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 발리 도착. 도착부터 힘이 든다 (day 0)

in #kr6 years ago

=발리까지 18시간의 여정. 9시간의 홍콩 경유 이후.. =

홍콩 에어라인을 예약한 덕분에 9시간의 경유 시간이 탄생했다. 밖에 나가 완탕면도 먹고, 독립서점 구경도 하고 즐겁게 돌아다니다가 성공적인 첫 경유외출을 마쳤다. (이건 나중에 별도로 올려볼 생각이다)

상당히 쫄보라 비행시간 한참 전에 turn back 하여 들어왔더니 아직 여유시간이 한시간이나 남아있었다. 아쉬워서 돌아오는 길에 사온 맥주도 마시고 휴대폰으로 SNS도 하며 시간을 때우다 드디어 기내에 올라탔는데

웬걸- 완전 내 전세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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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보다 빈 자리가 훨씬 많다/

내가 정말 돈존이 되었나?! 하는 사이에 랜딩시간이 되고,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자리를 골라잡기 시작했다. 나도 4연석 한줄 중간자리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이제 발리까지 4시간 30분.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출발 시간이 되어 창밖에 빗방울이 맺히더니 비바람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었으나 금방 그칠 거라 기대했던 비는 계속 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방송이 나왔다. 홍콩 현지 기상 악화로 9시 20분 출발 예정. 두시간이나 늦춰진 것이다. 그래도 괜찮겠지 하며 기다리는데 다행히 비가 점점 잦아 들기 시작하고 비행기가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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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불도 켜 주지 않고 우릴 재우던 비행기는 한 시간 뒤에야 불을 켜더니 기내식이 줬다. 나는 중간에 잠이 깨 할게 없자 [코코]를 보고 있었다. 개봉 때 놓쳐서 보고 싶었는데. 간단한 내용이라 영어 자막으로 짧은 시간 보기에 딱 이었다. 비프 메뉴를 받고 밥을 먹으면서 영화를 계속 봤다.

가족 사랑으로 주제가 흐르길래 뻔한 내용 아닐까 했었는데 아니었다. 픽사는 픽사다. 나중에 할머니 코코가 주인공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장면에서부터는 눈밑이 시큰 거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크레딧이 올라갈때까지 계속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쏟고 말았다. 덕분에 온갖 감정과 생각이 피어올랐다.

두달 동안 집을 떠나는 것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어진 것은 아니었다.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 떠난 거니까. 그렇게 실컷 울어버리고 심취한 감정을 다스리며 기분 좋게 잠에 빠졌다 일어나니 어느덧 도착 30분 전이었다. 아... 눈이 뻑뻑하고 목이 아팠다. 건조한 비행기 안에서 사정없이 수분을 뽑아내다니. 바보 같아서 물을 마시며 혼자 웃었다.

그리고 도착한 공항. 들뜬 마음에 단숨에 입국장을 지나는데 도착비자(VOA) 카운터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이쯤에 있다고 했는데. 당황해서 직원에게 물었더니 다시 거슬러 올라가 카운터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남들보다 두배의 시간을 소모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음 됐지 하고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는데. 여기까진 괜찮았다. 정작 더 큰 문제는 입국장 바깥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TAXI? Where are you going?"

'

대형 캐리어와 기내용 캐리어, 온갖 기계류와 한 가득 들은 짐가방을 양 어깨에 매고 밖으로 가니-돈존은 짐 많아 인간이다-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기사들이 끊임없이 달라붙었다. 마치 오뉴월의 하루살이처럼 쫓고 쫓아도 또 와서 달라 붙는 사람들. 안그래도 집중할 때 말 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그들의 목적이 단순 호객을 넘어 덤탱이란 걸 알기에 더욱더 짜증이 났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공항 밖으로 나가 블루버드TAXI를 탈 생각이었던 나는 끊임 없이 달려드는 그들이 싫어졌다. 가만 좀 놔두란 말이야. 나 혼자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속이 드글드글 끓기만 하는 상황 속에서 인상을 잔뜩 구긴채 무거운 짐을 끌고 앞으로 가고 있는데 인터넷에서 봐두었던 펜스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 어디쯤 일텐데.

피곤하고, 덥고, 무겁고, 게다가 혼자. 표현할 길이 없는 짜증들이 한국말로 된 욕과 함께 허공에 뿌려졌다. 어쨌건 일은 내가 의도한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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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과 도착비자로 지연된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은 다 빠져나가고 나 혼자 남았으니 택시 기사들에게는 내가 좋은 표적이 되었을 거다. 피곤함에 지친 나는 결국 마지막으로 달라 붙은 사람에게 얼마냐고 물었다. 100,000 RP(한화 약 팔 천 원 정도)가 나왔다. No- 나는 도착비자를 사고 받은 거스름돈을 보이며 70,000 RP 밖에 없다고 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평균 가격이 쓰여진 포스팅을 보았었는데 기억이 잘 나질 않았지만 어쨌건 저 가격은 아니었다. 인터넷도 되질 않고, 만들어 둔 줄 알았던 pdf 파일까지 보이질 않자 그냥 다 포기하고 차에 타야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일단 숙소로 가야겠다. 드라이버도 70,000 RP를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신이 어떻게 되었었는지, 눈 앞의 차가 블루버드도 아닌 개인용 SUV였는데 왜 그걸 탔는지 모르겠다. 그냥 너무 지치고 피곤했다. 원래는 해선 안 될 짓이었지만 십여분을 잔뜩 긴장하고 있었더니 다행히도 무사히 KUTA에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GPS 맵을 보여주며 달리니 이 사람들도 딴짓은 안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숙소 앞에 짐을 내려주고 엘레베이터에 타면서까지 아무리 봐도 바가지를 쓴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어쨌건 숙소에는 무사히 도착을 했고, 떨렸지만 밤중에 이정도면 무사히 도착한 값이라 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기분이 내려 놓았다. 괜한 스트레스를 늘리긴 싫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도착한 발리의 첫번째 숙소에서의 평온한 첫날 밤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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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근처에 잡은 1박짜리 호스텔. 개인 칸막이가 있는 신식 도미토리가 기계인간에게 안성맞춤이다 .호스텔 주변 황량함. 생각보다 작음/

+)

택시값이 아무래도 신경쓰여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긴 했는데 그렇게 큰 액수의 바가지는 아니었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꾸따까지 평균 요금 약 60,000RP. 7천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 다행이다.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돈존의 발리 여행일기: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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