 장기 가치 투자처가 될 수 있는 영속성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혁신을 연구하는 카를로타 페레즈 교수는 서구 문명에서 신기술은 최소 5단계를 거친다면서, 신기술이 갑자기 등장하는 단계, 투기적 광풍을 겪는 단계, 그러고 나서 붕괴하는 단계, 이후 장기간 동안 안정을 찾는 단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착하는 단계를 밟는다고 한다.

"자본 없는 자본주의( Capitalism Without Capital)"의 저자 조너선 해스컬과 스티언 웨스틀레이크 또한 우리는 IT 기술의 갑작스러운 등장, 이어진 닷컴 광풍과 거품 붕괴를 겪었고, 이제 "정착 단계"에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기업들은 브랜드 기업들과 달리, 대부분 네트워크 효과로 혜택을 본다. 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한 소비자가 어떤 플랫폼을 주로 사용하면,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게 되고, 이런 효과가 기하급수적이 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때문에 이들 플랫폼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대형 소비재 기업들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엄청나며, "승자 독식" 또는 "승자 다식"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다 성장하기 위해 자본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 없다는 사실이 더해져서, 기본적으로 새롭고 엄청난 가치를 지닌 기업에 투자하는 가치 투자 3.0 버전이 탄생하게 되었다.

포트폴리오에서 알파벳의 비중이 가장 큰 오크마크 펀드의 매니저 니그렌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는 세계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면 엄청난 자본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코드를 작성하고, '보내기'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이들 플랫폼 기업들은 이전의 유명 브랜드 기업들처럼, 벌어들인 엄청난 현금 흐름을 핵심 사업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아주 현명하게 재투자하고 있다. 알파벳의 경우를 보자.

알파벳은 검색 사업으로 시작했다.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과 이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하는 광고주들을 검색으로 이어주는 고전적인 쌍방 시장을 구축했다. 구글은 뛰어난 검색 엔진을 무기로 처음부터 우위를 차지했고, 현재 "구글"이란 단어는 검색하다의 일반 동사가 되었고, 모바일 검색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두 번 알고리즘을 수정한다.

한편, 거의 자산이 들지 않는 구글 플랫폼은 엄청난 현금 흐름을 창출해 내고 있으며,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연간 200억 달러를 연구 개발에 쏟아붓게 해주고 있다. 코카콜라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핵심 사업인 검색뿐만 아니라 유튜브(사용자 제작한 동영상 콘텐츠 제종), 안드로이드(스마트폰 운영체제), 웨이모(무인 자동차) 등 발생 초기 플랫폼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사업 중 아직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은 없지만, 곧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구글이 검색 플랫폼으로 벌어들인 엄청난 자금의 전격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가 동료들에게 "구글을 산처럼 생각하라."라고 말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산은 오를 수는 있지만, 옮길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한편, 베조스 자신 또한 산을 만들었다. 처음 전자 상거래로 시작했고, 물류 창고와 배송 능력을 네트워크화함으로써 1억 이상의 프라임 고객들에게 이틀 안에 주문 제품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마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가격을 낮추고, 프라임 비디오 같은 보조 서비스는 물론 아마존 웹 서비스라는 전혀 다른 신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 웹 서비스는 차세대 디지털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소위 컴퓨터 "배관"을 깔아주는 사업이다.

미국 전체 소매 시장에서 아마존의 핵심인 소매 사업의 점유율은, 지난 20년 이상 영업을 영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5%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재 아마존의 주가가 과대평가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고객 충성도와 저렴한 공급 가격이라는 이중 해자를 감안하면, 아주 가치가 높다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들 플랫폼 기업이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하면서, 버핏이 이해하고 수익을 누려왔던 전후 생태계를 잠식하고 있다. 현재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이 위험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가치 투자 2.0 버전의 포트폴리오에서 어느 부문이 취약한지 생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치 투자 3.0 버전을 고려해 보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소매 업계가 맞이하고 있는 위험은 분명하다. RIP과 시어스를 보라. 소위 '미디어-소비자 제품 산업 체제(Media-­Consumer Products Industrial Complex)'가 느리지만, 분명하게 시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년 전만 해도, 대형 브랜드 기업들은 텔레비전 네트워크를 활용해, 프렌즈나 홈 임프루브먼트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 동시에 채널을 돌리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광고를 내보내 접근할 수 있었다.

그 후 전문 케이블 방송들이 등장하면서,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이 아니라 '내로우캐스팅(narrowcasting)'으로 바뀌었다. 이제 구글과 페이스북은 타깃 광고를 통해 개개인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즉,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브로드캐스팅에서 내로우캐스팅으로, 그리고 이제 '모노-캐스팅(mono-casting)'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 결과, TV 생태계의 네트워크 효과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기존 미디어 기업들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번창했던 모든 브랜드 기업들에 또한 위험해졌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미국 인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광고를 기반으로 한 텔레비전과 대형 브랜드 기업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존슨 & 존슨의 상징 제품인 '노 모어 티어스(No More Tears)' 샴푸를 포함한 유아용 제품들은 지난 5년 동안 10% 이상 시장 점유율을 잃었다. 한때 테라리엄 같은 분야가 그랬던 것처럼 단기간에 엄청난 변화였다.

한편, 아마존과 다른 인터넷 소매 기업들은 가격 투명성과 보다 쉬운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점점 더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고, 더 지역적이 되고 있으며, 틈새 브랜드 선호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내러겐싯 맥주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기업이 양적으로 성장했고, 가격 결정력을 갖췄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한때 모두가 미심쩍어 했던 지속 가능성도 갖춘 상황에서, 과연 이들의 적정 주가는 과연 얼마일까?라는 질문이 유효해지는 시점이다.

분명, 일부 디지털 혁신에 대한 이야기들은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암호화폐가 은행 시스템을 대체할 가능성? 거의 없다. 데이비드 아인혼이 테슬라와 넷플릭스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도 어쩌면 맞을 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이들 기업의 주가가 너무 높아서가 아니라, 해당 분야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한 기대도 그렇다. 상업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론 아직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10년 안이라도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 구글에서 "Easter Day Parade, New York City 1900"을 검색해본 다음 "Easter Day Parade, New York City 1913"을 검색해 보라.



양자의 사진들을 비교해 보면, 전자의 경우 거의 100%가 말이 끄는 마차가 나오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말이 없는 마차, 즉 자동차가 거의 100% 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율 주행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 자동차 산업은 어떻게 될까? 또한 자동차 보험 산업은? 이 두 산업은 칵테일파티에 모인 가치 투자자들의 입에 주로 오르내리는 자본 집약적 상품 기업들이 속해 있는 곳이다.

장기 투자자들은 이런 변화를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그런 변화에 반대로가 아니라 그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포지션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포트폴리오에 아마존과 알파벳을 보유하고 있는 마켈 펀드의 가이너는 종종 다윈이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변화에 가장 잘 맞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 것이다.


가치 투자 3.0

살펴봐야 할 산업과 피해야 할 산업

'가치 투자 3.0'의 동력(네트워크 효과, 자본이 거의 필요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능력)과 보다 전통적인 우위(넓은 경쟁 해자) 모두를 갖춘 산업이 일부 있다. 다음은 살펴봐야 할 산업과 피해야 할 산업의 사례다.

살펴봐야 할 산업

  1. 플랫폼 기술. 어떻게 되면 알파벳의 자회사 구글이 모바일 검색 분야 시장 점유율 95%가 떨어지기 시작할지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전 세계 광고 시장에서 인터넷 광고의 비중은 3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구글의 성장 가능성은 더 남아있다. 마찬가지로 아마존의 경우도 미국 소매 시장에서 고작 5% 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다. 아마존은 물류 네트워크와 쉬운 인증 시스템이라는 강력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다.

  2. 항공 우주.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에게만 집중하고 싶은 유혹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가상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진행된다. 항공 우주 산업을 생각해 보자. 지난 50년 동안 매년 5%씩 성장해 왔으며, 전 세계 인구 중 80%가 아직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다. 게다가, 항공 우주 회사들은 복점 또는 과점 상황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성장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야 할 산업

  1. 자동차. 원자재를 제품화하는 자본 집약적 경기순환 사업이 우선 곤란을 겪게 된다. 만일 자율 주행 자동차라 현실이 된다면, 자동차 공유 시대도 그리 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 두 가지 일어나면, 자동차의 수요 줄어들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고정 비용 대비 생산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2. 보험. 원자재를 제품화하는 경기순환 사업에는 자본 말고는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 보험 회사의 자기 자본 수익률은 지난 30년 동안 구조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가계 보험 대부분이 위험에 처해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통해 보험 회사에 투자하고 있는 워런 버핏 또한 자율 주행 자동차가 자동차 보험료를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음 세대가 되면 그러한 보험료 결손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자료 출처: Fortune, "An Evolve-or-Die Moment for the World's Great Inves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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