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로 보는 국제 정세 1 – 미중러

in #kr5 years ago (edited)

핵무기로 보는 국제 정세 1 – 미국과 러시아

핵무기의 등장 이래로 현대 국가의 군비 전략은 상당히 수정되었다. 그 광범위한 파괴력 때문에 전략 전술의 가치조차도 무의미해졌을 정도다. 가장 진보한 형태의 기갑전력이 있다 하더라도 전술핵 몇 번이면 기갑 사단 정도는 가볍게 무시된다. 공군도 비행장이 있어야 하늘을 나는 법. 비행장이든 항공모함이든 전술핵 단 한 방에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이제 현대전에서 최후의 수는 단 하나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을 적진에 투하했느냐, 혹은 막았느냐.

그런 점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우주개발명목으로 로켓개발을 하고 있지만 그것의 실상은 탄도미사일 개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탄도미사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탄두 재돌입체를 장착할 수 있을 정도의 힘과 정확도를 갖추는 것이다. 즉, 한 국가를 일거에 소멸시킬 수 있는 ‘다탄두 핵미사일’의 개발이다.

핵을 보유한 나라는 꽤있지만 다탄두 핵미사일을 보유한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와 일본(기술 확보) 정도다. 물론 이것에도 수준차이가 있어서, 기술력에 따라 탄두의 위력과 개수는 더 늘어난다. 어쨌든 ICBM과 핵무기, MIRV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적국이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현대전에서 돌입하기 시작한 핵무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힘을 가진 자들은 적국의 코앞에 요격 수단을 배치하길 원한다. 그런데 그 점에 대해 재밌는 사실이 있다. 미국은 ‘대륙 섬’인데다 주변에 공산국가도 끼질 않아서 잠재적 적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요격 수단을 놓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1962년에 단 한 번 공산권 국가가 미국 밑에 미사일 기지를 지을 뻔한 적이 있기는 하다. 바로 쿠바 사태다. 그러나 미국이 진지한 태도로 전면전까지 각오하면서 쿠바 미사일 기지 계획은 무산됐다. 미국은 상대의 코앞에서 치명적인 핵공격을 가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의 이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국운을 걸고 이를 막았던 것이다.

그런데 역으로 미국은 유럽 전역, 한국, 일본, 필리핀 등의 동아시아권에도 요격 수단을 배치하고 있으며, 그 막강한 제7함대로 태평양의 제해권마저 가지고 있다. 핵전력은 상호확증파괴라는 개념으로 운용되어야 의미가 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의 공격이 실패하고 적국의 공격이 성공한다면 제아무리 핵을 갖고 있어도 의미가 없어진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 해군 7함대에 막혀 바다로도 진출하기가 어려운 상황. 배도 미사일도 안 된다면 세계 최강의 미 공군을 이기고 덜덜거리는 프로펠러기에 핵을 실어 미대륙까지 갈 수나 있는가. 결국 미국이 군사적으로 강세를 누리는 건 궁극적으로 핵투발 수단을 요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위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 핵투발 방식의 개념을 또 한 번 뒤집어 F-22, F-35등에 장착할 스마트 핵폭탄이 개발되어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 즉, 이제 핵은 상대가 정찰위성으로 훤히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탄도미사일로 발사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를 스텔스기에 탑재돼 ‘자국 영공’에서 투하될지도 모르게 됐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해상강군을 외치며 해군 세력을 늘리고 S-400 요격 미사일을 동유럽 곳곳에 배치하려는 이유,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 종속시키려는 이유도 미국과 유럽의 핵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혹은 그들의 핵을 미국이 하듯이 적절한 곳에 배치할 수 있느냐)의 고민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동아시아에서 유달리 ‘섬’에 시비를 거는 중국의 모양새도 이해가 된다) 거기에 러시아는 태평양을 횡단하는 ‘무인 핵어뢰’로 미국 동부를 인질로 삼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어차피 수많은 요격수단에 가로막혀 핵미사일을 제대로 투발할 수 없다면, ‘밑’에서라도 제대로 넣어보겠다는 심산이다.

여기서 미-러 간 중거리핵전력조약의 폐기의 의미도 드러난다. MIRV를 탑재한 ICBM의 위력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사실 그것의 의미는 상징적인 것에 가깝다. 상당한 정도의 군사시설을 필요로 하는 이들 전력은 그것을 소유한 이들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기습이 아니라면 특수전, 테러 등의 이유로 개전과 동시에 파괴될 확률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IRBM은 특별한 시설을 요구하지 않고 이동식발사차량인 TEL이나 각종 함정이나 무인잠수함 등에도 실어 나를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그 본체를 식별하기가 더 어렵다. 러시아가 꾸준히 중거리핵전력에 투자한 이유도 그것이다. 북해를 끼고 있는 러시아는 사거리 5,000km 정도의 중거리 핵투발 수단만 있으면 북극을 통해서 세계 어디든 위협을 가할 수 있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 스텔스기를 활용한 단거리 스마트 핵폭탄의 투하도 가능해졌다. 이제 핵폭탄도 굳이 거대한 시설에 담아 위험을 감수하며 운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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