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rick의 Key Moment] 피자컴퍼니 & 할로윈 데이의 이태원

in #kr7 years ago (edited)

전 이태원을 참 좋아합니다.

이태원을 찾아가면 일에 치여 살면서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화려한 조명,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음악 소리, 수많은 인파는 서울 도심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는 흔한 광경입니다만 이태원은 더욱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해외 관광지인 듯 아무렇지 않게 외국인들이 웃으며 걸어 다니고,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판매하는 맛집들이 골목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특히나 밤에는 수 많은 상점들에 사람들이 가득 차고 길거리 공연과 화려한 패션의 멋쟁이들이 넘쳐납니다. 물론 잘 아시는 것처럼 Bar와 Club의 영향도 큽니다.

혼잡하고 시끄럽고 화려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지옥과 같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반대로 저에겐 가끔 가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곳입니다.

특히나 오늘 같은 할로윈 데이 시즌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이태원을 찾습니다.
할로윈은 매년 10월 31일이지만, 보통 31일 전 주말이 한국에서는 시즌입니다. 악령들이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무서워해서 악령처럼 보이기 위해 기괴한 분장을 한 것이 할로윈 분장의 기원이라고 합니다.지금은 기괴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귀여운, 재미있는, 기발한 분장들도 많이 하곤 합니다.

미국의 어느 시골에서 살다 온 한 지인의 할로윈 데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워낙 적어서 누가 살고 있는지 다 알 수 있는 그런 마을에 살았던 지인은 할로윈 데이를 위해 분장에 정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그 당시 어린이었던 그 분은 실제로 Trick or Treat을 외치며 여러 집을 돌았다고 하는데요. 방문하는 집에서도 이미 분장을 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무섭고 징그러운 분장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 엄청 크게 놀랐고 심지어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나중에는 서로 음식을 나눠 먹으며 훈훈하게 마무리 했다고 합니다.

이런 소박하고 나눔이 있는 할로윈 데이에 비하면 한국의 할로윈, 요즘의 할로윈은 많은 부분 상업화가 되었습니다. 거리에는 온통 분장을 위한 도구를 파는 가게, 즉석 분장을 해주는 노점이 자리 잡고 있고 음식점, 술집들도 온통 할로윈 분위기로 디자인하여 손님들을 끌어모읍니다. 이태원 전체가 할로윈 분위기로 들썩이지만 이마저도 돈벌이를 위해 기획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 구경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할로윈 데이를 즐기기 전에 이태원 피자컴퍼니에서 피자로 허기를 달래기로 결정했습니다. (위치는 검색으로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원래는 라지 피자 한 판에 15,000 ~ 18,000원 정도, 버드와이저 한 잔 6,000원, 샐러드 10,000 ~ 12,000원 정도에 따로 판매를 하는 가게입니다. 그런데 할로윈 데이 때문인지 단 2가지 세트 메뉴만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1. 피자 한 판 + 샐러드 + 음료 2잔 = 45,000원
  2. 피자 한 판 + 샐러드 + Blood 버드와이저 2잔 = 55,000원

평소보다 확실히 더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금요일에도 맨 윗 쪽 루프탑에 자리가 있어서 이 곳을 선택했습니다. 루프탑서는 녹사평 방면의 이태원 광경이 보이고, 옆 건물의 루프탑에서 벌어지는 파티 모습과 신나는 음악도 들렸습니다. 빔 프로젝터로 영상을 계속 틀어주는데 오늘은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틀어주었습니다. 할로윈을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중에 맥주를 먹으면서 알게 되었지만 제가 처음에 받은 맥주는 일반 버드와이저였습니다. 카운터에서 받아 루프탑으로 올라가 계속 마시면서도 이 점을 눈치 채지 못하고 다 들이켰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저에게 서비스로 Blood 버드와이저 한 잔을 추가로 권했습니다. 덕분에 2가지 버드와이저를 모두 맛볼 수 있었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했지만 괜히 맥주를 한 잔 더 먹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버드와이저 사진인데 색을 보면 구분이 가능하실 겁니다. 사실 맛이 어떤 점이 다른지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술에 취해서인지, 혀가 둔해서인지...)

피자와 샐러드로 배를 채우고(워낙 배가 고팠던지라...) 나니 그제서야 이태원 거리를 둘러볼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거리에는 수 많은 인파로 인해 이미 이동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곳곳에 화려한 분장을 한 사람들이 있어 구경하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지만 혼잡한 거리에 있으니 평소답지 않게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퇴근 후 바로 달려와 그랬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ㅎㅎ) 결국 거리의 분위기만 어느 정도 느끼다 일찍 귀가 했습니다.

혹시나 토요일에 이태원에 찾아가실 생각이라면 작심하고 분장을 한 뒤 즐기거나 적당히 구경만 하고 빠르게 귀가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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