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비애.

나는 IT업계 종사자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소문에 무지해도 몇개정돈 듣는게 있다보니 일을 하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된다. 특히 최근에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구조조정 소문이 핫이슈다. 신기하게도 이런 좋지 않은 일들이 꽤나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지고 있어 일종의 음모론중에 하나로 모든 업계의 인사팀이 협의하여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된다. 뜬금없고 어처구니없지만 그렇게 의심할만 할 때가 있다. 어디선 대량으로 자르고 어디선 대량으로 뽑고...

그러다 보니 요즘엔 회사에서 일하는게 꼭 필요한가 싶다. 원치 않은 일, 일 분인 인생, 일만 하는것도 문제인 세상에 정치까지 사람을 골머리를 앓는 정말 살기 각박한 세상이다.

나도 직장을 다니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단지 직장상사 한 명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리거나 심지어 병원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것에 질문을 던지곤 한다.

왜 그만두지 못하고 멍청하게 다니는거야?

근데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던졌던 질문인데 나도 직장생활을 하며 점점 겪어보니 알겠더라. 사실 일을 그만두는건 그렇게 쉽지가 않다. 물론 IT/게임업계가 비교적 이직률이 잦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런 문제로 자살하는 기사를 한두 번 본게 아니다. 보통 내가 봐왔던 이유는 다음과 같았는데

1. 경력이 충분치 못해서 아직 이직할 깜냥이 되지 않는다.
2. 나이가 너무 많아서 이미 이직이 쉽지 않다.
3. 다른 회사는 다를까? 아니야 똑같을거야...
4. 단순히 이직할 용기가 없어서.

나의 경우는 직장상사로 인해 내가 하고있는 일에 보람을 못느끼기 시작했고, 회사에서 내가 가져가는 롤 자체가 너무 작았으며 하고 있는 업무 수준이 기술자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직장상사들이 너무 자기들 필요한데만 급급하게 사용해오다 보니 동일 경력기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너무 딸려 더이상 이직하기도 어려운 상황처럼 되어버리면서 일을 그만두는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의 경우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것이, 내 고민은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게 아니라 지금 하는 이 일 자체를 그만두는 것이다. 내 커리어를 완전 바꾸고 싶거나 또는 더 이상 회사라는 집단 안에서 일하는것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찾지 못하고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는 열심히 다니고 있다. 아니, 그냥 다니고 있다. 이 직업을 원한건 아니었지만, 이 업계에 종사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꽤 길다... 정작 일한시간은 5년이 채 되지 못했다.

나는 과연 얼마나 더 할수 있을까? 아니,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